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이야기는 좀 징그러울 수 있습니다.
곤충에 관련된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게시판도 공포로 왔어요.
그런 쪽에 거부감 있으시면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제 외가는 개성이 너무 강해서 시트콤같은 이야기가 많은데 그 중 하나입니다.
어머니께서 육남매 중 막내셔서 외할머니와 같이 잘때 일어났던 일이에요.
외할머니는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마실을 나가시곤 했답니다.
동네 작은 뒷산을 올라가셨다 내려오셔서 아침을 차려주신 뒤 다시 나가시곤 하셨죠.
문제의 그날도 특별히 다른 점은 없으셔서 바로 뒷산을 올라가셨는데,
주변인 반응이 심상치 않더랍니다.
"이보소, 얼굴이 왜 그런교?"
"어디 아픈거 아닌교?"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 반응도 그러더랍니다.
이에 할머니께서는 급히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셨는데....
"와이고, 이게 뭐시고?"
수성 빨간펜으로 콕콕 찍어놓은것 마냥 가득한 빨간 점이 얼굴을 뒤덮고 있더랍니다.
급히 아직 자고 있던 어머니도 깨워서 거울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둘다 서로 시껍하셨죠.
"얼굴이 왜 이런겨?"
아연한 얼굴로 둘이 잤던 방을 들어간 두 분은 눈알이 튀어나올 뻔 하셨답니다.
모기가.......음. 방 안 벽 사방에 가득히 앉아 있더랍니다.
간밤에 얼마나 포식을 했는지 빨간 배를 뒷다리로 만족한 듯이 굴리며
저마다의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서요.
성정이 불같으신 할머니는 분기를 참지 못하고 벽에 손을 내려치는데,
이녀석들이 너무 많이 먹어서 도망가지도 못하고 퍽퍽 터지더랍니다.
문제는 뒤에 남는 핏자국이었죠;;;;;;;;;;;;;;
하얀 벽이 RGB (62 26 25)로 도배되는 걸 원치 않으셨던 할머니는
기발한 생각을 떠올리셨습니다.
촛불을 가져와 모기를 태워죽이는 작전이었죠.
작전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초를 받치는 그릇에 쌓인 모기의 시체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제갈량이 가져온 화살 수만큼 많았다고 합니다.
이제 발등에 불을 껐으니 원인을 파악해야겠죠.
할머니께서는 집앞 하수구 고인 물에 번식한 모기 군락을 알아채시고 맙니다.
행동력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분은 약국에서 농약을(...) 사와 희석시킨 뒤
한 통을 다 써서 장구벌레까지 박멸을 시키셨다고 하네요.
모기 물리면 붓는 사람이 있고 빨간 점만 찍히는 분이 있잖아요?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후자 체질이라 살아남으신 거 같습니다.
만약 조금만 물어도 퉁퉁 붓는 아버지 체질이었으면........음.
후일담으로 이 일을 들은 다른 남매들은 모두 감탄을 했다고 하네요.
아니 그렇게 물리면서 어떻게 잠을 잘수 있냐고요;;;;;;;
음, 쓰고 보니 공포스럽지도 않고 유머스럽지도 않네요.
다른 이야기도 많지만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그럼 이만요!
PS. 제가 중학생일 때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부모님 두분만 계곡에 1박 2일을 다녀오신 적이 있는데,
어머니께서는 발목에 선명한 북두칠성(...)을 찍어 오셨습니다.
본인 말로는 물리는 줄도 몰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