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채팅사이트에서 한 남자와 대화를 주고 받다, 만나서 같이 차라도 한잔 하면서 얘기를 하자고 하길래, 만나기로 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기다리기를 몇십분...도무지 나타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고속도로와 연결대는 곳이라 차가 많이 막히는 지역이라 좀 더 기다리다 근처 pc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핸드폰이 없어서 그 사람 연락처를 받았었는데... 적을데가 없어서 외운다고 외웠는데 생각이 나질 않았다. 다시 싸이트에 접속을 해서 보니 그 사람이 접속해 있었다. 퇴근시간이 지났는데 윗상사들이 퇴근을 안해서 눈치만 보고 있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속으로는 짜증나지만 괜찮다고 말했는데, 어디냐고 대뜸 물어본다. 약속장소 바루앞에 pc방에 들어왔다고 하니까, 상호명과 자리번호를 알려주면 내가 컴퓨터를 하면 기다리는데 지루하지도 않고, 끝나는데루 곧장 와서 같이 스타(여자가 스타를 한다고 하니 신기했던 모양)를 한판 하고 싶다고 했다. 이 사람 말이 너무 진지해서 나는 그냥 그러라고 했다. 2~3시간 게임을 했다. 약속했다는 것도 잊은채 시간도 많이 흘러버렸고, 집에 갈려고 하는데 옆에 사람이 앉더니 이내 나에게 쪽지를 건넨다. 쪽지엔 우리가 대화를 나누던 싸이트이름과 상대방의 대화명이 적혀져있었다. 말로하지 왜 쪽지를 줬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이라 자신도 쑥쓰러워서일테지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 쪽지를 보자마자 무척이나 떨렸으니까...... 어찌대뜬 pc방을 나와서 간단한 인사를 한 후, 미안하다고 밥 한끼 산다고 해서 밥을 먹으러 갔다. 밥을 먹으면서 난 놀라운 한가지를 알게 됐다. 본인은 채팅을 한게 아니고, 다른사람의 부탁을 받고 이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했다.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 맘이 잘 맞는 대화를 했던 그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건데 다른 사람을 만나니 기분이 정말 오묘했다. 거기다가 확실히 이 사람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대화의 관점도 잘 맞지 않았다. 각자 횡설수설 궁시렁궁시렁 하다가 식당을 나왔다. 빨리 헤어지고픈 생각이 들어 이만 집에 가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더니, 알았다고 하면서 내가 마음에 든다며 다음에 또 볼 수 있냐고 했다. 사실, 두번 만나고 싶은 맘은 추어도 없었지만 대충 그러자고 하고 돌려보낼 참이었는데.. 도무지 차를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멍하니 앉아만 있는것이다. 슬슬 짜증이 밀려오고, 밖에 비도오고 이만 가자고 하는데도 잠깐만 잠깐만 하면서 가지를 않는다. 그대로 40여분 정도가 흘렀다. 오직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뜬금없이 한번만 안아볼 수 있냐고 말했다. 너무 불쾌스러워서 나 그냥 간다고 하면서 장대비같은 빗속으로 내려서 혼자 걸어갔다. 10초정도 밖에 걷지 않았는데...옷이 홀딱 젖어버렸다. 그 사람은 내쪽으로 차를 몰고와선 잠시 미안했다 내가 사과한다고 집에 데려다준다고 타라고 했다. 다시 탈까말까 망설였다. 비가 너무 많이와서 그냥 다시 차에 탔다. 내가 그 지리를 잘 알았는데, 우리집 방향이 아닌 길을 모르는척 여기저기 헤매더니... 이상한 외진곳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깊숙히, 깊숙히.....집한채 없고.. 여기저기 나무들과 풀들이 있고 주위는 깜깜했고, 한적한 시골길같은 길을 오분여쯤 달리더니, 너무 무서워서, 왜 이런곳으로 오냐고 무섭다고 빨리 되돌아 가자고 했다. 그는 잠시 차를 세우더니, 나를 왜 바보로 만드냐고 하면서.... 니가 나를 놔두고 그냥 가버린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라면서.. 이 깜깜한 곳에서 내려서 갈 수 있음 또 가보라고 했다. 정말 깜깜하고 건물하나 없는 그곳은 음산하고 너무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이 더욱 더 공포스러워, 그냥 내려버렸다. 깜깜한 길을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이윽고 뒤에서 그사람도 차를 돌려서 나에게로 다가왔다. 창문을 내리더니 '에잇, 씨발 니 xx에 금테 둘렀냐? 한번 먹기 졸라 힘드네!' 하면서 유유히 가버렸다. 너무 기분이 나쁘고 또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서.. 미칠듯이 뛰었다. 30분정도 죽을힘을 다해 뛰었더니 상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비참해서 눈물이 다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