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세월X를 보고 감명받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 또한 비록 잠수함 충돌설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생각하고 부정하는 쪽입니다마는 개인이 그정도로 심도있게 파고들려고 노력하신 점에 대해선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고(저같은 범인은 능력 부족에 끈기 부족으로 그 반도 못갔을 겁니다.), 특히 본인 주장만 하신 게 아니라
고의침몰설까지 반박하신 점을 보곤 놀랐습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이 있습니다. 세월X를 본 뒤 많은 분들이 설득력있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씀하시는데
자로님의 주장은 어디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게 아닙니다. 특히 잠수함 침몰설 관련해서는 항적사수란 닉네임으로 알려진 김관묵 교수님이
주장하신 걸로 압니다. 그리고 저 분의 주장 내용은 세월X 공개 전부터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볼 수 있게 공개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별 반향을 얻지 못했죠. 아, 물론 단순히 본 사람이 드물어서 그런게 아니냐는 말씀을 하실 수도 있는데
단순히 반향을 얻지 못한 것이 아니라 엄청난 비난에 시달리셨습니다.
세월X 내에서 자로님이 직접 이 부분을 언급하신 걸로 압니다
그동안 파파이스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프락치로 몰려 공격당했다고
실제로 김관묵 교수님 블로그 글 중 이런 말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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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6년 5월까지 세월호 화물조사를 하였고 이후에도 필요한 자료들을 모아 여러가지 분석을 하였으므로 모두 2년 이상을 세월호 사고과정과 원인을 분석한다고 매달린 셈이다. 나는 어느 누구보다도 세월호 사고원인과 과정에 대해서 검찰, 정부, 언론 발표를 의심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저급한 인격에 더러운 인간성을 갖춘(여기까지는 나도 인정) 국정원과 검찰의 프락치로 알려져 있다. (중략) 소위 검찰 프락치라는 자가 만든, 검찰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자료를 가로채서는 검찰 조사 결과가 옳다고 해버린것이다. 누가 진짜 프락치인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검찰, 언론, 정부가 주장하는 세월호 사고원인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1인으로서 나도 어쩌면 시국선언이라도 해야 하는지 모른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도 진상을 밝히라고 주장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프락치가 무슨 면목으로 시국선언을 하겠는가. 지그재그와 닻으로 세월호를 쓰러뜨렸다고 주장하는 파파이스를 사기꾼이라고 하고, 인신공양을 퍼뜨리는 사람들에게 무당춤에 맞서 작두춤을 춘다고 하고, 항적조작을 주장하는 야권세력들에게 항적사수를 주장하는 내가 시국선언을 한다면 야권을 대상으로 해야할 판이다.
나는 세월호의 복원력을 CCTV화물조사로 상당히 실체에 가깝게 평가했고 그 덕분에 세월호 사고의 실체에 보다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자부한다. 세월호 복원력은 출항 당시의 세월호 횡경사 및 횡요주기로도 실측할 수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세월호 선미 카램프의 중량을 알 필요가 있다. 나는 세월호 관계자에게 그저 세월호 선미 카램프의 중량을 알 수 있는 자료나 달라고 요구한다. 프락치의 시국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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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김관묵 교수님의 주장이나 논거는 변화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바라보는 눈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자로님의 세월X가 나오기 전에는 다들 파파이스의 주장을 신봉하고 그에 반하는 주장을 찍어눌렀습니다.
제일 웃긴 점은, 김관묵 교수님 혹은 다른 프락치로 몰린 유저들은 한번도 정부 편을 들어준 적이 없습니다
시종일관 정부에 대해서 비판적이었지요.
그런데도 단지! 내 입맛에 맞는 파파이스 주장을 반대한다는 단 한가지 이유 만으로!
그 주장을 그냥 국정원직원과 검찰 직원의 프락치로 매도해버렸지요.
그런데 오랜 기간 그러다가 세월X가 발표되고 나서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신 분들이 많습니다. 왜일까요?
정말 자로님의 세월X 내용(김관묵교수님이 주창하고 계산한 내용)을 보고 아 저게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국정원 댓글 사건을 밝혀낸 적도 있는 자로님이 주장하신 거라서 김관묵 교수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게 된 건가요?
저는 후자라고밖에 생각 안됩니다.
정말 그런 말씀하시는 분들이 깨어있고 열린 마음을 갖고 계셨다면, 그리고 정말 합리적인 이유로 파파이스 설을 지지하셨다면,
김관묵 교수님 주장에 동조하지 않을 순 있겠지만 적어도 국정원 프락치로 매도할 일은 없었을테니까요
눈 닫고, 귀 닫고, 오직 정부를 비판하기만 하면! 내 입맛에 맞기 때문에, 파파이스 주장은 신뢰했었고
정부를 비판하는 건 동일하지만, 내가 신뢰하는 주장을 비판한단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냥 프락치 취급하고 못본 체 해왔던 겁니다.
정부에 협조적인 것도 아닌 분인데도 말입니다.
그 전까지는 파파이스의 네임밸류에 혹했기 때문이겠지요. 이제는 자로님의 네임밸류에 혹할 뿐이구요
세월X에 가장 감명깊었던 문구가 있습니다
'편견을 버리고 바라보라'.
제발 편견을 버리고 바라봐주세요. 그게 무엇이던 간에 말입니다.
파파이스 설에 반대한다 -> 국정원 직원이다, 정부 편이다 이렇게 매도하셨던 것 처럼
단순히 잠수함 설에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을 한다고 해서 국정원 직원, 정부 직원, 일베로 덮어두고 매도하진 말아주세요
물론 그런 주장을 하면서 나는 박근혜가 좋아요! 나는 탄핵 반대에요! 이런 말을 한다면 그렇게 취급하실 수도 있는데
이 나라에 지금 4% 제외하고 박근혜 좋고 탄핵 반대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잠수함 이야기에 이론을 제기하면 다 그 4%가 되는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