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을 약속한 30대 초반 동갑내기 커플의 여자쪽입니다. 첫 만남은 중학생 시절이었고 교제와 이별을 반복하다가 정착한 지 3년이 되었습니다.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고 몇 가지 타협을 하며 맞춰가는데, 몇 년째 같은 레파토리로 싸우게 되는 지점이 있어, 기혼자분들의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여자는 감성적이고 공감 능력, 언어 능력이 쓸데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남자는 이성적인 성향인 데다가, 공감/언어쪽은 그냥 흔히 말하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표현 문제로 많이 싸우면서 지금은 원만해진 편입니다. 남자의 애정 표현이, 본인한테 쓸 돈 아끼면서도 데이트 할 때는 맛난 걸 사주자! 라는 걸 여자가 이해하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감정(사랑, 애정, 신뢰, 감사 등)에 대해선 표현이 미비해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사과"라는 부분에 대해선 둘이 다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자 나는 진심으로 미안할 때만 "미안해"라고 말한다. 그러니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아도 미안해라고 하면 넘어가주라.
*여자 "미안해" 한 마디보다, "나의 이러한 행동은 이런 사정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네가 그렇게 느끼게 되었다니 미안하다."라고 표현해줄 수 없는가?
*남자 나는 그렇게 말하는 걸 못 한다. 그냥 미안해라고 하면 내가 진심인 거니 이해해달라.
*여자 그렇다면 차라리 좀 더 감정을 담아서 "자기야ㅜㅠ 내가 넘 미안~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니 기분 풀어~" 정도로 부드럽게 말할 순 없는가? "미안해"하고 무뚝뚝하게 내뱉는 걸로는 내 감정이 풀리지 않는다.
*남자 내가 진심이라는데 왜 네가 못 받아들이는가? 너의 방식을 강요하지 말라.
*여자 회사든 사회생활에선 얼마든지 할 수 있으면서, 왜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에겐 오히려 못한다고 고집부리나? 소중한 상대일수록 더 예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게 옳다.
*남자 먹고 살려고 밖에서 맘에 없는 말과 문장 지어내는 것도 고역인데, 왜 무뚝뚝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못하는가? 표현이 부족해서 그렇지 내 사과는 항상 진심이다.
*여자 비유를 들어보자. 내가 원하는 사과의 표현의 수치상 100이다. 일반인이 통상적으론 60정도 해낼 수 있다고 치자.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20만 요구하는 거다. 근데 당신은 지금 이것도 못해주겠다고 버티는 걸로 느껴진다. 내 입장으로선 80을 양보한 건데 억울하다.
*남자 그 비유로 들자면 나는 원래 5짜리 인간이다. 나로서는 10만큼 표현하기 위해 2배의 노력을 하고 있다. 왜 나의 노력은 알아주지 않는가?
=무한반복....
이게 평소 다른 대화에서는 충돌이 거의 안 납니다. 첫 만남 시절에는 거의 매일 싸웠지만 이젠 서로 노력하고 바뀌고 이해하면서, 남자는 더 표현하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개선되었고, 여자는 요구를 많이 내려놓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다만 아직도 "사과한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물러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서로 가치관을 어떻게 바꾸거나 상대의 입장을 더 이해할 수 있을지...
다른 분들의 언어로 들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 여쭙습니다. 읽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