이야기가 되지못한 이야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의 로맨스를 꿈꾸었다. 내가 현실에서 연애한 사람은 키가 크고 잘생겼지만 몸에선 담배쩔은 내가 났다. 그 사람은 바람을 피고 나는 용서하고, 그 사람은 싸움을 걸고 나는 화해를 하고,...수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내 연애는 기승전결도 없이 초라하게 끝났다.
나는 자리에 앉아 바쁘게 전화하고 여기저기서 날 부르며 능력을 인정받는 삶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 꿈을 고시원 자리에 앉아 낮잠을 자며 꾸었다. 고시원 자리에 앉아 낮잠을 자는 백수는 아무 이야기도 만들지 못했다.
매일매일 쏟아져나오는 가십기사들 속에 나도 유명인이 된다면 이렇겠지, 저렇겠지 상상을 했다. 공항에 갈땐 이렇게 입어야지, 이런 음악을 만들어야지, 저런 영화를 만들어야지...나는 감독도 되었다가 트렌디한 프로듀서도 되었다가 셀레브도 되었지만 현실에선 김치에 밥을 싸서 서둘러 먹고있는 펑퍼짐한 아줌마였다. 아이가 울면 간식을 쥐어주며 서둘러 밥을 먹는 이야기는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것이었다.
늘 재밌고 신나는 이야기를 꿈꾸는 내 삶은 정작, 아무도 읽지 않을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내 삶이 쓰는 이야기란 결국,
"
응가의 밀도가 일정하다면
응가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한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요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요 계집아이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응가를 한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갔다
황금색이었다
"
같은 시를
매일, 조금씩만 변주하며 쓰고 있다. 그렇다. 아무도 읽지 않을 이야기. 내 삶의 이야기란 기승전결도 없고 그저 사건, 그것도 크지않은 사건들의 나열일 뿐인 아무도 읽지 않고 보지않을 드라마다. 그런데 1화도 아니고 10화 16화를 지나 시즌이 벌써 3시즌 4시즌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며 시작된 4시즌은 전과 다른게 하나 생겼다. 내 인생은 구석에 먼지 쌓인, 나조차 읽지 않은 기록물이었는데 그 책에 애독자가 생긴 것이다. 이 애독자는 내 까꿍 소리에 그 어떤 코미디보다도 즐거워 꺄르르 웃는다. 내 푸르르~ 소리를 세상에서 가장 이쁜 연예인 보듯 관찰하고 따라한다. 그 어떤 보물보다 소중하게 내 머리칼을 만져보고 얼굴을 쓰다듬는다.
철도덕후를 만난 시골역의 이름모를 기차가 된 기분이다.
이리저리 깨지고 모가나 길거리에 굴러다니다 보석감정사를 만난 은조각이 된 것같다.
나는 오늘도 아무도 읽지않을 지루한 이야기를 쓴다. 어제도 썼고 그제도 쓴 이야기다. 어제는 아이가 응가를 세시쯤 봤고 오늘은 응가를 방금 봤다는 아무도 알아채지못할 변주가 있었다. 그 변주를 쓴들 이야기에 없는 기승전결이 생기진 않지만. 아마도 내일도 같은 이야기를 쓸 것이다.
그저 그런 스토리다. 내 유일한 독자에게 들려줄, 히스토리가 되지못한 스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