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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엣..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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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S.H.유치원
추천 : 2
조회수 : 57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6/02/13 14:34:01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느낌


 여러분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느낌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너무 따뜻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는건 행복한 느낌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 책에 담긴 따뜻한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랑의 기적

 

 요양원 안의 한 독방으로 안내된 준호는 깨끗한 사방의 벽과 고즈넉한 분위기에 새삼 압도되었다. 한마디로 조용했다. 그 흔한 TV도, 라디오도 없었다.

 준호가 더욱 놀란 것은 침대 위에 반듯하게 누워 있는 환자였다. 그 환자는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니었다. 언뜻 보기에도 자기 또래쯤 돼 보이는 작은 소녀가 머리를 길게 땋아 한쪽으로 늘어뜨린 채 누워 있었다.

 '내... 내가 잘못 들어온 건가...?'

 준호는 허둥지둥 밖으로 나가 다시 한번 문패를 확인했다. 506호... 틀림 없었다.

 그때 한 중년 부인이 준호의 얼굴을 살피며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앞으로 일주일간 우리 아이를 보살펴줄 분이시군요?"

 "아, 네... 전..."

 "잘 부탁합니다. 저 아이의 어미 되는 사람입니다."

 부인은 그러면서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고, 준호도 얼떨결에 고개를 숙였다.

 대학 2학년생인 준호가 봉사단체에 가입한 것은 지난 학기초였다. 서클의 몇몇 학우들과 양로원이나 고아원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새학기에 들어와서도 틈나는 대로 도움이 필요한 재활단체를 찾아 다녔다. 우연히 찾아온 이 요양원도 그런 시설들 가운데 하나였다.

 부인이 과일을 깎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름이 은영이라는 소녀는 식물인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그녀의 나이 열한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로 저렇게 누워있다는 것이었다. 10년 전 열한 살이면 지금은 21세... 준호보다 겨우 두 살이 적었지만, 중학생 정도로만 보이는 앳된 얼굴이었다.

 

 다음날 준호가 병실을 찾았을 때 은영의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바깥 날씨가 화창해선지 실내가 너무 밝았다. 준호는 창가의 블라인드를 조금 내리고 나서,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은영은 계속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에 의하면, 아주 가끔 눈을 뜰 뿐이며 대부분의 시간을 잔다고 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들은 모두 관을 통해서 들어가고 관을 통해서 나왔다. 준호가 몸을 움직여서 해야 할 일은 딱히 없었다. 그는 비로소 자신의 역할을 떠올리고는 피식 조소를 지었다.

 '나 같은 사람은 그냥 조용히 앉아 있어라 이거로군...'

 사실 그가 할 일이라곤 그 병실의 물건이 도둑맞지 않게 지키는 일, 그것밖에 없었다.

 

 이튿날 준호는 책 한 권을 들고 찾아갔다. TV도 라디오도 없는 병실에서 최소한 무료함이라도 달래기 위해서였다.

 은영의 머리맡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던 준호의 시선이 무심코 그녀에게로 향했다. 순간 그는 깜짝 놀랐다.

 "...!"

 그녀가 어느새 눈을 뜨고 있었던 것이다. 눈 뜬 은영의 얼굴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비로소 그녀가 산 사람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은영은 왠지 불안한 시선으로 준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잠시 후 그녀의 어머니가 들어오자 안심이 된다는 듯이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준호는 다음날 또다른 책 한 권을 들고 병실을 찾았다. 그날은 은영의 어머니도 일찍 나와 있었다. 그녀는 딸아이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 또래들이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였다.

 준호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말을 알아들어요?"

 어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잘 몰라요. 하지만... 알아들을 거라 믿어요..."

 은영의 어머니는 바쁜 일로 곧 밖으로 나갔고 병실 안에는 또다시 은영과 준호 뿐이었다.

 준호가 의자에 앉았을 때 문득 시트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 은영의 하얀 손이 보였다. 그 손을 시트 안으로 넣어주다가 준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깨어 있었다. 당황한 준호는 순간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은영은 다시 잠에 빠져들었고 준호는 책장을 펼쳤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다.

 

 그 이튿날 병실을 찾았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고 은영은 망연히 눈을 뜨고 있었다. 준호가 다가서며 짧게 인사를 했다.

 "안녕?"

 확신할 순 없지만, 준호는 언제부턴가 그녀가 '살아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바로 그때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은영의 눈동자가 준호를 향하더니 가볍게 웃는 것이었다.

 "...?"

 '웃었다...? 식물인간은 움직이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얼마 후 그녀의 어머니가 들어왔고 준호가 사실대로 말해 주었다.

 "왜 그런거죠?"

 "학생도 느꼈군요. 저 아이가 웃는 것을..."

 "느끼다뇨? 그럼 정말로 웃은 건 아니란 말입니까?"

 그녀의 얼굴에 다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나도 몇 번이나 봐서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렸지만, 그건 착각이랍니다. 저 아이는...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두 눈밖에 없대요."

 "..."

 "그렇지만 잘 되었네요. 학생도 저 아이가 웃는 걸 느낄 수 있다니... 아마 서로 잘 통하는지도 몰라요..."

 준호가 고개를 돌려 은영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잠들어 있었다.

 

 은영의 병실을 찾는 것이 이제는 준호의 생활이 되어 있었다. 그는 날마다 병실을 찾아갔다. 그리고 혼자 책을 읽는 대신에 그녀에게 책을 낭독해주기 시작했다. 짧은 동화부터 시작해서 전쟁소설까지, 닥치는 대로 읽어주었다. 그러면 은영은 좀처럼 자지 않고 눈을 물끄러미 뜬 채 준호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는 것이었다.

 병실에 들어섰을 때 은영은 깨어 있었다.

 "30분 전부터 깨어 있었어요. 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오."

 은영의 어머니가 말하고는 웃어 보였다.

 준호는 그날 왠지 허둥대느라고 은영에게 읽어줄 책을 준비해오지 못했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그 대신에 자기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전에 읽었던 책 이야기, 친구 이야기, 시골 고향집 이야기...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의 독백과도 같은 대화는 밤늦도록 계속 되었고, 은영도 잠들지 않았다.

 벽시계는 어느덧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위가 적막할 정도로 고요했다. 준호는 매우 편안한 느낌에 전에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자기만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열등감에 시달리는 자기, 여자친구 하나 없는 외로움, 지금까지 용기가 없어 그냥 놓쳐버린 여자들... 누가 알게 될까봐 두렵고 창피한 이야기들이었다.

 '지금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아무것도 모르는 식물인간이니까...? 정말 그런 거야...?'

 그녀에게 넋두리를 늘어놓던 준호는 어느 순간 깜빡 잠이 들었다.

 무심코 눈을 떴을 때, 자기 뺨에 따스한 것이 놓여 있었다. 그녀의 손이었다.

 "...?"

 준호가 여전히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네, 네가 올려놓은 거니...?"

 하지만 그녀가 대답할 리 없었다. 그녀는 단지 말똥말똥 준호만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실례를 한 모양이군. 미안해."

 준호는 병실을 뛰쳐나왔다.

 '꼴 좋구나... 밤새 넋두리나 늘어놓다니...!'

 집으로 들어간 준호는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

 

 준호는 다음날 조금 늦게 병실을 찾았다. 언제나 똑같은 모습의 병실, 똑같이 누워 있는 은영.

 은영의 어머니가 조금은 아쉬워하는 얼굴로 맞아주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네에..."

 "저애가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아쉽네요..."

 "..."

 "학생이 오고 나서부터 저애가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지금까지는 저런 일이 없었는데... 의사선생님은 좋은 일이라고 하시더군요."

 "네에..."

 준호가 언제나처럼 조용히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은영에게 말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야.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고..."

 준호가 은영 어머니를 의식하며 낮은 목소리로 다음 말을 이었다.

 "어제 일은 미안했어..."

 은영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지만, 준호는 또 한번 그녀의 웃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봐준다는 뜻인가...?'

 

 다음날부터 준호는 도무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한결같이 "너 괜찮냐?"는 질문부터 해올 정도로, 뭔가를 하지 않은 것 같고 분명히 뭔가를 빼먹는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덜렁거리는 녀석, 또 뭔가를 빼먹고 헤매는군. 멍청하긴...!'

 그렇게 일주일을 허비한 끝에 준호는 마침내 그 원인을 찾아냈다. 요양원! 그곳에 뭔가를 놓고 온 것이 틀림없었다. 책을 놓고 온 것이든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라도 틀림없이!

 준호가 다시 찾아가자 은영의 어머니는 무척 놀라면서도 반가워했다. 그는 다시 은영의 두 손을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점심도, 저녁도 잊은 채 대화를 계속했다. 배고프지도 피곤하지도 않았다. 지금 이 시간이 그에겐 둘도 없이 중요한 시간이었기에...

 

 준호는 그날 이후로도 계속해서 은영을 찾아갔고, 그녀의 어머니도 한결같이 반겨주며 고마워했다. 그는 언제나 은영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했다. 틈이 날 때마다 무슨 책이든 닥치는 대로 읽어 대화의 주제를 찾았다.

 준호는 그날도 밤늦은 시각까지 은영의 손을 잡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준호가 문득 은영의 얼굴을 보았다. 웃고 있었다. 준호가 이야기를 해줄 때면 언제나 웃고 있는 그녀였다. 

 은영의 손을 잡은 준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후후... 그래... 난... 그러니까 난..."

 준호가 말을 더듬거렸다.

 그는 오늘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니, 꼭 해야만 했다. 침이 마르고 입술이 바짝 말라버렸다. 그러나 결국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 너 좋아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말, 정말 거짓말처럼 해버리고 말았다. 23년 만에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순간 준호는 그녀의 손가락 하나가 희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우... 움직였어...?"

 준호는 급히 간호사를 불렀고, 곧 간호사와 의사가 뛰어왔다. 그러나 간단한 진찰을 마친 의사의 대답은 실망스럽게도 "노!"였다.

 "확실히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학교 일과 이런 저런 잡스런 일들로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일주일 후 다시 병실을 찾아갔을 때는 그녀의 방이 비어 있었다.

 간호사가 말해주었다.

 "어제 저녁에 손가락을 움직였어요. 의사 선생님도 확실하게 보았고요. 그래서 큰 병원으로 옮겨갔습니다."

 병원의 위치를 알아낸 준호는 단숨에 그곳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요양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 틈에서 은영의 어머니를 찾아냈다. 그녀는 준호를 보자마자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아이가 차도가 있는 것은 모두 학생 덕택입니다. 근육이 되살아나고 있대요. 이제 움직일 수 있어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준호는 간신히 그녀를 진정시킨 후 은영의 병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늘 그랬듯이 손을 잡고 이야기 했다.

 "정말... 정말 다행이야..."

 준호의 눈에서도 눈물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병원은 요양원처럼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준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가 은영을 만났다.

 그 후 6개월 동안 그녀는 정말 많은 발전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신문과 방송에서도 찾아와 '10년 만의 기적'이라며 흥분했다.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준호는 불길한 느낌에 휩싸였다.

 '이제 곧 그녀를 만날 수 없게 되겠구나... 그녀도 다른 사람처럼 정상인이 되면... 아마 날 만날 일은 없게 될 거야... 나 같은 사람 거들떠 보지도 않겠지...'

 몇 달 전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만약 그 때 말을 할 수 있었다면 뭐라고 했을까...? 뻔하겠지. 나 같은 사람... 관심 없는 건 당연해...'

 

 그후로 몇 달 간, 준호는 정말 은영을 향한 발걸음을 딱 끊었다. 그 후유증으로 전과 같은 상실감이 찾아왔고, 이번에는 더욱 힘들었다. 가끔씩 신문 지면에서 그녀의 기사를 볼 때면 당장에라도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후후, 잊어버리자. 이제 끝난 일이야...'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낯익은 얼굴이 서 있었다.

 "...?"

 은영의 어머니였다.

 "아, 안녕하세요?"

 그녀가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어떡해야 하나, 지금까지 발길을 뚝 끊은 걸 뭐라고 설명하지...?'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찾아오지 않아서 내가 직접 찾아왔어요. 미, 미안합니다... 그간 학생도 사정이 있었겠지요... 아이가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어요. 가끔씩이라도 들려주세요. 어찌되었건 학생은 아이의 은인이니까요..."

 은영의 어머니는 우연에 불과한 일일지도 모르는 이 일을 순전히 준호 덕으로 알고 감사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은영은 지금 굉장한 차도를 보여 재활치료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준호가 물었다.

 "저, 혹시 저를 기억하고 있나요?"

 "그럼요. 학생이 처음 올 때부터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준호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다면 그날 밤 내가 했던 모든 말들, 그 고백도 전부 기억하고 있단 말인가...?'

 은영의 어머니는 꼭 한번 들려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돌아갔다. 준호는 텅 빈 골목에 혼자 서서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준호가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병실에는 은영의 어머니가 혼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마치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은영은 재활치료 중이라고 했다.

 재활치료실의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여러 환자들이 보였다. 은영 어머니가 눈짓으로 그녀를 가리켜 주었다. 금속으로 만든 지지대에 몸을 식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은영이 보였다. 길게 머리를 땋은 얼굴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고 옷은 땀으로 흥건했지만 그녀는 발걸음 옮기기를 쉬지 않았다. 그 모습이 마치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처럼 위태위태해 보였다.

 준호는 그대로 돌아서려고 했다.

 '건강한 모습을 봤으니 됐다... 이제 내가 할 일도 없지 않은가...'

 몸을 돌려 그곳을 빠져나오려는 바로 그때였다. 안에서 준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서툰 발음, 마치 낯선 외국인이 부르는 것처럼 서툴기 그지 없는 목소리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준호가 고개를 돌렸다. 은영, 그녀였다. 그녀가 자기를 보며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주은...호 씨이... 준호 씨이... 주은...호오 씨이...!"

 은영은 준호의 이름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부르면서 천천히 그에게로 걸어왔다. 서툴기 짝이 없는 걸음으로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하면서...

 그녀의 부름에 준호는 무슨 마술에라도 걸린 듯이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주은...호... 씨...!"

 은영은 결국 준호의 이름을 부르다가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자신의 다리를 원망하면서, 계속해서 준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주위 환자들과 보조원들이 그녀를 위해 길을 내주었고, 모두들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여전히 울먹이며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준호는 마음 속으로 외쳤다. 이제 다 됐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힘을 내!

 드디어, 힘들게 다가온 은영은 쓰러지듯이 준호의 품에 안겼다. 뒤이어 사방에서 쏟아지는 박수 소리와 환호성... 준호가 천천히 그녀를 보듬어 안았다. 은영은 여전히 울먹이면서 익숙하지 않은 발음으로 계속 말을 했다.

 "에...에... 차자오지... 아... 안았...써요..."

 원망하듯 말하는 그녀에게 준호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네가 날 싫어할까 봐, 네가 떠나버릴까 두려워서 찾아오지 못했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미안해..."

 그녀가 계속 울먹이며 말했다.

 "지...지...지그음... 까지... 다...단신을... 차자가려어고... 열씨미... 했어어요..."

 순간 준호는 가슴이 벅차 올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난... 그...그때 말... 기...기이억하고... 있...있어...요..."

 그녀는 계속 준호의 가스메 얼굴을 묻고 말을 이었다.

 "나...나도... 조아해요... 이...이마를... 하고... 시...시퍼써요..."

 은영은 그러고 나서 큰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준호는 그런 그녀의 땀에 젖은 등을 토닥거리며 달랬다.

 '바보 같은 놈. 내가 왜 쓸데없이 걱정을 했을까, 그 쓸데없는 걱정을!'

 준호가 은영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고마워... 그리고... 그리고... 정말 좋아해..."

 사랑한다는 말은 끝내 하지 못했다.

 준호는 스스로가 원망스러워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제길! 난 왜 이런 순간까지 용기가 없는 것인가!'

 그녀가 훌쩍거리며 고개를 들더니 준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그럴 때는... 사...사랑이라느...는... 말을 써도... 조...조을...거예요..."

 그 말을 듣고 준호는 은영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사랑이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그것은 향락의 거친 꿈도 아니며 정욕의 광기도 아니다. 또한 사랑이란 선이고 명예이고 평화이고 깨끗한 삶이다. 사랑은 기적의 씨엇이다.

 -H.반 다이크

 

 끝까지 잘 읽으셨습니까? 어떠신가요? 뭐.. 대단한 작품도 아니고, 탄탄한 구성의 드라마도 아니고, 표현도 뛰어나진 않지만, 저는 이 이야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해드리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읽는 것이 참 쉬운 책 같습니다. 평소에 책을 안 읽던 사람들도 책 읽기를 시작할 때 이런 책들을 먼저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책을 꼭 구입해서 봐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베스트셀러라고, 남들이 추천한다고 해서 그 책이 정말로 좋은 책, 그리고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책을 구입하기 전에 한번은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서관이나, 지인들이 먼저 구입한 책을 빌려서 깨끗하게 본 후, 그 책이 마음에 든다면 그 때 가서 산다고 해도 늦지 않습니다. 책을 사서 봤는데, 재미가 없다거나 마음에 안든다면 그것은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은 재미있어도, 나에겐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책은 구입하기 전에 빌려서 본 후, 구입해도 되겠다고 생각이 들면 구입하셔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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