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1,2화는 찾아서 보다가 시간이 없어서 끊었고,
오늘은 시간이 좀 있어서 점심쯤부터 느긋하게 봤는데,
완전히 망쳐버렸네요.
한국에선 성공하기 힘들거라곤 생각했습니다.
미국처럼 다양한 스타들이 드라마에 나올 수도 없고,
진짜 돈지랄 하는 것도 제작비상 힘들거고(미드는 시장이 전세계라 스케일이 다르죠)
자극적인 장면이나 대사도 한국에선 힘들겠죠.
근데 캐릭터도 다 망쳐놨더군요.
영화배우인 빈스는 극중에서 진중하고, 굉장히 포용적인 인물로 나옵니다.
때로는 친구들이 밉살스럽게 굴어도 다 받아주죠.
유연하면서도 쿨하고, 그러면서도 의리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한국 안투라지의 차영빈은 그냥 떼쟁이예요.
고집을 피우는 이유도 없고, 프로패셔널리즘 따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국 안투라지의 빈스는 자기가 희생하고, 영화인으로써의 진중함이 있는데,
한국 안투라지의 차영빈은 그냥 벼락스타여서 전혀 매력적이지 않아요.
대표인 아리 골드는 안투라지의 백미죠.
오바마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라는 아리는, 너무 독특해서 매력적입니다.
라이벌에게 절대 지지않고, 철저한 자기관리에, 부하직원을 쉽게 짜르며, 갑한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굴지만,
주인공인 빈스를 진심으로 아끼고, 영화하는 사람으로써 자부심이 있어요.
나름 자기가 아끼는 사람한테는 츤데레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죠.
근데 한국 안투라지의 김응갑 대표는 쭈구리입니다.
쩔쩔매고, 자신감이 있어보이는 척만 하는 거 같구요.
막말도 전혀 재미나지 않아요.
그나마 게이비서 대신에 미국물 먹은 비서를 연기한 이주연씨는 나름 선방한 거 같은데(한국에서 게이를 희화화 시키는 농담은 무리겠죠)
그 외에는 진짜 조진웅씨가 안 맞는 옷 입고 애쓰는 것 같았습니다.
매니저인 E도 극중에서는 항상 잔소리를 하지만, 빈스를 위해서는 별 짓 다하고, 아리한테도 안 지고 대드는 게 멋있었는데,
한국 안투라지에서는 그냥 매니저 보는 거 같아요.
빈스의 형과 터틀역을 맡은 차준과 거북이는 원작과 비슷하긴 한데,
원작은 열심히 하는데 바보짓을 해서 웃기는 거라면,
한국 안투라지는 서로 깐죽대는 역할로 웃기려는 거라서 아쉬움이 남네요.
왜 이 드라마가 혹평을 받았는지 알 거 같았습니다.
원작을 잘 살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등장인물 캐릭터를 완전 박살내 버렸으니까요.
계속봐도 캐릭터가 하나도 매력적이지가 않아요.
주인공은 차여서 찡찡대고, 프로답지 않게 무책임한 행동을 보이고,
대표랑 매니저는 그냥 인간적인 모습만을 보여주니 판타지가 없습니다.
원작에서는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 주인공은 항상 중심을 잡고,
대표는 자기만의 미친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주로 협박이나 꼼수)
매니저는 진실한 방법으로 대표랑 사사건건 대립하고,
형과 터틀은 어떻게든 주인공을 받치면서 최선을 다하는,
말그대로 조력자들이 주인공과 함께 위기를 돌파하는 내용이었는데,
한국 안투라지는 위기를 주인공 스스로 만든 다음에 나 몰라라하고,
대표는 뻔한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제대로 해결도 안되고,
매니저는 다투기는커녕 혼이나 나고,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자기 혼자 떠도니 형과 거북이는 제대로 돕지도 못하고 주변만 돕니다.
조력자들의 의미가 전혀 없네요.
작가가 캐릭터 설정을 매우 잘못했고,
미국에서 성공한 드라마를(심지어 영화까지 나왔습니다. 미국 드라마 성공의 척도는 영화에요. 영화로 개봉되면 성공했다고 봐야합니다)
TVN 역대 최저 시청률로 만들었네요.
참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