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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추남
게시물ID : sisa_129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둠메냐
추천 : 1
조회수 : 86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5/01/29 08:27:51
아래 여포에 대한 글이 있길래 저도 조조에 대한 하나의 글을 퍼왔습니다.
최근들어 다시 재평가되고있는 조조.
요즘 창천항로라는 새로운 삼국지 만화를 즐겨보고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조조는 너무나 잘생긴 미남으로 등장합니다. 그밖에도 여러 검색사이트에서 조조를
검색시켜보면 조조가 미남으로 그려진 그림들이 꽤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만일 아래의 글이 단지 설화가 아닌 사실이었다면
이미 조조는 후세에 일어날 이런 일을 벌써 몇천년전에 꿰뚫어 보고있었다는 점입니다.
글이 좀 길지만 찬찬히 읽어보시면 재밌습니다.


▣ 조조의 초상화 

승상(丞相)이 된 조조(曹操)는 어느 날, 초상화 한 장을 남겨 후세의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모습을 알도록 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에 즉시 당시의 가장 뛰어나다는 화가를 초빙하도록 명하였다.  
초빙된 화가는 이미 여든 살 된 노인이었지만 산수, 인물, 화조(花鳥) 모두에 능통하여 수백리 밖까지 그 명성이 자자하였다. 노화가는 조조를 배알하는 자리에서 말하였다.  
"승상께서는 저에게 초상화를 부탁하셨는데 내일 즉시 그리도록 하겠습니다마는 무슨 특별한 요구라도 있으신 지요?"  
"노화백(老畵伯)의 솜씨는 천하가 다 알고 있는데 무슨 요구가 있겠소. 그저 소신껏 그려주기만 하면 되오."  
다음 날, 조조는 노화가를 자신의 옆에 앉게 하고는 여전히 공무를 보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때로는 깊이 생각하고, 때로는 주위를 어정어정 대고, 때로는 급히 문서를 작성하면서 모두 노화가가 적절히 자신의 모습을 취합, 선택하여 그리도록 하였다. 노화가는 온 정신을 집중하여 조조의 모습을 관찰하였는데, 보면 볼수록 입장이 난처해졌으니 조조의 얼굴이 못생겼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획실히 몇 군데 결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에가 누운 듯한 눈썹과 가느다란 눈은 아래로 쳐져 팔자(八字)와 같았으며, 입을 항시 쫑긋 오므려 주름이 졌으며, 한 움큼 정도 되는 수염은 이리저리 어지럽게 나 있었다. 특히 그가 심사숙고할 때에는 현저하게 추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에 그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그는 승상이 아닌가. 만약 사실대로 그린다며는 아마도 마음에 안 들어 하겠지. 어찌됐던 한결 미남으로 그리도록 하여야겠군."  
사흘 후, 그림을 완성한 노화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누에 눈썹은 위로 치솟았으며, 가느다란 눈은 봉황의 눈과 같았으며, 입가는 곧게 펴졌으며, 수염은 가슴에까지 멋있게 드리워져 있었다. 참으로 조조를 닮았으면서도 조조를 닮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다만 본래의 조조보다는 훨씬 미남이었다. 노화가는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초상화를 조조에게 바치며 말하였다.  
"승상, 그림이 다 된 것 같으니 한 번 보십시오."  
그러나 초상화를 받아본 조조는 즉시 고개를 옆으로 흔드는 것이 아닌가. 이에 노화가는 급히 물어 보았다.  
"승상, 이 초상화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그리기는 잘 그렸지만, 다만 너무 미남으로 그렸소. 나는 본래 이런 모습이 아니지 않나? 거짓으로 꾸미는 것은 예술의 금기(禁忌)가 되는 것이니, 청컨대 다시 한 장 그려주시오."  
말을 마친 조조는 그림을 말아서 노화가에게 건네 주었다.  
집으로 돌아온 노화가는 밤 늦도록 생각하였다.  
"내 평생토록 그림을 그려 왔지만 퇴짜를 맞기는 이번이 처음이군. 승상은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싫어하면서 참모습을 요구하는데, 승상은 본래 미남이 아니기 때문에 참모습을 그린다면은 역시 흡족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의 참모습을 그리되 표정을 두드러지게 살리면서 추한 부분을 감춰버린다면 아마도 승상의 의중(意中)에 부합되지 않겠는가?"  
노화가는 다시 사흘을 걸려 그림을 완성하였는데 그림 속의 조조는 활달하게 웃고 있었다. 웃는 모습 때문에 팔자형의 누에 눈썹은 위로 치떠졌으며, 늘어진 가는 눈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되었으며, 입가의 주름도 감춰지게 되었다. 또한 볼품없는 수염도 표표히 드날리는 모습으로 변하였으니 참으로 시원하고 호탕한 영웅의 모습인 것이었다. 이에 만족한 노화가는 초상화를 조조에게 보였다. 그러나 한동안 초상화를 들여다 본 조조는 눈썹을 찡그리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고! 이것도 마음에 들지 않네. 비록 나의 모습과 같긴 하지만, 나는 지금 이런 심정이 아니지. 바야흐로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 나라가 흔들리고 백성들이 불안한데, 승상인 이 몸이 어찌 이렇게 마음껏 웃을 수 있단 말인가. 문장이 그 실정(實情)을 담아내지 않고 그림이 그 진면목을 묘사하지 않으면서 약점을 감추고 미화(美化)시키는 것은 또한 예술의 금기가 되는 것이 아니겠소? 그러니 노화백은 다시 한 장 그려주시오."  
또 퇴짜를 맞은 노화가는 더욱 난감해 하며 생각하였다.  
"미남으로 그리건 웃는 얼굴로 그리건 모두 예술의 금기니 어쩌니 하면서 싫다고 하니 승상은 도대체 어떤 초상화를 원한단 말인가? 에라! 될 대로 되라지! 내일은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서 주도록 하지. 또 퇴짜를 맞는다면 내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다시는 환장이 노릇을 하지 않으리."  
다음 날, 노화가는 뱃속 가득히 오기를 품고 마음에 내기지 않는 모습을 한 채 조조를 바라보았다. 이 때 조조는 바야흐로 책상에 웅크린 채 눈살을 찌푸리고 깊은 생각에 젖어 있었다. 팔자 눈썹, 늘어진 눈살, 쫑긋 나온 입, 어지럽게 흐트러진 수염이 그날 따라 더욱 두드러졌다. 이러한 조조의 모습을 본 노화가는 다시 울화가 치밀었으니 요 며칠동안을 늙고 지친 조조의 모습을 미화(美化)하기 위해 전력을 다 하고도 기분만 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조금도 신경 쓸 것 없이 '이것이 바로 당신의 진면목이오.'라고 항변하는 심정으로 일필휘지하여 데생을 마쳤다.  
사흘 후, 그림은 완성되었으며 노화가는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조조에게 바쳤다. 초상화를 펼쳐 본 조조는 눈썹을 활짝 피고는 웃으며 말하였다.  
"좋군, 좋아. 이것은 마음에 드는군. 정말 마음에 들어."  
이 말에 놀란 노화가는 아무 말도 못하다가 조조가 감상을 마치고 초상화를 말아 올릴 때야 비로소 조조에게 물었다.  
"승상, 이번 그림은 그저 되는대로 그린 것으로 이전 것들 보다 못한 것인데 어째서 만족해하시는 지요. 저는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으니 가르침을 청합니다."  
이 말에 조조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결코 이 조조의 성격이 괴팍해서가 아니오. 내 그림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초상화의 기교란 그 모습을 똑같이 그려내야 될 뿐만 아니라 그 정신도 똑같이 그려낼 수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겠소. 요즈음 나는 나라와 백성의 안위(安危)를 걱정하면서 부흥을 도모하고 사직(社稷)을 구하려고 종일토록 눈썹을 피지 못한 채 면벽수도(面壁修道)하는 자세로 국사(國事)에 전념하고 있는 중이오. 노화백의 그림에 바로 나의 이러한 모습이 핍진(逼眞)하게 묘사되어 있으니 어찌 만족하지 않을 수 있겠소. 물론 나 또한 세상에서 논하는 미남과 추남에 관한 기준을 모르는 것은 아니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무언가 보람있는 일을 한 영웅호걸들이 모두가 무예가 출중하거나 미남자의 모습을 지니고 있진 않았소. 까닭에 사람들은 '사람은 용모로 평가할 수 없다.'라는 이치를 논하고 있는 것이오. 나라를 구하려는 지사(志士)들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내 어찌 '추(醜)'자 하나를 두려워하겠소."  
말을 마친 조조는 다시 무슨 일이 생각난 듯이 여전히 눈썹을 찌푸리며 심사숙고하기 시작하였다. 노화가는 비로소 활연히 깨우쳤으며, 가슴 속에 가득한 원망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진정으로 조조의 재학(才學)과 포부를 알게 된 것이다.

출처 : 고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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