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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본 모녀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12935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orycube
추천 : 1
조회수 : 1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3/24 11:59:28
어제는 밴드 연습이 있는 날이라서 직장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연습실이 있는 동네로 갔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연습실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서 내려서 걸어가고 있었어요.
그렇게 인도를 걸어서 가고있는데 맞은편에서 왠 전동휠체어를 타신 여성분이 맹렬히(?) 달려오시더군요.

'전동 휠체어를 왜 저렇게 빨리 모는거지?'

라고 생각하면서 가까이 오면 비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한테 오기 전에 인도와 도로가 연결된 구간에서 도로쪽으로 유턴을 하셔서 도로에 내려가시더라구요.
그래서 보고 있었는데 도로에서 역주행으로 도로를 따라서 다시 맹렬히 가시는 겁니다.

'아니 역주행으로 저렇게 달리면 위험할텐데... 여기 차도 많이 다니는데...'

당황해서 어... 하고 있었는데 그분 전동휠체어에 가방이 2개가 걸려있는 게 눈에 띄더군요. 
하나는 그냥 에코백 같은 거였는데 하나가 애들용 가방인거에요.
그래서 더 앞쪽을 쳐다봤더니 그분이 처음에 저한테 오신 인도 쪽에 어린이집이나 다닐 것 같은 여자애가 서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앞의 인도를 말그대로 가로막고 승용차가 서있더군요...
그 전동휠체어를 탄 엄마가 차도쪽으로 돌아서 그 지점을 지나갈 때쯤에야 애도 차 옆 좁은 공간을 돌아서 지나서 같이 가더라구요.


차들 입장에서는, 그리고 저도 운전하는 입장에서 자전거나 저런 전동휠체어가 역주행으로 오면 정말 무섭거든요.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리고 그 애기엄마도 아마 그렇게 내려가면 위험하다는 걸 알았을 거에요. 그래서 인도로 같이 가고 있었을 거고...

그냥 천천히 그 모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걸었는데 뭔지는 알 수 없지만 기분이 참 이상했어요.

그리고 그 차를 인도를 가로질러 세워놨던 카센터 앞을 지나가면서
"아이 x발 주차 x같이 해놨네." 
한마디 하고 지나가는 거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더라구요...
카센터 안에 있던 인간들은 '저새끼가...?'하는 표정으로 쳐다만 보더라구요. (다행히 제가 덩치라도 있어서...)

그 모녀 뒤를 따라가면서 보니까...
그동안 제가 연습실 갈때마다 걸었던 그 길이, 저는 아무렇지 않게 걸어갔던 그 길이 그 분들한테는 위험한 여정이더라구요. 
보도블럭이 튀어나와 있거나 일정하지 않아서 덜컹거린다든지...
꼭 인도와 차도가 만나는, 내려서는 지점에는 불법주차가 되어있다든지... 
인도인데 너무 경사가 높고 표면이 울퉁불퉁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도 그 분은 내려와서 차도로 역주행을 하셔야 했어요.

중간에 저랑 길이 갈려서 끝까지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골목에 불법 주정차 된 차들때문에 차들 옆에 붙어서 아슬아슬 가시는 모습을, 
그러면서도 꼭 아이는 차들 다니는 반대쪽에서 걷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기분이 이상했어요.


어제 밴드 합주가 끝나고 집에오다가 보름달이 참 밝다는 생각을 하면서 근 10년만에 혼자서 소주를 마셨어요.
그 때 마실 때는 왜 기분이 그런지 몰랐는데... 오늘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 장면을 봤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출처 어제 본 내 기억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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