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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문득 우리 아버지였다.
게시물ID : baby_176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아빠
추천 : 10
조회수 : 970회
댓글수 : 42개
등록시간 : 2016/12/26 02:37:12
두돌된 나의 딸. 어린이집에서 받은 생일선물 중 연필이 있었다.

깎아달라고 부탁하는 딸, 아내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깎인 연필을 들고 이리저리 휘두르는 딸.

그모습을 본 나는 너무나 위험해보였고, 너무나 불안해보였다.

"현아야, 연필은 뾰족하고 위험하니까 엄마아빠 주세요."

하지만 뾰족한 연필이 맘에 들었는지 주지않고, 더욱 세게 흔들었다.

가져가려고 하자 더욱 세게 쥐는 딸의 고사리같은 손.

순간 머리속에는 불안함과 분노가 커져만 갔다.

그리고 힘을 쥐어 뺏은 후 아내에게 도대체 왜 이런 위험한 물건을 줬냐고 화를 내는 순간.

딸아이의 눈물. 그리고 자재력을 잃은 나는 연필을 부순 후 휴지통에 넣어버렸다.

그걸 본 딸은 하염없이 울며, 오열하며, 뾰족한 연필을 아빠가 버렸다고 울었다.

"현아꺼, 뾰족해요 연필, 아빠가 부셨어. 아빠가 버렸어."

분노가 줄어들고 아이의 울음이 선명하게 들려오자 나는 뒷통수를 쎄게 맞은 얼얼함이 느껴졌다.

어릴적 나의 모습. 정확히는 초등학교때 아버지는 학습지를 하지 않으면 바로 매를 들었고, 잘못했다고 오열하며 무릎꿇고 싹싹 빌어도 나의 웃옷을 잡고 번쩍 들어 회초리질하셨다.

중학교1학년때, 공부는 안하고 만화책만 본다며 만화책을 찢어버리던 아버지의 모습.
중학교2학년때, 프라모델을 만드는 취미가 맘에 안드셨는지, 만화책이 맘에 안드셨는지. 나의 물건들을 박스에 모아서, 포장한다음 창고에 넣으시던 아버지의 모습.

조그만한 잘못에도 아버지는 늘 극단적이였다.

초등학교3학년때쯤, 카세트재생기를 떨어트려 손잡이가 부러졌는데, 아버지는 1월의 겨울 팬티도 안입히고 베란다에 강금시켰다.
베란다 바깥 풍경속에 동네친구들이 모여 눈싸움을 하고 있었고, 그모습을 본 나는 수치심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모습과 이상황이 너무나 두려웠다.

그러한 아버지의 모습과 나의 모습이 하나로 곂쳐지며 내 뒷통수를 쎄게 후려쳤다.
 
 아내는 곧잘 나의 극단적인 행동, 극단적인 선택이 맘에 안들어했었고 지적해 왔었다.

그때는 몰랐다. 

나의 행동들이 아버지의 행동과 같다는 것을.
그리고 또다른 피해자를 만든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은 알게되었고, 너무나 두렵다.

앞으로도 이럴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이런 내가 혐오스럽고, 20년전 나의 모습들이 끔찍하게 다가와서.


그날은 아내와 딸을 붙잡고 어린이가 되어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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