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그러니까 19살에서 막 20살이 되던 때.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한번 떠올려봤다.
그땐 사실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 곧 어른이겠네' 하는 생각도 없었고, 내년부터는 성인 인증을 받을 수 있겠네? 하는 정도의 의미가 고작이었다.
20대 중반이 넘어서야 연말이라는 것에 느끼는 무게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나간다는게 그저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로운 달력으로 바꿔넣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청춘이 져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앞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더 불안해져갔다.
이대로 내 청춘이 지나가도 괜찮은걸까. 이렇게 내 20대가 끝나도 정말 좋은걸까. '20대를 얼마나 알차게 살았는지'를 등급로 나눠보면 내 인생은 뒤에서 세어보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
어느 때보다도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을 때, 유느님이 모처럼 대상을 탔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켠 TV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언젠가 이적씨가 저한테 그런 말을 해줬어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시간이 내가 살아온 날들 중에서 가장 나이든 날일 지는 모르지만, 남아 있는 날들 중에서는 가장 젊은 날'이라고. 내년에도 끊임없이 많은 시청자 여러분들이 허락해주시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 도전하겠습니다."
그래. 20대가 이렇게 흘러가면 어떤가, 밑바닥 인생으로 30대를 시작하면 또 어떤가. 이제 어리다는 말은 못들어도 젊다는 말은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30세가 되어야 학문의 기초를 세워 이립이라고 하셨고 40세가 되어야 판단에 혼란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해 불혹이라고 하셨다더라. 하는 말이 다시금 생각났다.
오늘로부터 10년 뒤, 나도 유느님이나 맹공이님처럼 멋진 명언을 남기진 못해도 인생에 흔들림이 없는 불혹의 신사로 거듭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