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도깨비 1화가 시작할 때의 나레이션에서 삼신할매가 그런 얘길 하시죠
수많은 전장을 다니며 수많은 생명을 취했고, 마지막엔 그 주인의 피를 마셨으니
도깨비가 안 되고 배길 수 있었겠느냔 말
김신이 도깨비가 된 게 아니라
김신의 검이 도깨비가 되었다는 듯한 뉘앙스였어요.
그리고 08화에서도
도깨비가 그러죠
"내가 처음 김신으로 태어났을 때. 당신이 나를 점지하지 않았나."
그리고 할매는 묘하게 대답합니다
"행복하길 바랐던 내 아이. 김신을 위해서. (한박자 쉬고) 네가 가장 원한 일일 테니까."
묘한 3인칭이었어요
'김신'과 '너'를 왠지 구분해서 사용하는 듯한 말투
그러니까
지금 공깨비의 육체를, 그리고 그 인격을 유지하고 있는 건
그 검에 깃든 도깨비인 것 같네요
김신은 이미 죽었고... 죽었지만.
주인의 죽음을 너무 슬퍼한 도깨비(검)가 주인을 완전히 죽지 못하게 비끄러매 두고 있는 거죠. 닻처럼. 무게추처럼.
그리고 생전에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주인의 인격을 흉내내어 자기 자신이 김신인 줄 아는 도깨비로 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검이 뽑혀야 김신도 다시 윤회의 고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도 같구요
그래서 할매가 넓게 판을 짜고 계신 것일테고.
검이 뽑히고 나서는 아마
도깨비는 무로 돌아가 사라질 것 같고
김신은
영원하지 않은,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필멸의 육체를 다시 선사받고
은택이랑 꽁냥꽁냥 하면서 잘 살 것 같기도 하구요
도깨비가 본 10년 후의 미래, 29세의 차은택이
어딘가를 보며 "대표님!"을 외치죠
도깨비는 그걸 보며 네 미래엔 내가 없구나 하면서 울먹이구요
많은 분들이 추측하시길
이건 도깨비가 1인칭 시점으로 은택이를 보고 있는 건데 깨닫지 못하는 거다, 라고 하셨는데
애초에 과거의 도깨비와 미래의 김신은 다른 존재. 별개의 존재라는 것도 재밌는 가설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