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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악몽
게시물ID : panic_919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과그림자
추천 : 22
조회수 : 187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12/25 17: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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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을 줄게요. 도망가지 못하는. 선물을 골라보세요."

 얼굴은 있지만 이목구비가 없는 얼굴의 이가 손목을 잡아끌었다. 손목을 끊어내고 도망가려하자 오히려 세게 쥐어 민준은 도망칠 수도 없었다. 민준의 등 뒤로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민준은 흥건히 젖은 겨드랑이를 닦고 싶어졌다.

 "선물이 있어요. 도망가지 못하는. 선물을 뜯어보세요."

 고깃덩이를 덕지덕지 발라놓은 얼굴은 사람 얼굴의 살만 떼어 녹여놓았다가 대책없이 굳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민준은 두려웠지만 별 방법이 없었다. 민준은 별 수 없이 고기인간의 뒤를 따라 끌려가듯 걸었다.

 "당신을 위한 선물이 있어요. 도망가지 못하는. 선물을 뜯어보세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고기얼굴이 민준을 끌고 가 도착한 곳은 트리 아래였다.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의 얼굴모양으로 생겨먹은 전구와 볼들이 다양한 색깔로 반짝였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크리스마스였던가. 민준은 오랫동안 떠올려보지 않은 날짜를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당신을 위한 선물이 있어요. 도망가지 못하는. 어서 선물을 열어보세요."

 트리 아래에는 6개의 크고 작은 박스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어떤 게 내껀데?"
 
 고기인간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되물었다.

 "어느 게 당신 것이 아닌데요?"

 "그럼 이게 전부 내꺼라고?"

 "........"

 고기인간은 대답하지 않았다. 민준에게 대답해 줄 가치를 못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고기인간은 말라붙은 물만두처럼 쪼글쪼글한 귀를 후비적대었다.

 "열어보세요. 어서요."
 
 가만히 주위를 둘러만 보고있자 고기인간이 재촉했다.

 민준은 가장 작은 은빛 상자를 골랐다. 은빛 상자는 젓가락만한 길이에, 한 손에 다 쥐어지는 크기였다.

 민준은 포장을 풀었다. 

 손때가 잔뜩 붙은 은빛의 비녀에 민준은 실망했다. 선물이라면 새 것인게 당연한 것 아닌가. 게다가 남자니 쓰지도 못할 것 아닌가.

 '그래도 특별한 뭔가가 있는거 아닐까.'

 달빛에 비추어 민준은 평범해보이는 비녀를 살펴보았다. 어느 순간 번갈아가며 빛나던 전구가 전부 동시에 켜졌다. 크리스마스 전구 아래 반질반질한 문양이 살짝 드러났다. 

 나비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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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준의 할머니께서는 나이의 흔적을 그 온 몸에 새긴 작은 몸집의 노인네셨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그 나이대 노인답게 파마를 하실 수도 있었지만 할머니는 고집스레 당신의 긴 머리를 쪽을 지어 틀어올리셨다. 말하는 것도 남과는 달라 늘 흥분하는 법 없이 조곤조곤 이르시곤 하셨다.

 할머니의 머리를 감아올려주던 것은 나비모양이 음각된 소박한 비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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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순간에 사라져 유품에서도 찾을 수 없던 물건이 나타난 것에 민준은 기분이 이상해졌다.

 민준은 홀린 사람처럼 기어가듯이 정신 없이 걸어가 다음으로 작은 상자를 열었다. 회색 포장지가 다 벗겨지자 드러난 것은 리모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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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어느 날부터 할머니는 조금씩 이상해지셨다.

 "이런, 리모콘이 어디갔는지 보이질 않는구나."

 할머니, 냉장고 안에 있어요. 민준은 키득이며 대답했다. 차가운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려주고 자신은 방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가 어디니? 처음 와보네."

 할머니, 10년 동안 우리가 살던 집이에요. 민준은 할머니의 뜬금 없는 장난에 뒷머리를 긁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하나도, 재미없었다.

 "누가 내 물건에 손 댔어? 응? 어딜 숨기려고 들어, 건방진 것!"

 아무도 할머니의 물건엔 손대지 않았어요. 할머니는 벌게진 눈으로 민준과 민준의 어머니를 노려보았다. 할머니가 찾는 물건은 그제 먹었던 닭다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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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준은 떨리는 손으로 다음 상자를 열었다. 적당히 손에 잡혔던 상자의 안에는 작은 잇몸같은 선홍색의 주머니가 또 들어있었다. 잘 열리지 않는 주머니 속에는 똥내나는 하얗고 누런 조약돌 여러 개와, 막대 사탕이 하나 있었다.

 막대사탕은 사과맛이었다. 인공적이라 민준이 가장 싫어하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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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아저씨 누구에요? 나 아저씨 처음 봐!"

 할머니. 민준의 할머니는 민준을 아저씨라 부르며 사탕을 요구했다. 민준이 충치를 걱정해 거절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제자리서 엉엉 울었다.

 단독주택이라 이웃 마찰은 없었지만 난처하기는 다르지 않았다. 언제나 자애로웠던 할머니의 변신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일이었다.

 할머니는 점점 상태가 악화되서 기저귀를 차기 시작했다. 위생관념도 흐릿해지셨는지 언제는 한 번 다 먹었던 치킨 상자 안에 변을 모아둔 적도 있었다.

 병원에 다녀온 이후부터 어머니는 한숨을 쉬는 횟수가 많아졌고 아버지는 담배피는 시간이 길어졌다. 민준은 필요할 때 빼고는 방에서 나오지 않게 되었다.

 "먹어."

 민준이 겨우 하는 일이라곤 할머니가 끝도 없이 앙앙 울어댈 때 어머니가 사둔 막대사탕을 까서 입에 물려주는 것 뿐이었다. 딸기맛이나 포도맛은 민준이 게임할 때 오고가며 다 먹어버려, 할머니에게 물려주는 것은 항상 가장 맛없는 사과맛 사탕이었다.

 그래도 뭣도 모르는 할머니는 천치처럼 침을 흘리며 헤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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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선물이, 있어요. 도망치지, 못하는. 마저, 뜯어보세요."

 민준이 한 걸음 물러서자 고기인간은 두 걸음 다가섰다. 고기인간은 민준의 팔을 잡았다.

 "뜯어요. 도망치지 못하는 선물을."

 "싫어.... 싫어.... 싫다....."

 민준이 도리질칠 때마다 고기인간은 민준의 팔에 힘을 주었다. 민준은 팔이 쥐어짜이는 듯한 모습에 가까워져서야 겨우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트리가 다시 한 번 빛났다. 

 트리에 매달려 있던 눈 감은 사람의 형상을 한 전구들과 장식들이 일제히 눈을 떴다.
 
 민준은 반사적으로 올려다 본 트리를 보고 혼절하고 싶었다. 장식들은 아래 위 옆 여러 곳에 매달려 있었지만 그 눈은 전부 민준을 주시하고 있었다.

 깜박임조차 없는 수 많은 작은 눈들은 전부 민준을 관찰하고 있었다.

 고기인간은 굳어있는 민준의 손을 끌어다 반찬통만한 상자에 올려놓았다. 말라붙은 피 색깔의 상자에 민준은 토하고 싶었다. 민준은 상자을 여는 대신 고기인간에게 반항하며 경련하듯 움직이다가 상자를 뒤엎었다.

 엎어진 상자에서 까만 뱀 같은 것이 꾸물거리며 기어나왔다. 검붉은 가루가 기어가는 자리에 떨어져 인상적인 흔적을 남겼다.

 그러나 민준은 그것이 뱀같은 생물이 아님임을 알고 있었다. 머리카락이었다. 살점과 함께 뽑혀버린, 길고 가는, 힘 없어 버석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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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악! 저년이야! 저년이 내 돈을 훔친 년이라고!"

 일요일은 아니었지만 쉬는 날이었다. 크리스마스는 빨간 날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쥔 채로 할머니는 소리를 꽥꽥 질러대셨다. 민준이 방 안에서 내려오자 할머니는 비굴하게 웃으며 민준에게 실실거렸다. 그 손에서 엉긴 머리칼이, 머리카락에 딸려나온 살점들이 바닥에 점을 남기며 질퍽하게 떨어졌다. 

 곧이어 아버지가 방에서 나왔다. 민준은 얼굴을 팍 찡그리고 방에 쳐박히기로 했다. 방에 들어가자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울음소리는 아버지의 더 큰 목소리에 잠겨 들리지 않았다.

 그러게 요양원에서 모시자니까, 나 이렇게는 못 살아.... 아니 그래도 날 키워주신 어머니야, 짐승도 저 키워준 부모를 돌보는데 당신은 어쩜 그렇게 인간의 도리도 못해줘? 어머니는, 날 돌보시느라 허리도 굽으시고, 응, 이 손도 봐, 갈라진 손을 보고도 당신은 느끼는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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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네가 좋아하는 거에요."

 고기인간은 어느 한 쪽을 가리켰다. 그 손 끝의 방향에는 찌그러진 골판지 상자가 있었다.

 민준은 죽음을 마주한 초식동물처럼 파들파들 떨며 그것을 열었다.

 조립형 PC, 익숙한 놈이었다. 옆면에 붙여놓은 싸구려 판박이 스티커가 아니어도 그는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방에 놓여있던 물건이었다. 5년동안 매일을 게임을 구동했던 그 컴퓨터였으니, 못 알아볼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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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커지는 울음소리와 고함소리가 웅웅 머릿속을 울렸다. 말벌 두 마리가 머릿 속에 들어와서 왼쪽과 오른쪽에서 열심히 날갯짓하는 것만 같았다.

 당신 어머니잖아, 당신, 우리 어머니한텐 어쨌어? 응? 어쨌냐구! 응? 어쨌냔말이야! 하, 그 이야기가 왜 나오는데? 그래, 못하겠으면 그만둬. 통장이나 내놓고. 

 방문을 닫았다. 이때 나가봤자 좋을 일 없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 둘은 둘 다 자식이 자신의 편울 들어주길 바랐지만 민준은 어디에도 끼고 싶지 않았다. 시간만 지나면 조용해진다. 시간만 지나면... 


 민준은 숨을 죽이고 시간을 보내기 가장 적당한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나 옷도 제대로 못 사입었어! 시장에서 오천원 만원짜리 겨우 사면서, 그렇게 살았다고!


 참새같은 어머니의 잔소리는 항상 귀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어머니의 잔소리는 늘 민준에게 녹슨 쇳조각이 칠판에 끼긱 긁히는 것 같은 불쾌한 감각을 일으켰다. 민준은 인생한탄하는 그 소리에 질려 헤드셋을 끼고 게임소리를 높여버렸다. 디리링디리리리링. 밝은 게임 메인창의 오프닝은 더할 나위없이 평화로웠다. 접속하자 귀여운 민준의 캐릭터, 노에미는 민준을 반겨주었다. 

[기다렸어요~주인님~]

 숨이 턱턱 막히는 정적 아니면 고성이 오가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반겨주는 아이. 현실을 위로해주는 것 같은 자신의 노에미를, 민준은 사랑할 수는 없어도 꽤나 좋아했다.

 노에미는 모니터 속에서 이번 크리스마스 한정판매 코스튬을 입고 눈을 반짝거렸다. 살랑살랑 흔드는 엉덩이가 제법 귀여웠다. 

 민준은 접속중인 게임상의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게임을 시작했다.

 "미안하다, 미안해...."

 흐느낌이 들렸다. 민준은 그 소리가 들리기까지 30분간, 1번 죽고 4명을 죽였다. 게임은 나름 순조롭게 풀리고 있었다. 민준이 다시 필살기를 쓰려는데, 다시 흐느낌이 들렸다. 민준은 그 소리가 순간 게임에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게임상에서 그런 효과음은 존재하지 않았다. 민준이 의아해하며 게임을 잠깐 멈추자 그 소리는 거실에서부터 이어져 들려왔다. 

 "늙으면 죽어야지..... 내가 왜 살아서....."

 힘 없는 목소리가 거듭 사과를 건넸다. 할머니였다. 민준은 마우스를 컴퓨터 책상에 던졌다.

 어머니가 우는 소리도 아버지가 짜증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민준은 한숨쉬다가 전원마저 꺼버리고 방문을 벌컥 열었다. 갑자기 목이 말라왔다. 사막의 한 가운데에 떨어진 것처럼.....

 -아니에요, 아니에요 어머니....

 거실에서 두 모자는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제정신이 돌아온 치매노인과 그 아들. 애틋할 법도 했지만 민준은 그 모자를 감흥없이 지나쳤다.

 "민준아...."

 멍하니 주저앉아 있던 어머니가 손을 뻗으며 나직이 불렀지만 그 소리는 주의하지 않으면 듣지 못할 정도로 매우 작았다. 그래서 민준은 모른 척하기로 하고 그대로 부엌으로 쭉 걸어가 차가운 잔에 오렌지 주스병에 담긴 보리물을 담아 들이켰다. 그 목소리는 매우 작았고, 그걸 듣지 못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벌컥벌컥벌컥벌컥.....

 식도로 차가운 것이 지나갔다. 그런데도 갈증이 가시지 않아 몇 번 더 들이마셨다. 그러고나니 물통이 비었다.

 "나갔다 올게."

 갈증이 가시자 이번엔 가슴이 갑갑해졌다. 치매걸린 노인네의 똥내와 지린내에 자신도 조금은 그렇게 된 것임이 분명했다. 분명 그랬다.

 [나 : 야 술]
 [김성민성민 : ㅇㅋ]

 그래서 고등학교 친구놈을 불러 한 잔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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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상자가 남았다. 민준은 고기인간의 눈치를 보았다. 민준의 감은 마지막을 열지말라 말하고 있었다. 고기인간은 아무 말 없었다. 민준은 슬그머니 발을 돌렸다.

 고기인간은 어느 새 민준의 앞에 있었다. 전기밥솥만한 선물 상자는 갈색이었다. 갈색이라기보다는 똥색이었다. 고기인간은 민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민준은 다시 도망쳤다.

 그 앞에도 고기인간이 있었다. 고기인간은 눈은 없었지만 민준을 계속 보고 있었다. 

 민준은 달렸다. 무작정 고기인간을 등지고 달렸다.

 숨이 끝까지 차 피맛이 날 정도로 달린 민준이 도착한 곳은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눈만 뜨고 있던 장식들은 어느 새 입도 생겨 자기네들끼리 속살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눈은 여전히 민준을 보고 있었다. 




 민준은 다시 등을 돌려.........



"선물이 있습니다. 도망치지 못하는."

 고기인간의 고기반죽덩어리 같은 얼굴에 갑자기 쩍하고 균열이 생겼다. 

찌이이이익.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고기인간은 얼굴을 찢었다. 가로로 찢어진 구멍은 위쪽으로 나있어 웃는 것처럼 보였다. 히이히이히이히. 바람새는 웃음소리가 그 찢어진 구멍에서 흘러나왔다. 민준은 다시 등을 돌렸다.

 "선물을."

 고기인간은 등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았다.

 "보세요."

 민준은 다시 등을 돌렸다. 히히 웃는 웃음소리가 귀를 스쳤다. 민준은 도망가고 싶었다.

 "선물이 있습니다. 도망치지 못하는."

 고기인간은 상자를 열었다. 민준은 고개만을 돌렸다. 뚜껑 열린 상자가 놓여있었다.

 "한 번 보세요."

 상자 안에는 상상하던 대로 잘린 목이 있었다. 민준은 주저 앉아 파들파들 떨었다. 트리에 매달린 장식들은 그런 민준을 보며 깔깔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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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와 술을 마시다 얼큰하게 취한 민준은 비틀거리며 집에 돌아왔다. 어머니에게 해장국이라도 부탁할 생각을 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온 몸이 부딪혔다. 축축한 무언가가 콧잔등을 지나갔다. 민준은 뒤로자빠졌다가, 충격의 여파로 토사물을 아파트 복도에 웩웩하며 쏟아냈다. 

"어?"

 민준은 시큼한 입을 닦다가 현관문 안쪽에 빨간 글씨로 무언가가 써있는 것을 보았다.

 -너는 돼지새끼야.

 똥냄새와 지린내가 났다. 강하게, 풀풀.

 민준은 현관문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매달려있는 무언가였다.

 끼익.끼익.

 실 끝에 매달린 추처럼 그것은 흔들렸다. 바람오는 날 녹슨 그네처럼 그것은 공기 중에 떠 처연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혀가, 혀가 보였다. 길게길게 늘어나 축 중력을 따라 처진 혀가 보였다. 

 발이, 발이 보였다. 더러운 것을 똑똑 흘리며 검게 변한 발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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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속 혀를 쭉 빼민 목은 눈을 뜨며 말했다.

 "여기 엄마가 있습니다. 죽음으로 도망친. 등골을 뜯어보세요."

 고기인간은 히히 내던 바람소리를 멈추고서 말했다.

 "돼지새끼."

 트리에 매달린 장식들의 수 많은 눈깔들이 민준을 향했다.

 "돼지새끼, 돼지새끼."

 "돼지새끼."

 "너는 돼지새끼야, 돼지새끼."

 민준은 귀를 막았다. 그러나 그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게 민준에게 소리지르고, 말하며 속삭였다. 크리스마스 날의 길에서 캐롤이 울리듯 욕설이 사방에서 울렸다.

 "돼지새끼."

 "엄마 뒤질 때 게임하러 간 돼지새끼."

 "돼지새끼, 돼지새끼."

 "애미 뒤진 돼지새끼, 돼지새끼."

 "애미 시체에 부딪히고서도 눈물보다 술섞인 토 먼저 뱉어낸 돼지새끼."

 "돼지새끼돼지새끼돼지새끼."



깔깔깔깔!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여기 엄마가 있습니다. 죽음으로 도망친. 어서 엄마의 등골을 다시 뜯어보세요! 어서! 어서! 어서! 이 돼지새끼야!"
출처 くコ: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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