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 서점에서 문득 눈에 띄어 산 책이 있는데요.
그 때는 별 재미를 못느껴서 책장 한 구석에 꽂아놓고 십수년을 놔뒀는데,
한 번 읽어볼까 싶어서 꺼내들었습니다.
쭉쭉 페이지를 넘기다가 한 곳에서 멈추고 말았어요.
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우선 자신을 잘 감추어 지켜내야 한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면 어떻게 훗날의 대업을 이룰 수 있겠는가?
영웅들이 자신을 지키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자살을 함으로써 자신의 명예와 자신을 도왔던 무리를 지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을 위협하는 인물들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조조가 여백사를 죽인 것은 두 번째에 해당한다...
- 사마열인, <조조의 면경>.
노무현 대통령은 가장 괴로웠던 점이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다치는 것, 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신변을 지키려 죽음을 택하셨는데,
그 결단이 본인과 주변인들 모두의 정치적 생명을 살려냈죠.
아마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사건이고,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결과였을 겁니다..
오늘날 더민주의 선전도, 그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구요.
(친노 인물들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 회복이 없었다면 더민주는 아마 존재하지도 않았겠죠)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숙원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며 세상을 등졌을지 모르겠지만,
그 결단으로 결국 대업을 이룰 수 있게 된 오늘날의 상황을 생각하면 위의 구절이 참으로 절묘하다 싶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과연 영웅은 영웅이었나보다..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