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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생이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게시물ID : animal_1296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캐진
추천 : 4
조회수 : 95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6/04 02: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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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는 오늘 술을 한잔 했습니다.
술을 먹어서 술게로 가야할까 했지만 주된 이야기가 나의 동생이라서 동게에 글을 씁니다.
긴 글이라서 글이 싫으신 분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죄송하지만... 저에게 상처되는 글은 적어주지 않았으면 해요.
 
 
 
제 강아지의 이름은 '단비'입니다.
제가 지어준 것은 아니예요.
단비가 우리집에 온 건 단비가 태어난 지 대략 4개월째입니다.
나는 그 때 많이 어려서 나이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그냥 내 기억엔 단비가 태어난 지 1살도 채 되지않은 나이였어요.
 
단비의 종류는 말티즈였고, 굉장히 사납고 예민한 아이였습니다.
단비는 가족중에서 나를 가장 업신여겼고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사람으로 대했어요.
수도 없이 물렸고 단비가 물린 곳은 항상 곪았어요. 파상풍주사에 치료까지 받고 너무나도 많이 물렸지만 단 한번도 미운 적이 없었어요.
저는 외동입니다. 의지할 곳이 엄마,아빠...그리고 단비 뿐.
하지만 우리 단비는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굉장히 영리했어요.
정말 교육도 시키지 않았고 어떠한 도움도 없이 '기다려' , '앉아' 이걸 스스로 해내더라구요.
 
저는 동물을 정말 좋아합니다. 아주 아주 어린 나이 때 부터 길에 지나다니던 유기견들도 고양이들에게도 겁 없이 다가갔으니까요.
부모님은 항상 걱정했어요.
그런데 동물들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이상하게 저한테 많이 다가왔습니다.
엄마가 '너 길거리 동물들 좀 애지간히 데려와라' 할 정도 였어요.
 
단비 이야기로 넘어가서.... 단비는 저의 막내 삼촌의 지인이 키우시던 강아지 였는데요.
그 지인분이 아이를 가지게 되서 강아지를 더이상 키울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단비가 우리집에 오게 되었지요.
단비는 처음에 애교도 많고 통통 튕겨다니는 그런 사랑스러운 아이였어요.
 
단비를 데리고 집에 온 날이 제가 10살이였습니다.
처음 단비가 집에 왔을 때 저는 동생이 생겼다기 보다는 '와...하얗다' 이 느낌 뿐이였어요.
정말 정말 하앴거든요.
하얗고 털이 부드럽고 단모이며 굉장히 작은 몸집의 건강한 말티즈였어요.
지금까지 키우면서 병원 한 번 간 적이 없었어요. 아픈 적도 없었고, 그 흔한 감기 한 번 걸린 적이 없었어요.
자유 급식을 했는데 알아서 체중 관리를 하고 밥을 먹고 스스로 운동을 하고 몸매 유지를 하더군요.
 
 
그렇게 단비와 지낸 지 6년이 되었을 때 내가 중학교3학년 이였어요.
점점 사나워 지는 단비의 모습을 보고 '내가 무섭나??' 싶었지만 은근히 소유욕이 발동했어요.
'나한테만 따르게 해야지' 하구요.
근데 어느 날, 단비의 정수리 부분을 봤는데......... 그 곳이 털이 나지만 다른 곳에 비해 더디게 나더라구요.
알아보니.. 단비가 있었던 집에서 5살짜리 남자아이가 단비를 봉지에 넣고 돌리고 많이 괴롭혔다고 들었어요.
저는 정말 분노했지만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어요.
그리고 단비가 사람을 경계하고 자신을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를 알게되었죠.
 
그렇게 단비에게 수도 없이 물렸고, 엄마 아빠에게 단비가 혼나고.....
지내 온 시간이 벌써 내가 성인이 되었는데요.
 
내가 성인이 되고 그리고 지금의 나이 22살이 되기까지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 단비가 조금만 걸어도 비틀대고 조금만 걸어도 힘들어해서 안고 콧바람만 마시게 해줬는데도 불구하고 집에 가면 너무 힘들어하구요.
그렇게 거실을 걸어다니다가 픽- 쓰러지고... 그러더라구요.
저는 너무나도 놀랐고 무서웠어요.
그렇게 저에겐 지옥이 시작되었어요.
 
단비가 쓰러지는 횟수가 많아졌고, 기절하는 횟구도... 괴로워하는 날도 많아져갔어요.
병원에 갔지만 병원에서는 다 똑같은 말 뿐이더라구요 '나이가 먹어서.. 심장이 안좋아져서 그래요. 이건 고칠 수가 없어요. 약을 먹이더라도 단비가 오늘 죽을 거.. 다음 날 죽게 하는 그런 약이라서.. 단비도 고통스러워 할 겁니다...' 이런 식의 내용이였어요.
 
나는 너무너무 화가 났어요.
하루고 이틀이고 그냥 더 오래 살게 해달라고.
그런데 엄마가 그러더라구요.
 
'사람이건 동물이건 갈 때가 되면 보내주는 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주는 최선의 보답이야. 억지로 잡고 있어봤자 단비는 더 괴로워 할거야'
 
저는 생각이 달랐어요.
내가 비록 단비의 마음을 알 순 없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가족이랑 있고 싶은 그런 마음..
그리고 더 사랑받고 싶은 그런 마음.....가지고 있을거라고...
 
그렇게 집에서 백수생활을 했던 저에게 단비의 보살핌은 넘어왔어요.
나는 끝까지 단비 곁을 지키고 싶었고 단비가 건강했을때도 무조건 '넌 죽어도 언니품에서 죽어야 해. 다른 곳에서 죽으면 절대 안돼' 라는 식의 생각이였어요. 항상 그걸 엄마에게도 말했고 단비에게도 말했었어요.
 
그렇게 단비의 간호를 오랫동안 하던 날
단비가 기지개를 너무나도 편하게 피는데 위압함?이 느껴졌어요.
아니나다를까 갑자기 혀를 내밀고 헐떡 거리면서 입맛을 다시더라구요.
저는 놀라서 물을 바로 가져다가 단비 입에 게속 떨궈줬고, 계속 물을 천천히 먹여줬어요.
그렇게 고비를 넘겼어요.
 
그리고 이틀 후..
단비에게 한시라도 눈을 떼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서 잠도 제대로 못 잤었었는데 그 날 따라 너무나도 잠이 많이 오더라구요.
30분만 딱 자고 일어나야지- 하고 알람을 맞추고 잤어요.
일어났는데 2시간을 잤더라구요 알람소리를 못듣고...
 
단비가 안보여요.
 
내 머리맡에 단비가 누워있어요.
봤는데... 이상해요. 이질감이 느껴졌어요.
단비를 살짝 만졌는데 움직이질 않았어요.
단비 얼굴에 손을 댔는데 화를 내지도 않았어요.
평소 같았으면 으르렁 거리면서 날 물려고 했을텐데 안그랬어요.
단비를 안고 오열했어요.
단비가 속이는 것 같았고, 나만 빼고 세상이..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저는 계속 계속 깨웠는데 안움직여요..
단비 배에 가슴에 귀를 댔는데 심장 뛰는 소리가 안들렸어요.
절대 안움직여요. 인형처럼.
 
그렇게 단비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는데요.
하룻동안 단비의 시신을 안고 잤어요.
다음 날 일어나면 내 품에 없고 내 방 침대에 있겠지- 하고....생각했어요.
일어났는데 역시 내가 안고 잤던 그대로 그 방향으로 있었어요.
눈을 감아주려하는데 눈이 안감아져요.
 
나중에 엄마랑 이모가 와서 단비 눈을 감겨줘도 감기지가 않아요.
엄마랑 이모가 오기전에 난 집에서 하루종일 단비만 보면서 머리에 뽀뽀도 계속 해줬고
계속 손을 만졌고 쓰다듬어줬어요.
근데 점점 경직되는게 보여요.
너무..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나는 그 뒤로 생활이 힘들어져서 자살시도를 했어요.
마음처럼 되질 않아요.
죽으려는 의도가 아닌 단비가 보고싶다는 일념하나로 그랬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내가 미쳤나 싶었어요.
 
단비가 죽기 전에 햄스터 두마리를 데리고 왔어요.
이 아이들은 제가 키우는건데요.
우리 엄마나 이모가 항상 그랬어요
 
'...단비가 죽을때가 되었나봐. 니가 햄스터들을 필사적으로 데리고 온다고 했던 게...'
그 말에 상처를 받아서 다시는 그런말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 뒤로 그런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처가 여전히 남네요.
 
나는 우리 단비가 너무 보고싶어서 단비한테 가고 싶어서 그랬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우리 햄스터들을 등지려고 했던 거 잖아요.
또 괜히 햄스터들에게 미안해져서 눈물이 났어요.
마음도 아팠어요.
 
난 아직도 단비가 보고싶고 단비의 흔적도 없애고 싶지 않아요.
다른 강아지를 키우라고 하고 , 마음에 묻으라고 하는데요
그게 쉽게 되질 않아요.
나는 단비가 보고싶어요.
단비한테 가고싶지만 죽고싶지는 않아요.
잠도 못자고 요즘 정신적으로 많이 문제가 있어서 이주 후 쯤에 정신과 상담 받으러 가기로 했어요.
난 나아지고 싶어서요.
이대로라면 단비도 싫어할거예요. 워낙 똑똑하고 냉정한 아이였으니까요.
자신의 평생을 사랑해준 언니가 이렇게 약하다면 누가 좋아할까요?
하지만 단비가 너무 보고싶어요.
 
 
 
 
 
 
단비야.
니가 처음 언니 동생이 되던 날 기억하니?
언니는 아직도 너의 처음을 잊을수가 없구나.
너무나도 햐얗고 천사처럼 부드러웠던 너의 모습은 절대로 잊을수가 없어.
왜 그렇게 언니를 싫어했니? 언니는 단 한번도 널 싫어했던적도 없었고 니가 미웠던 적도 없었어.
하지만 조금만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지 그랬니... 아빠한테 했던 것 처럼...
니가 혼 날 때 막아주던 거 언니였잖아. 잊지 않았지?
언니는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언니는 요즘 사실 잠을 못 자. 니가 너무 보고싶어.
눈을 감으면 언니한테 사납기 부렸던 너의 모습이 선명하고,
언니는 물었던 상처들이 흉터가 되어 너의 흔적으로 남아있는데 어떻게 잊을수가 있겠니.
언니는 아직도 너의 밥과 옷과 인형을 버리지 못했어.
언니는 평생 널 잊지 않을거야 절대로.
단비야. 언니가 너와 함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의 마지막을 보지 못해서 미안해.
정말이야. 난 아직도 널 묻던 날이 생생해.
단비야... 언니가 너무 미안해.... 그래도 단 한번도 널 미워한 적은 없었어.
단비야...언니는 니가 너무 그립고 보고싶어서 밤 하늘의 허공에도 말을 걸어보았고,
제발 귀신이든 신이든 뭐든지 있다면 단비의 혼령이라도 보내주면 내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항상 빌었어.
넌 오지 않더라.
너도 알잖아. 언니는 세상에서 귀신을 두번째로 무서워해서 성인이 되서도 가끔 엄마 아빠와 함꼐 잔다는 거...
단비야... 언니는 니가 너무 보고싶어. 정말로 그립고... 너무 너무 너무 보고싶고 보고싶어.
단비야........ 한번만이라도 혼령이도 좋아. 괜찮아 다. 어떠한 모습이라도 좋으니까 언니한테 한번만 와 줘.
언니는 아직도 니 생각에 잘 수도 없고, 친구들을 만나도 온통 너의 이야기 뿐이고, 술을 먹어도 앞에 니가 있는 것만 같아.
언니는 단비야... 정말로 니가 너무 그리워.. 그립고...그리워..
언니는 지금 너무 아프고 힘들어. 니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
그 때 내가 잠만 자지 않았더라도 널 살릴 수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자꾸 나고, 널 묻었던 그날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괴로워 단비야.
단비야 단비야... 몇번을 아니 몇천번을 불러도 그리울 너 단비야. 언니가 많이 그립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날 언니가 사랑한다고 계속 말해줬는데 너무 늦은 것 같아서 미안하고
니가 원하는 사랑이 뭔 지 몰라서 내 방식대로 널 사랑해서 미안하고
그냥 다 미안해 모든게...
우리 단비는 우리 가족이 아니면 적응 못할텐데... 항상 걱정했는데...
지금은 언니가 마음이 텅 빈 것 같아.
이주일 뒤에 정신과 상담 받으러 가.
극복하려고 그래. 단비야... 언니도 낫고 싶고 하늘에서 언니를 보고있을 너를 생각하니까 이대로 바보 처럼 굴면 안된다고 생각이 들어.
단비야 단비야 단비야... 너무나도 보고싶다.
난 아직도 너의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서 울고있어.
단비야...단비야.......
단비야..
단비야........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너무 너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언니를 기다려주면 좋겠어.
언제 갈 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길어도 기다려줘.
가서 언니가 모든 걸 이야기해줄게.겁나서 하지 못했던 뽀뽀도 포옹도 다 해줄거야.
단비야.....조금만....조금만 더 편하게 기다리고 있어....
 
정말 사랑한다 단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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