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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있었다
게시물ID : freeboard_14451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유상주인
추천 : 3
조회수 : 36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2/19 01:24:46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 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다.

욕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피어올랐다.




출처 눈사람 자살 사건 /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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