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철의 풋볼스토리 83번째 이야기 : 미숙한 구단 운영, 위기를 키우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2015시즌을 준비하는 K리그 구단 중, 가장 힘겨운 시즌을 보낼 것으로 예상한 팀은 인천 유나이티드였다. 그동안 막대한 부채로 구단 재정과 관련된 여러 논란에 휩싸였던 인천은 설상가상으로 인천광역시가 무리하게 아시안 게임을 개최한 뒤 재정 위기에 빠지면서 시의 위기가 고스란히 인천 유나이티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기존 구단 운영비였던 146억 원에서 무려 60억 원 이상이 줄어든 80억 원 수준까지 예산이 떨어졌기 때문에 줄어든 예산에 따른 피해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피해를 볼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인천 팬들도 최근 구단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 또 다른 충격을 받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욱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구단 프런트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켜 더 큰 위기를 자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숙한 구단의 모습에 인천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깊어지는 중이다. 도대체 구단의 어떤 모습, 그리고 어떤 문제점들이 인천 유나이티드와 팬들의 희망을 나락으로 빠트리고 있을까?
(△ 지난 1월 2일, FC 서울로의 이적을 발표한 이석현)
#. 연이은 주전 선수들의 이적, 하지만 ‘장사’를 못했다.
2015년 1월 2일은 인천 팬들에게 최악의 하루로 기억될 듯하다. 주축 선수인 세 명의 인천 선수가 하루 만에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결정됐다.
아침에 일어난 인천 팬들이 제일 먼저 접한 소식은 이석현의 FC 서울 이적 소식이다. 이석현은 서울의 유니폼을 입고 각오를 다진 모습으로 기사를 장식했다. 이석현의 이적 소식을 본 인천 팬들은 이후 점심이 지나 예상치 못한 또 하나의 소식을 접했다. 이번에는 같은 시민구단인 성남 FC가 인천의 주장인 박태민과 남준재를 FA로 영입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인천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왔던 선수들인 만큼, 인천 팬들은 정든 선수가 떠난다는 소식에 아쉬운 감정을 느꼈다.
선수들의 이적은 인천 팬들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인천광역시의 재정적인 문제로 구단의 운영비 자체가 대폭 삭감되면서 기존 선수들을 더는 잡지 못한다는 것은 구단의 상황을 아는 이들이라면 모두 이해가 가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천 팬들이 선수들의 이적에 충격을 받고 불만을 가진 이유는 주전 선수들을 지나치게 싼 가격에 다른 팀으로 넘겼기 때문이다.
언론에 공개된 이 선수들의 이적료는 흔히 ‘헐값’이라고 부를만한 수준의 가격이었다. 서울로 이적한 이석현의 추정 이적료는 3~4억에 불과하다. 그동안 이석현이라는 선수가 보여준 가치를 보면 더 많은 이적료를 받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또한, 성남 FC로 이적한 남준재와 박태민은 이적료도 없는 FA다. 비록 K리그에만 있는 제도인 ‘FA 보상금 제도’로 인해 FA로 선수를 이적시킨 인천 유나이티드는 FA 보상금을 받게 되지만, 선수 판매에 따른 이적료 수익에 비하면 FA 보상금이 훨씬 적은 건 당연하다. 재정이 좋지 않은 인천이 구단 운영비를 확보하기 위해 선수들을 팔아 이적료라도 벌어들이길 바란 팬들은 구단이 장사를 하지 못했다며 아쉬움과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성남 FC로 이적한 남준재와 박태민. 계약 기간이 만료돼 FA로 팀을 옮겨 인천 팬들에게 더한 아쉬움을 주고 있다.)
특히 남준재와 박태민은 오랜 시간 인천 유나이티드에 몸을 담아왔고 박태민의 경우 주장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계약 만료가 되기 전 구단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재계약을 맺어 인천 유나이티드에 이적료를 안겨주는 방식으로 더욱 좋게 보낼 수 있지 않았겠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충분히 이적료를 통한 수익을 벌어들여 구단 운영비에 조금이나마 보탤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음에도 세 선수를 헐값이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다른 팀에 이적시켰다는 사실에 인천 팬들은 분통이 터졌다.
작년 12월 말까지 인천은 선수들과 직원들에게 월급 2개월 치를 지급하지 못했다. 당장 선수들과 직원들의 급료도 챙겨주지 못하는 와중에 재빨리 돈을 벌어들여 밀린 월급부터 해결해야 했지만, 소득을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의 하나인 선수들을 파는 과정에서부터 인천 유나이티드는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 인천 유나이티드로부터 경질을 통보받은 김봉길 감독, 하지만 그 절차가 우습다. / 사진 출처 : 헤럴드경제)
#. 감독 선임의 위기, 하지만 인천이 자초한 결과
그런가 하면 인천은 아직 2015시즌 팀을 이끌어줄 감독과 코치진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시즌 개막은 어느덧 2개월 정도가 남은 상황에서 이미 K리그의 다른 구단들은 휴가를 마친 선수들과 함께 동계 훈련에 떠났다는 소식이 한창이다. 하지만 인천은 아직 훈련을 동행할 감독과 코치진마저 구성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본래 5일로 예정되어있던 선수단 소집이 8일까지 미뤄졌다. 감독 선임이 시급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훈련 일정은 더더욱 미뤄질 전망이다. 이는 2015시즌을 돌입하는 구단의 성적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인천이 차기 감독 선임에 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천 유나이티드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이전까지 인천을 이끌어왔던 김봉길 감독은 무려 2008년부터 7년간 인천 유나이티드와 함께해왔던 코치이자 감독이었다. 특히 김봉길 감독은 2012년 감독 대행의 역할을 맡으며 위기에 빠진 구단을 세 시즌 연속으로 1부 리그에 잔류시켜 좋은 성과를 냈다. 매 시즌 주전 선수들이 빠져나가고, 구단의 재정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전력 보강은 하지 못했음을 고려하면 김봉길 감독의 성과가 더욱 대단한 성과였음을 알 수 있다. 상승세를 타는 김봉길 감독의 팀은 리그의 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굉장한 저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봉길 매직’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할 정도였다.
이렇듯 오랜 시간 코치와 감독으로서 구단을 위해 뛰어난 공을 남긴 김봉길 감독을 인천 유나이티드 프런트는 고작 전화 한 통으로 경질을 통보했다. 경질이라는 선택은 충분히 가능했을지라도, 그 선택을 당사자에게 통보하는 방법 자체가 대단히 잘못됐다. 오랜 시간 구단과 함께해온 인물에 대한 예의를 상실해버린 몰상식한 경질 방법이었다.
김봉길 감독을 보좌해온 코치진에게는 더했다. 이들의 경질 통보는 전화가 아닌 이메일 한 통로 이루어졌다. 인천을 지휘해온 코치진은 구단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아 구단에서 경질되었다는 소식을 알았다. 이는 분명 정당한 절차와 예의가 실종된 인천 유나이티드의 잘못된 행태다.
(△ 김봉길 감독의 경질 과정에 불만을 품고 계약을 거부한 이임생 감독, 하지만 이외에도 인천 구단은 이임생 감독에게 1년 단기 계약과 코치진 선임을 프런트가 결정하겟다는 조건을 제시하는 등 터무니 없는 계약 제안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무례한 방법으로 구단에 종사하는 축구인들을 경질한 인천은 이후 차기 감독의 선임과 새로운 코치진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결과다. 본래 차기 감독으로 선임될 예정이었던 이임생 감독은 협상 과정에서 “전 감독(김봉길 감독)을 이렇게 경질한 구단은 믿지 못한다.”며 계약을 거부했다. 축구 감독들과 축구인들이 느끼는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프런트가 완전히 망쳐버린 것이다. 가뜩이나 재정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인천의 감독직을 맡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닌데, 설상가상으로 인천 프런트들마저 구단의 신뢰도를 바닥까지 추락시켰다. 인천이 최근 감독 선임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결국 인천 유나이티드가 스스로 가져온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천 유나이티드의 감독직을 자원한 후보군들은 많다고 전해졌는데, 어째서인지 구단이 아직도 후보군들의 감독 선임을 망설이며 차기 감독 선임을 미루고 있는 현실이다. 후보군 중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된 인물은 2012년 대구 FC를 맡아 리그 10위까지(당시 K리그의 팀은 총 16팀) 순위를 끌어올린 모아시르 감독이었다. 모아시르 감독은 자신의 연봉을 깎아서라도 인천 유나이티드에 오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인천 구단은 재정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모아시르 감독을 선임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남겼다.
(△ 모아시르마저 거부한 인천 / 사진 출처 : 풋볼리스트)
모아시르 감독의 선임은 많은 인천 팬들이 바라고 있었다. 모아시르 감독은 대구 FC에서 보여준 것처럼 자신만의 뚜렷한 컬러로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끌어 올리고, 성적을 낼 수 있는 대표적인 감독 중 한 명이었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할 것으로 예정되어있던 인천인 만큼, 능력이 검증된 감독이 팀을 맡아주길 바라는 팬들의 마음은 당연했다. 유일하게 우려가 됐던 모아시르 감독의 연봉 문제도 모아시르 감독이 연봉을 삭감해서라도 인천에 오고 싶다는 인터뷰를 남겼으니 더 걱정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인천 구단은 ‘재정적인 문제’를 들며 모아시르 감독의 선임을 거부했다. 선임하지 못할 만한 힘든 배경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팬은 모아시르 감독의 선임이 정말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거부된 것인지조차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다.
모아시르 감독 이외에도 인천 유나이티드의 감독직을 자원한 후보 감독들은 많다. 하지만 인천 구단이 아직도 차기 감독을 선임하지 못했기 때문에, 운동하고 싶은 선수들은 운동하지 못하고 있고,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계획도 계속해서 틀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 전까지 프런트가 신속히 감독 선임을 끝냈어야 했지만, 어째서인지 감독 선임은 2015년 새해가 밝고 일주일이 다 지나가는 상황 속에서도 도무지 진전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할 거면 도대체 김봉길 감독은 왜 경질한 것인지 묻고 싶다는 팬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모든 것이 총체적 난국으로 보이는 실정이다.
김봉길 감독 경질 후, 인천이 대안으로 생각한 것은 이임생 감독의 선임이었다. 하지만 이임생 감독은 김봉길 감독에 대한 인천 구단의 무례한 경질 방법에 대한 불만과 타당치 못한 계약 조건을 이유로 계약을 거절했고, 여기서부터 인천의 감독 선임은 난항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후 인천의 감독직을 자원하고 있는 후보군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째서인지 구단은 아직 감독 선임을 신속하게 해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구단에 잔류하는 선수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 그리고 2015시즌을 맞이하는 인천 유나이티드 자신이다. 감독 선임과 새 시즌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위기는 결국 김봉길 감독과 코치진을 올바른 방법으로 경질하지 못한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 새 대표이사의 선임 과정에서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새 대표이사의 선임, 팬들은 우려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되면서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하지만 선임과정에서부터 팬들과 주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인천광역시장으로 당선돼 인천 유나이티드의 구단주직을 맡게 된 유정복 구단주는 선거 운동 당시 대표이사를 공모하여 전문 경영인에게 프로 구단을 맡길 것을 시민들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구단주직을 맡은 뒤, 유정복 구단주는 스포츠 구단의 전문경영인이 아닌 前 경제수도추진 본부장을 맡은 다른 인물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팬들과의 갈등을 일으켰다. 주주들을 모아 시간을 가진 주주총회에서 여러 주주가 전문 경영인을 구단의 대표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유정복 구단주는 앞으로의 구단 운영에 대한 계획과 장기적인 비전을 팬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팬들의 우려와 불만은 끝내 구단에 반영되지 못했다. 결국, 논란을 일으킨 새로운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어 최근 보여주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행정적인 문제에 원인으로 꼽힐 수밖에 없게 됐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모두가 안다. 그럴수록 답답함이 더해지는 것은 이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다. 인천 팬들은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구단 경영진이 과연 어떠한 비전을 갖고 2015시즌을 돌입할 것인지 궁금해한다. 구단을 운영하는 프런트는 충분히 자신들의 비전을 팬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특히 구단주와 대표이사라면 구단의 운영권을 지고 있는 막대한 영향력의 인물들인 만큼 구단 운영에 대한 포부와 계획을 팬들에게 약속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최근 인천이 논란을 일으켰던 잘못된 경질 방식과 새 감독의 늦어지는 선임과 관련해 책임을 진 대표자가 해명을 위해서건, 상황 설명을 위해서건 공개적으로 입을 열고 말을 꺼내야 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구단주와 대표이사를 비롯한 그 누구도 구단 운영에 대해서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잘못된 경질 방식에 대한 충분한 사죄의 말, 앞으로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끄는 것에 대한 계획을 드러내질 않으니 앞으로 구단이 보여줄 행보에 대한 불안함과 답답함을 느끼는 팬들의 반응은 당연하다. 전문 경영진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프로 구단이 과연 그럴만한 능력을 갖춘 유능한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는지조차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
그 누가 인천 팬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까? 과연 지금 구단의 운영을 맡는 구단 프런트와 구단주, 대표이사는 인천 팬들의 마음을 대변해줄 자신이 있는가? 구단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구단을 믿고 응원하겠다는 의사로 버틴 인천 팬들이지만, 그토록 뜨거운 애정과 의지를 갖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구단의 미숙한 운영에 따른 실망스러운 사건들의 발발이었다. 그동안 순수하게 한 팀만을 응원해온 인천 팬들은 날을 거듭할수록 망가져 가는 구단의 모습에 실망감만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인천 팬들에게 구단은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5 시즌을 가장 어렵게 보낼 것으로 예상하는 구단은 인천이다. 벌써부터 인천은 2015 K리그 클래식의 강등권에 떨어질 유력 후보로 손꼽히고 있기도 하다. 구단이 어려운 상황임은 알겠지만, 그럴수록 구단을 운영하는 프런트들의 유능한 능력과 신속한 대처가 분명히 필요할 때다. 구단의 희망을 쥐고 있는 현재의 프런트가 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더는 인천 유나이티드에 희망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풋볼스토리 글 : 임형철 / facebook.com/gudcjf758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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