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초등 2학년입니다.
아침에 냉장고 문앞에 '~ 1년동안 친하게 지내자 OOO' 이런 하트모양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습니다.
분명 딸아이가 받아 온 것 같긴 한데, 글씨체가 어른글씨더라구요.
그래서 와이프한테 물어보니, 이번에 반장 된 애가 반 전체에 화이트데이라고 사탕이랑 자유시간등을 넣어서 돌렸다 하더라구요.
물론, 반장이 된 아이의 엄마로서 자기 애가 반장이 되었으니 뭔가 성의표시는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했다 하더라도 제 견해는 이렇습니다.
첫째, 아이는 아이들의 세계가 있습니다.
반장으로 뽑아 준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겠지만, 그러한 고마움을 작든 크든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고마움의 무엇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고마워 하는 것도 반장아이여야 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도 아이여야 합니다.
보다 보수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반장으로 뽑아 준 것에 대한 올바른 행동은 반을 대표함으로써 모범을 보이고 솔선수범 할 수 있는 그러한 마음자세이지 결코 다른 무엇을 어른들의 시각으로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형평성의 문제입니다.
반장이 된 겸, 화이트데이 겸. 무언가 물질적-가시적인 선물을 누군가가 한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아이들이 느껴야 할 감정입니다.
이는 반 전체에 선물을 돌린 반장아이, 그리고 그런 반장아이에게 무엇인가를 받은 아이들이 그러한 선물을 토대로 형성되는 어떤 특별한 감정입니다.
쉽게 생각 해 보면 이런 것입니다.
반아이들이 생일이라고 비공식적으로 친한 친구들끼리 생일 파티를 하는데, 어느 아이 생일에 그 부모가 미니버스를 렌트해 놀이공원에 모두 데리고가 자유이용권을 끊어 놀고 참석 해 준 아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선물을 하나씩 돌립니다.
이 사례를 부모입장에서 보아도 문제지만, 실제 당사자인 아이들간의 감정으로 들여다보아도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 행위적 발로가 어찌 되었든 간에, 반장이 되었다고 해서 물질적인면에서의 사례를 해야 한다면, 부반장은 어찌 해야 할까요.
학년 장은 어찌해야 할까. 후에 전교회장은 어찌 해야 할까요?
반장이 되었다고 반장 아이 엄마가 일일이 손글씨를 쓰고 선물을 마련해서 돌려야 한다면, 어린이 날에는? 스승의 날에는?
어찌보면 별게 아닐 수도 있는데.
저는 이런게 너무 싫네요.
아이는 아이끼리. 그들의 세계에서 되도록 순수한 마음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고 사귀고 그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