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립 프라이머야.
직접 인사하지 못하고 이렇게 글로 쓸 수 밖에 없음이 너무 마음아프구나
거긴 어떠니? 어두워서 무섭거나 춥지는 않아?
혹시 널 발견한 누군가의 손길에 이끌려 낯선 곳에 있지는 않니?
내가 널 더 신경 썼어야했는데......... 정말 후회뿐이구나
오늘 강원도를 가는 버스 안에서, 난 여느때와 다름없이 화장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파우치를 열었지.
거울을 꺼내드는 순간, 무언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났어.
내 파우치에서 떨어진건가? 당황해서 의자밑을 이리저리 살폈지만
우등버스라 그런지 의자가 커서 밑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
그런데 때마침, 뒤에서 한 아주머니의 "아유,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들렸지
아. 뒷자리 아주머니가 뭔가 떨어뜨리셨고 그걸 다른 분이 주워주셨나보다. 괜히 걱정했네
하고 넘겨버렸어.....
평소였다면 내 파우치에서 니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바로 눈치챘겠지만
하필 오늘 가방의 짐 좀 줄여보겠다고 파우치 안에 있던 립들을 몇개만 제외하고 모두 책상 위에 올려두고 왔었지...
급하게 대충 빼둔거라 정확히 뭘 챙겼고 뭘 놔두고 왔는지 기억도 안나더라..
그래서 내 파우치에 니가 보이지 않았어도, 그저 책상위에 두고 왔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
하지만 집에오니..... 넌 없더구나.
모든 상황을 깨닫고나니 참 내가 원망스러워. 버스에서 화장품 흘리는 거 나한테는 해당 없는 일이라 여겼는데...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사진첩을 뒤져봤지만 너와 찍은 사진이 단 하나도 없더라... 다른 애들은 그렇게 많이 찍어댔는데...
못난 주인이여서 미안해. 다음 생엔 니가 주인으로 태어나렴..
몇 번 쓰지도 않아서 항상 새것같은 너였는데, 이렇게 되어서 미안해.
안녕. 잘 지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