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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시간에 녹이 슬었어요
게시물ID : humorbest_12947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40
조회수 : 3341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8/17 00:23:46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8/16 18:15:32
*재미있게 봐주세요 약간 미게랑 어울릴 법한 내용입니다..
 
 
 
 
 
도도새 소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모리셔스 섬에서 도도새가 다시 출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내와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웃어 넘겼습니다.
미친 소리잖아요.
300년 전에 이미 인간이 멸종시킨 새가 난데없이 다시 나타났다니.
게다가 관광 명소인 그 섬에서 말이에요.
공원 후미진 곳에서 몇 마리가 발견된 것도 아니고 수천마리가 섬을 뒤덮다시피 했다잖아요.
자연재해나 전쟁이 주를 이루던 뉴스에 등장한 새로운 주제로는 썩 괜찮았습니다.
사람들을 웃게 해줬으니까요.
게다가 모리셔스 섬 거주민들은 도도새 알을 닥치는 대로 팔아서 짭짤한 수입도 올렸습니다.
하지만 금새 사람들은 도도새의 출현에 금방 무뎌지고 새로운 사건에 관심을 집중했습니다.
중국에 맘모스가 출현했거든요.
들소 떼가 캔자스의 작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요.
그랜드 캐년에 갑자기 큰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했어요.
 
새로운 사건들이 점점 빠른 속도로 생겨났습니다.
아멜리아 에어하트멀쩡하게 돌아왔어요.
(역주-1928년여성으로서는처음으로대서양횡단비행에성공, 세계일주비행중남태평양상에서소식이끊겼음)
멕시코에서는 유카탄 반도 근처 바다가 끓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난데없이 UFO가 지구에 착륙했을 땐 모두가 어떤 기대감을 가졌죠.
우주선이 뭔가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기대했었거든요.
하지만 그 우주선에서는 인디언 우주비행사 두 명이 내렸고 2041년에서 왔다고 전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발생하는 동안 과학자들은 TV방송 여기저기에 불려가기 바빴습니다.
 
"아직은 아무런 설명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저희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하지만 짧게 말씀드리자면, 시간이 붕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이 무너지고 있어요. 시간에 녹이 슬고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이 현상을 명명할 필요는 있었습니다.
그 과학자는 한마디로 '녹'이라고 정했어요.
녹은 빠르게 번져갔습니다.
지금은 녹이 슬지 않은 곳이 없어요.
'지금'이라는 개념도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만 현재 유럽에 빙하가 생겼고 피라미드가 사라지는 등
점점 더 많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마구잡이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녹은 제 아내에게도 발생했습니다.
쉘리는 임신 중이었는데 갑자기 태아가 중년이 된 겁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한 몸에 성인 두 명은 곧 둘 중 한 명만 생존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요.
 
그 일이 있고나서 저는 초탈한 상태가 되버렸습니다.
시간이 미쳐가듯 저도 미쳐간다고 할까요.
어쩔 때는 웃음이 나기도 해요.
도도새 소식을 듣고 웃었을 때 처럼요.
의사들이 저의 '녹'을 발견했을 때도 웃음만 나더군요.
악성은 아니었나봐요.
이렇게 살아남아서 저의 '녹'을 알게 되니 기쁘기까지 합니다.
가끔은 말이에요.
몸은 서른 살인데 백 살이 된 심장을 갖고 있으니 모골이 송연해지는 안정감이 느껴지곤 해요.
출처 Rusting Time
https://redd.it/4wudp9 IPostAtMid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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