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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정원] 3.잠자는 숲속의 공주
게시물ID : humorbest_12958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6
조회수 : 1601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8/19 13:40:44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8/18 23: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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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실패의 정원 1. 죄와 벌 - http://todayhumor.com/?panic_89509
 
실패의 정원 2. 미운 오리 새끼 - http://todayhumor.com/?panic_9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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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따뜻한 날이었다.
 
눈을 떠보면 내 옆엔 웃고있는 부모님이 있었다.
 
그리고 장난치는 동생들도.
 
모두가 있었다.
 
행복은 내 두손 가득 들어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 과한 행복이었을까.
 
점차 행복은 새어나왔다.
 
서서히.
 
 
아버지가 급환으로 돌아가셨을때
 
나는 내가 얼마나 우둔한 사람인지 깨달았다.
 
그 사랑에 답하지 못하고
 
무언가 해드리지도 못하고
 
떠나는 아버지에게 제대로 인사하지도 않고
 
마지막 한순간,
 
그 한순간마저 놓쳐버린 나는
 
정말.
 
 
눈을 감고 창백한 아버지가 그곳에 있었다.
 
옆에서 무언가 말했지만 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이미 차가워서
 
차가워서 마치 마네킹같은 아버지를 끌어안고 오열할 뿐이었다.
 
더이상 내 눈물은 그에게 닿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가 떠나갔을 때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어린 동생마저 버리고 떠나는 어머니에게
 
아무 행동도
 
아무 말도
 
아무 것도.
 
 
나는 그저 떠나가는 어머니를 바라볼 뿐이었다.
 
어머니는 차갑게 뒤 돌아 서있었고
 
그저 그랬다.
 
 
정말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간 그를
 
정말 아무 말도 없이 떠나 보냈다.
 
 
다음날 밥을 먹던 동생들이 나에게 물어보았다.
 
어머니는 어디에 있느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아이들이 울고 어머니를 찾아 나갔지만
 
난 그저 앉아 밥숟가락을 들었다.
 
 
불안에 떨던 그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고서
 
어머니의 마지막 떠나가던 모습이 보여서
 
숟가락을 들었다.
 
꾸역꾸역 입에 밥을 넣었다.
 
애써 잊어버리려.
 
 
일자리를 구해 일을 나가게 되었다.
 
세명의 동생은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다.
 
게다가 막내는 아직 초등학생밖엔 안됐다.
 
그 아이들를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해야했다.
 
온갖 폭언을 들으면서 웃는 얼굴로 인사했고
 
쓰래기 같은 사람들에게 술을 따랐고
 
나를 팔았다.
 
 
하지만 행복은 사라져만 갔다.
 
이번엔 막내가 고열로 병원에 실려갔다.
 
 
병원에서 막내는 애써 웃어보였다.
 
40도가 넘는 열에도 애써.
 
격리된 병실에서 저 멀리 창을 쳐다보며.
 
 
나는 그 아이를 보고 웃어보였다.
 
그리고 돌아선 순간 다리가 무너졌다.
 
끔찍한 아픔에 땅을 쳤다.
 
몇번 치다보니 손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
 
하지만 아픔은 가시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가시와 같이.
 
 
어머니와는 어떻게든 연락했지만
 
이내 무시당했다.
 
이제 그는 우리를 잊은 것이다.
 
잊어버린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 아이는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나도 힘을 내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수십명에게 접대를 하고
 
수백개의 술병을 따르고
 
밤낮을 잊고 일했다.
 
나를 버려서라도 일했다.
 
 
그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기를 기도하면서.
 
 
그리고 다시 그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동생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들었다.
 
엄마가 보고싶어.
 
이 한마디 였다.
 
 
그 날, 오랜만에 소주 한개를 마셨다.
 
처음처럼, 그래. 처음처럼.
 
 
처음처럼 살고 싶다.
 
처음처럼 행복하고 싶다.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문득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눈이 내렸다.
 
새하얗게 아름다운.
 
 
그 때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눈을 쌓아 눈집을 만들어 주시고
 
막내는 그 안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고
 
어머니는 따뜻한 차를 끓이면서 웃고 계셨다.
 
나는 내리는 눈을 보며 손을 펼쳤다.
 
볼록하게 쌓인 눈은 마치 눈에 뒤덮힌 동산같아서 아름다웠다.
 
아름다웠다.
 
 
눈물이 핑 돌았다.
 
목이 턱, 메였다.
 
 
그때와 같이 손을 펼쳐 보았다.
 
눈이 쌓였다.
 
하지만 이내 녹아버렸다.
 
흐르는 눈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자네는 실패했다네."
 
그 말은 내 마음을 가르기엔 충분한 말이었다.
 
나는 실패했다.
 
모든 것을 실패해버렸다.
 
더이상 행복은 보이지 않는다.
 
녹아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
 
나는 실패했다.
 
모든것에.
 
 
이젠 아무것도 없다.
 
 
"과연 지금 자네의 손엔 아무것도 없을까?"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 회색으로 뒤덮힌 그의 회색빛 눈동자는 끝없는 우주 같았다.
 
그 눈동자에 비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내 손을 잡았다.
 
 
"정말 아무 것도 없을까?"
 
 
그의 손은 차가웠다.
 
하지만 이내 점점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자네는 실패하지 않았어. 적어도 여태까지의 인생에서는."
 
"그리고 자네는 모든 것을 잃지 않았다네."
 
"잊지말게나."
 
"자네를, 그들을 잊지 말게나."
 
 
그는 내 손을 놓았지만 손 안에 온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점점 세상이 아득하게 흐려졌다.
 
 
"언제까지 잠자고 있을건가? 물레 바늘은 이미 사라졌네."
 
 
그의 말과 함께 세상은 불이 꺼지듯 검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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