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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들에게 복수하고 있었습니다. [시간 여유있으신 분만 읽어주세요]
게시물ID : soda_48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중러프
추천 : 26
조회수 : 4228회
댓글수 : 73개
등록시간 : 2016/12/31 17: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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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정말 뼈에 사무치도록 밉고 혐오스러운 사람들이 생긴다고들 합니다. 갓 스무 살 중반이 넘은 저에게도 그런 사람이 몇 있습니다.

 

예전에 저는 그들이 밉고, 혐오스럽고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다가 원치 않게 지인들을 통해서 이어진 그들의 페이스북을 보면 아직도 저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저를 괴롭히던 그들의 가증스러운 웃음과 파괴적 언어들이 다시금 되살아납니다. 여전히 정말 그냥 그들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스무 살. 저는 입시실패로 재수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극도의 스트레스때문에 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원 내에 있던 학우들에게 관심이나 따뜻한 시선을 바란 적은 없었고, 그저 무관심하기만을 원했는데, 학원의 몇 스무살짜리 악마들은 저를 입시스트레스를 풀 장난감정도로 여겼습니다. 아침 08시부터 23시까지 매일 15시간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면서 저는 그들에게 쉴새없이 욕얻어먹고, 인격적으로 난도질 당했습니다. 무관심 속에 사라질 틱은 그들의 특별한 관심아래에 점점 악화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이겨내길 바라셨고, 저는 1월부터 10월까지 그 지옥같은 공간에서 공부가 아닌 시간 버티기를 했습니다.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이전까지 살면서 가본 적 없는 어두컴컴한 옥상이라는 공간이 그토록 평안한 곳인지 처음 알았었지요.

 

입시 결과는 당연히 재수 전보다 나빴습니다.

 

수능을 마치고, 사자자리 유성우가 내리는 11월 중순의 새벽. 제가 좋아하는 한남대교에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추위 속에서 고민했습니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에 제 자신이라는 존재를 붙잡고 있는 것 역시 너무나 힘들고 벅차서 삶을 마칠까 고민했었습니다. 그런데, 가족과 우리 집 강아지 그리고 밤하늘을 밝히는 유성우가 너무나 찬란하더군요. 저는 욕망했습니다. 삶을요. 그리고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많이 끔찍한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은 제 자신부터 잡아보기로 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틱은 계속되었습니다. 피할 수 없다고 정면돌파하다가는 영원히 극복할 수 없음을 알기에 일단은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약을 먹으면서, 이전의 저에게 일상이었던 어렵지 않았던 사회생활을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중고등학교때처럼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그들과 함께 웃으면서 공부도 놓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힘들었지만, 군대도 다녀왔지요.

 

제대 후에는 나쁜 여자도 만났습니다. 매일 밤 그녀를 데리러 가고, 데려다주고 맛있는 것, 하고 싶은 것 모두 호구처럼 퍼주다가 저보다 나은 사람을 찾았는지 환승해버렸지만요, 그래도 1년간 만났는데 그 정도밖에 나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마음에 그냥 3일만에 털어버렸습니다. 유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6개월을 일하고 6개월짜리 중국 어학연수를 갔습니다. 가서 공부하고 열심히 놀았습니다. 학기가 끝난 후에는 단신으로 한 달간 중국오지를 여행했습니다. 군대에서도 갖추지 못한 뻔뻔함과 남자다운 단단함을 조금이나마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1여 년 만에 낮은 점수지만 HSK6급이라는 중국어 최고 자격증을 습득했습니다. 그리고 복학해서 학기를 열심히 다니면서 예쁘고 정말 착한.. 고마운 여자친구도 생겼고, 영어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미루고 미루던 토익900도 달성해보고, 사회에서 판단의 한 잣대로서 작용하는 대학 역시 극복해서 누구나 알만한 대학에 편입했습니다.

 

알아주는 학교와 전혀 생소한 새로운 전공 속에서 한 학기를 보냈습니다. 얼마나 많은 밤을 샜던지 정말 긴 학기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성적을 조회했습니다. 조금 아쉽지만 수강한 7과목 중 3과목을 A+받고, 4과목을 A를 받았습니다.

 

사실 남들이 이렇게 알아주기 위한 마음에서 글을 적는다는 것이 어린 애 같습니다만, 저는 제가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어디든 이야기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저를 모욕하고, 괴롭히던 그 아이들보다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보다 잘 살고 있습니다. 그들이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그 시절 그 때의 성품을 보존하고 있다면. 제가 그들보다 더 잘 살 것입니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문득 다시 깨달았지만, 저는 복수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복수는 계속될 것이며, 제가 좀 더 괜찮은 인간으로 성장하고, 성숙해서 복수를 한 때의 치기로 여기면서 그러한 마음을 반성하고, 포용하는 인간이 되기를 정말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한해도 올바른 방향으로 열심히 살아오신 오유유저분들 고생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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