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나기 전날인 11월 26일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평소처럼 카톡이나 웹 서핑 등을 했고, 배터리를 100%까지 충전한 뒤 충전 케이블에서 분리하여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하였습니다.
약 5시간 뒤 일어났을 때 폰을 켜 보니 여전히 배터리가 100%였습니다. 그 직후 20분 거리의 사우나에 갔는데, 이 때 배터리가 93%였습니다. (사우나까지 가면서 한 거라고는 카톡 뿐이었는데 7%나 소모한 게 의문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약 1시간 뒤에 나와서 옷장에서 폰을 꺼내는데... 폰이 거의 손난로마냥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습니다. 케이스가 없었으면 맨손으로 만지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화면을 켜 보니 남은 배터리는 단 7%였습니다. 배터리만 확인한 후 폰을 계속 켜 두면 위험하겠다 싶어서 바로 전원을 껐습니다.
식사를 밖에서 해결했기에 집으로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약 1시간 뒤였습니다. 이 때 전원 버튼을 눌러 보니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표시조차 안 뜨는 것을 보고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었구나 싶었습니다. 충전기에 연결하니 그제서야 사과 로고가 나타나며 켜지더군요. 그러나 로고가 나타나는 것도 잠시, 화면이 금세 꺼졌습니다. 그리고 또 사과 로고가 떴다가 꺼지기를 반복하는 겁니다.
*제가 촬영한 영상은 아닙니다. 그저 제 폰도 위와 같은 현상을 보였기에 예시로 가져온 것입니다.
케이블이 연결돼 있으면 위처럼 켜졌다 꺼짐을 반복했으며, 케이블을 분리하는 즉시 전원이 꺼졌습니다. 정품 충전기에 연결해도 증상이 같았으며, 2~3시간 동안 꽂아 봐도 2~3시간 동안 켜졌다 꺼짐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4. 후속 조치
i) 수리점
어차피 리퍼 기간도 끝났기에 다음날에 사설 수리점으로 갔습니다. 수리 기사님께 증상을 설명하니 일단 배터리 문제인지 확인하자며 배터리만 새 것으로 교체해 봤습니다. 잔량이 50%정도 되는 배터리였는데, 전원 버튼을 눌렀더니 그제서야 반가운 잠금화면이 나타났습니다. 이 때 잠금을 해제하고 카톡도 해 보니 버벅임 없이 잘 되더라고요.
폰이 켜진 상태에서 충전기에 연결하고 상황을 지켜 보았습니다. 그런데 5분, 10분이 지나도 배터리 잔량이 1%도 늘어나지 않는 겁니다. 30분쯤 지나니까 겨우 1% 늘어나더군요. 거기다가 발열도 심했습니다. 사우나 옷장에서 폰을 막 꺼냈을 때가 떠오르더군요.
수리 기사님께서는 이건 배터리 문제가 아니라 메인보드 문제인 것 같다면서 배터리를 기존의 방전된 배터리로 다시 갈아 끼웠습니다. 메인보드 교체를 하는 것보다 멀쩡한 아이폰5를 중고로 사는 게 더 싸다는 걸 기사님도 저도 알고 있었기에, 저는 수리점에 들어가던 그 상태 그대로 다시 나왔습니다. (그래서 기사님께서 공임비도 받지 않았습니다. ;-;)
ii) 귀가 후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에서 잠금화면을 볼 수는 없지만, 리커버리 모드로는 진입할 수 있길래 아이튠즈로 초기화를 시도해 봤습니다.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일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말이죠. 하지만 이 역시 '초기화 시작 → 사과 로고 표시 → 전원 꺼짐 → 작업 실패'가 반복되었습니다. 리커버리 모드가 아니라 DFU 모드로 들어가서 시도해도 마찬가지더라고요.
5. 현재 상황
(4-ii)에서 초기화 시도를 한 이후로는 전원에 연결하면 무한 재부팅이 아닌, 무한 리커버리 모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무언가를 더 시도해 보려 해도 배터리 잔량이 없는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충전기에 꽂는다고 충전이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상황은 전혀 나아진 바 없이 한 달이 지났습니다.
아무래도 발열과 함께 무지막지한 속도로 배터리가 방전되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생각됩니다. 충전 속도보다 배터리 누수 속도가 더 빠르니 충전기에 꽂아도 배터리 잔량이 전혀 오르질 않는 거죠. 하지만 왜 배터리가 방전되는가?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메인보드가 문제라면 어느 부품이 무얼 계기로 고장이 난 것인지...
지금은 폰을 새로 샀습니다. 물론 다음 폰도 그대로 아이폰이죠. 제가 백업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닌데, 다행히 11월 9일자로 백업본이 남아 있길래 그걸로 새 폰에 복원을 했습니다. 9일부터 27일까지 폰에 저장했던 사진이나 기타 자료는 아깝지만 어쩔 수 없죠 뭐.
6. 바라는 것
아이폰5를 살릴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금전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공식 센터에 맡기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수리 비용이 10만 원을 넘지 않는다면 수리를 맡길 의향이 있지만, 불가능하겠죠?
수리가 힘들다면 최소한 원인이라도 알고 싶습니다. 단순히 '메인보드'가 아니라 어디가 어떻게 문제가 된 건지 말이죠. 다음 폰도 같은 이유로 고장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잖아요?
또, 고장난 폰을 이대로 집에 모셔 봤자 짐만 되기에 어떻게든 처분하고자 합니다. 중고폰 업자에게 싼 값에 파는 것도 좋겠지만... 제가 걱정되는 점은 이 때 폰 메모리에 남아 있는 데이터는 어떻게 되는가?입니다. 제가 평소에도 폰에 일부 사이트 비밀번호나 여권 사진 같은 걸 저장해서 필요할 때 참고하는 편인데, 지금 제 아이폰5는 전원이 안 켜진다 뿐이지 데이터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걸 엄한 곳에 팔았다가 괜히 제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중고폰 매입 글을 검색해 봐도 미처 초기화를 못한 폰에 대한 이야기는 안 보이네요. 그러니까, 초기화가 안 된 폰을 개인 정보 유출 걱정 없이 처분하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긴 글을 읽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답변해 주는 분들이 댓글로 재 질문할 일이 없도록 가능한 기억나는 것을 다 적느라고 글이 길어졌네요. 그래도 추가로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이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