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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로 살아남은 금서(禁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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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다비르
추천 : 8
조회수 : 149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2/20 13: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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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사상과 그 사상을 전파하는 수단이던 밀수 도서들은 밀수를 보다 높은 소명으로 올려준 출발점이다. 어떤 금서들은 모든 페이지마다 선동적인 에너지를 감추고 있어서 보수주의 세력을 피해망상적인 광분 상태에 빠뜨리곤 했다. 이처럼 활자화된 사상에는 특별한 것이 있으며 그 자체가 큰 가치를 지닌다. 물리적인 측면에서 책은 인쇄된 종이 정도의 강도와 내구성만을 갖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강한 파급력을 품고 있다. 

밀수는 실제로 이러한 고귀한 사상을 실어 날랐다. 그 배후에 영웅적이고 사상적인 동기가 존재하기도 했다. 밀수꾼들이 볼테르(Voltaire)가 쓴 《철학사전》*을 갖고 제네바를 출발해 주라(Jura)  산맥을 넘어 아직 혁명 전인 혼란의 프랑스로 들어왔을 때, 당시에는 포르노에 불과했던 《캉디드)》**도 함께 가져올 수도 있었다.

밀수는 효율적인 행위이며 물건이든 생각이든 수요만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는 모험적인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철학사전》: 18세기 계몽주의를 바탕으로 권력과 편견에 대항했던 볼테르의 사상이 담긴 금서  
**《캉디드)》: 볼테르의 철학소설로,낙천적 세계관을 조소하고 사회적 부정 ·불합리를 고발하는 작품

닥터 지바고 뮤지컬 금서 신간도서 역사책 추천 10월 11월 산업혁명 미국 밀수꾼 밀수품 밀수이야기 세계사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 재퍼슨 조지 워싱턴 알렉산더 해밀턴 사이먼 하비 예문아카이브 2.jpg

18세기 밀수를 뜻하는 다른 단어 ‘마로너(marroner)’가 있었는데, 비밀스러운 일이라는 의미였고 ‘검은 책들(해적판)’을 밀수하는 경우에 주로 사용됐다. 이 단어는 달고 굵은 밤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롱(marron)’에서 나왔다. 나쁜 책들의 공급자 중 한 곳은 뇌샤텔인쇄협회(Société Typographique de Neuchâtel, STN)였다.   

스위스 뇌샤텔에 밀집해 있던 인쇄업자들이 밀수꾼들을 시켜 막 완성된 혁명 서적이나 음란 서적을 주라 산맥의 북쪽 골짜기를 거쳐 국경을 넘어 프랑스 퐁탈리에(Pontarlier)까지 운반했고, 이곳에서 다시 프랑스의 중심 지역에 배포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영광스러운 형태의 무역이었다. 도중에 책을 압류당하는 경우를 대비해 STN에서 밀수꾼에게 보험을 들어주고 손실을 보상해주기까지 했다.   

또한 검은 책들은 ‘비계 처리’를 했는데 이는 다른 책 사이에 숨기는 것을 의미했다. 영국 작가 존 클리랜드(John Cleland)의 《패니 힐(Fanny Hill)》은 구약성서가 됐고 《매춘부(Fille de Joie)》는 신약성서가 됐다. 법률서 사이에서 볼테르의 저작 중 한 권을 찾을 수도 있었다.   

혁명의 의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책 밀수가 성행했다. 라틴 아메리카의 독립 전쟁 시기에 서적 교역은 대부분 밀수의 형태를 띠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혁명적인 밀수꾼들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돈벌이 수단에 얻어 걸린 우연이었을까?
이 두 가지 동기는 상호배타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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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독일 태생의 영국인 인쇄업자 루돌프 애커먼이다. 그는 상품 가격을 낮추거나 품목을 허위로 기재하는 유서 깊은 밀수 방법을 사용했으며, 세관과 ‘거래’를 하기 위한 중개인을 고용하기도 했다.   

밀수는 대개 혁명의 땅으로 향하는 직선주로를 달렸지만 검열이 심한 지역에서는 우회로를 활용했다. 시칠리아(Sicilia) 왕국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계몽에 대한 열망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작가 쥬제페 토마지 디 람페두자는 이와 관련해 소설 《표범(The Leopard)》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세관을 통해 시행되던 검열 제도 덕분에 그 누구도
디킨스나 엘리엇, 플로베르, 심지어 뒤마의 작품도 알지 못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19세기 후반 리투아니아(Lithuania)에서도 벌어졌다. 1864년부터 1904년 사이에 책 밀수꾼들이 모든 서적은 키릴문자로 인쇄해야 한다는 러시아의 정책에 반발해 소(小)리투아니아(동프러시아)에서 로마문자로 인쇄된 문학 작품이나 잡지, 신문 등을 밀수해 리투아니아로 들여왔다.    

이렇게 낭만적 자유주의 신문 〈새벽(Auszrai)〉과 월간지 〈종(Varpas)〉이 밀수를 통해 국경을 넘어왔다. 리투아니아인들의 땅과 문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몇 십 년이 지나서는 반대 방향으로 운송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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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Dr. Zhivago)》는 요즘 눈으로 보면 그리 선동적인 작품이 아니지만 1950년대에는 소비에트 연방 체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인식됐다. 1956년 영국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이 그 원고를 밀수해 러시아 밖으로 빼돌렸다. 역사에서 지워져버렸을 수도 있었던 글과 사상이 마침내 1957년에 출간됐다(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어와 러시아어로 출간됐다). 이 작품은 1958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고 1965년 명작 영화로 재탄생했으며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책과 뮤지컬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출처 http://blog.naver.com/yeamoonsa3/220850838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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