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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믿는 사람이 멍청하다는 판단을 잠시 유보해 두시면 안 되겠습니까?
게시물ID : freeboard_12985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태바리
추천 : 2
조회수 : 46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4/04 01: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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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자동차는 다른 사람에게 끌어다 보여줄 수 있지만 신이 있다면 절대로 끌어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어요. 어떻게 자기보다 훨씬 높은 차원의 존재를 자동차 같은 물건처럼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남에게 신을 보여달라는 사람이나, 자기가 신을 증명해 보여주겠다는 사람이나 둘 다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신이 있다면 보고싶다고 마음대로 만날 수는 없을 거예요. 우리에게 자신을 나타낼 지는 신의 자유죠.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이 신을 경험하게 된다면 아마도 둘 중 하나의 경우가 아닐까요? 신이 너무 기분이 나빠서 혼내주려고 하거나 그럴만한 다른 이유가 있어서 자신을 보여야 할 때, 말입니다. 높으신 양반들이 기자 앞에 잘 나서지 않는 것처럼요. 

신을 만난 사람은 당연히 신을 믿겠죠. 신을 못 본 사람은 당연히 그 존재를 못 믿겠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신을 만난 사람이 못 본 사람에게 신을 보여주거나 증명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또 신을 못 본 사람이 신을 만난 사람에게 신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요. 

거의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누군가 신의 존재와 신앙을 타인에게 강요하거나 억지를 부려 증명하려 한다면 그 사람은 진짜 신을 만나지 못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신은 누군가에게 존재를 증명받을 필요가 없는 완전무결하고 전능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신을 만난 사람은 애써 자기가 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겠죠. 

하지만 신을 만난 사람을 통해 우리는 실제로 신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생기게 될 겁니다. 신을 만난 사람은 신의 뜻대로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 곁에 있다 보면 진짜 신을 만나게 될 수도 있겠죠.  

사실 우리는 최근에도 그런 신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예전용 차에서 내려 슬픔에 빠진 세월호 유족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비참한 손을 잡으며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던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님을 통해서, 유족들과 함께 끝까지 광화문을 지켰던 젊은 목사님들을 통해서, 팽목항에 아직 유족들이 있기에 일산에서 진도까지 멀다 않고 뻔질나게 달려가던 시커먼 곱슬머리 바리스타 목사님을 통해서도, 우리는 그들이 믿는, 여기 지금 많은 이들이 욕하는 그 신을 만날 수도 있었을 지 모릅니다. 

신앙은 말로 증명하는 게 아니고 삶으로 증명하는 것이기에 지금도 삶으로 신앙을 증명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다들 아직은 판단을 유보해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신을 만났고 안다고 떠들며 보여주겠노라고 말하는 거짓말쟁이들과는 말도 섞지 마세요. 오히려 그 신으로부터 당신을 멀어지게 만들테니까요.  

차를 몰고 온 사람에게 차를 사세요. 차가 있다고 말로만 떠드는 사람에게 무슨 차를 사겠습니까?
출처 내 마음 속 꽃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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