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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화가 역사적 이해로 출발한 까닭
게시물ID : religion_129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X-V471
추천 : 12
조회수 : 74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5/12 19:39:37

밑에 논쟁에서 한국신화와 역사를 관련시킨 내용을 보고 씁니다.

신화를 역사의 직접적 반영으로 보는 시각은 신화학에서 주요 접근방법이 아닙니다.

현재까지 주로 교과서에 수록된 자료는 삼국사기, 삼국유사에 기록된 국가 권력과 관계된 신화이며

그 해석은 토테미즘을 바탕으로 곰부족과 호랑이 부족이 천신을 믿는 부족과 이합집산하는 과정이라거나

유목민족이 토착농경민족을 제압하면서 형성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역사적 사건이 그대로 신화적 내용이 된다는 해석은 해외 신화 해석서를 가볍게 보더라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상징과 알레고리를 통해 거대 문화권이나 정신분석학이나 분석심리학, 고고학 등을 해석하는 게 주류입니다.

그리고 역사적 인물, 사건이 신화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하는 것은 에우헤메리즘이나 팔레이퍼티즘이라고 비판된지는 이미 100년이 넘었습니다.

따라서 신화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신화 자체가 가진 문법 또는 말투를 이해해야 한다는 게 제 시각입니다.

기존 유사신화에 대한 해석, 즉 연구성과를 습득하지 못한 채로는 접근이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신화는 어째서 위와 같이 역사적으로 해석이 되는가.

이것은 소위 근대라고 하는 시점 전후로 해서 한국의 일본에 의해 침략을 받았던 역사적 상황 아래 이해되어야 합니다.

1890년대부터 시라토리와 같은 일본인 학자들은 한국의 단군신화, 주몽신화 같은 것들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일본인 학자들이 이런 자료를 신화가 아니라 역사 기록으로 접근했다는 겁니다.

즉, 단군의 기록을 역사로 보면서 그 자료들이 고려 시대의 것이란 점, 이전 시대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점 등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이것들이 고려 시대 일연에 의해 창작된 가짜라고 했으며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한국의 역사가 확 줄어들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국학자들은 단군이 요임금과 병립했다면서 근 50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주장했었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인 학자들이 삼국사기나 유사의 기록을 역사로 보면서도 자신들의 고사기와 일본서기, 즉 기기신화들은 상징이나 알레고리를 가진 신화로 본 이중적 태도입니다. 그 상징과 알레고리는 석기시대부터 존재해왔으므로 문화적으로 볼 때 일본 역사는 유구한 게 되는 거죠.

 

어쨋든 이런 일본인학자의 역사적 접근에 발끈한 게 대표적으로 최남선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그 이외의 여러 학자들이 단군의 "역사성"을 증명하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 즉, 현재 신화로 보면서도 한국신화들은 역사와의 관련성에서 주로 해석되게 됩니다. 아울러 삼국사기와 유사에 있는 자료들만 신화로 인정되는 매우 제한적 시각도 이로부터 발생합니다. 이처럼 신화가 한 국가의 역사로 해석되는 문제는 사실 한중일 삼국에 다 어느 정도 존재합니다. 잠깐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양한 지역의 신화들을 다룬 저서의 제목을 보시면 이런 양상이 드러납니다. 한중일 등 동양권의 경우에는 근대 국가의 명칭이 수식어로 사용됩니다. 한국신화, 중국신화, 일본신화 등이지요. 반면, 우리보다 신화연구가 먼저 시작된 서구권의 경우에는 이러한 근대국가의 명칭이 들어간 게 별로 없습니다. 그리스로마(이건 사실 문화권으로 봐도 상관없지요) 신화, 식물의 신화, 아프리카 신화 등 거대 지역이나 문화, 테마 위주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신화나 민속을 민족이나 국가에 지나치게 관련시키는 건 연구 방법론 상으로도 문제고, 정치적으로도 문젭니다. 이게 민족의 순수성이나 고유성을 강조하면서 우월성으로 연결되기도 하거든요. 나치와 일본이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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