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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마와 이퀄리즘
게시물ID : animation_4070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톤골렘
추천 : 10
조회수 : 677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7/01/09 09:59:35
사실 이글은 작년에 썼는데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여러사건들이 빵빵 터지면서 올릴 엄두를 못 내다가 이제야 올려봄니다
  
란마 1/2 코믹스 (이하 란마) 기준으로 이야기하므로 TVA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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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사실 란마를 최근 다시 보게 된건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읽고 나서부터인데, ‘남자가 여자가 되는 이야기이면 남자와 여자의 공통점(아퀄리즘적인 것)을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분리시켜 보는 쪽을 강조하더라.’ 는 골자의 내용이었다. 근데 뭐 당연하지 않을까. 갈등은 결국 같은 부분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나오기 쉬우니까.  한편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과연 어릴적 추억으로써도 희미한 란마라는 만화가 과연 이와같은 성평등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38권 전권을 다 읽었을 때, 나는 여전히 ‘구분지어 이야기한다’는 처음의 생각에 동의했으나, 그와 동시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것에는 분명히 그 이상의 방향이 있음을 보았다. 개그연애만화인 란마를 이퀄리즘의 관점에서 풀자면, 이 이야기는 성차별적이기보다는 그 반대의 관점을 훨씬 더 강하게 보여준다.
 











1. 

란마의 세계관은 80년대 말~90년대 초 일본 (당시의 우리나라와도 매우 깊은 연관성이 있다.) 으로, 이제와서 다시 읽자니 사상적으로도 최첨단을 걷는 현대사회에 익숙해진 사람으로서 신선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 있다면,  수직으로 전해지는 전통과 관습의 강한 영향력이다. 어딜 가나 ‘어느어느 지역의 사람들은 무엇무엇하면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거나,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혹은 ‘아버지 (부모님과는 다르다!)가 허락한 관계’ 하는 식의 이야기가 주도한다.

근데 사실 내가 어렸을 적에 보던 만화가 은비까비, 배추도사무도사, 꼬비꼬비, 머털도사임을 생각해본다면 전혀 의외일 것도 없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의 사회는 전통과 관습이 지배했다. 지금 애들한테 말하면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하겠지만, 내가 어렸을적만 해도 명절날 할머니집의 부엌에 들어가려고 하면 뒤통수에서 들려오는 ‘남자가 그런데 들어가면 고추떨어진다’ 는 호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통과 관습이 강력한 지위를 갖는 사회에서는 성인식도 전통적이다. 우리는 30년전의 성평등인식이 어땠는지 잘 알고 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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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는 왜 자기방을 되찾지 않고 부엌을 찾는가.





 
사실 란마는 요즘시대에 놓고 보면 설정부터 성차별적인 이야기가 된다. 사오토메 란마는 중국 수행 도중 주천향의 낭娘익천에 빠져서, 이후로 찬물을 뒤집어쓰면 여자로 변하게 되는데, 란마 주변에 있는 일명 ‘주천향 멤버’들은 팬더, 돼지, 고양이, 오리로 변한다. 남자인 란마가 여자가 된다는 것은, 란마 세계관에서 부정적인 것, 패널티, 저주의 의미이며. 란마는 자신이 남자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강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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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중에 가면 아수라가 빠진 아수라익천 따위가 나와버리긴 하지만, 개그만화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란마의 이야기는 이 시대착오적인 (아니, 당시대를 생각했을 때는 그렇지 않지..) 설정을 이용하여, 남성과 여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것은 란마가 가지는 두 가지 특징 때문일 것이다.
 
첫째. 란마는 신체적인 측면에서 (특히 격투 부문에서) 작중 최강자이며, 이것은 란마가 여자가 되어도 변하지 않는다. 여자 란마도 격투 능력에서 등장인물들을 대부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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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쩔 수 없는 물리적인 한계는 있다..)



*스토리 진행상 란마가 여자에서 남자로 돌아오지 못해 고전하다가, 남자로 돌아와 승리한다는 내용이 자주 등장하긴 한다. 이건 조금 있다가 이야기할 것이다.


 
둘째는 란마가 가지고 있는 양성적인 성향이다. 남자의 영혼으로 여자의 몸을 갖고 있다는 설정이라면, 세속에 찌든 나로서는 엄한 상상밖에 들지 않지만, 란마는, 정확히 말하면, 작품의 캐치프레이즈인 ‘남자이면서 여자인’ 에 한없이 가까운 인물이다. 란마는 영혼은 남자지만 남자와 여자의 몸이 둘 다 있는게 아니라, 남자일 때는 ‘완벽한 남자’, 여자가 되면 ‘(보이쉬한 성향의)완벽한 여자’의 성격을 가진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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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외모대결을 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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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가서는 남자를 후리고 다닌다거나(...) 하는 기행을 보여준다.








 
이 두 가지 특징은, 란마를 당대의 기성세대(이건 심지어 남자 란마도 어느정도 해당된다!)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든다. 그는 남자라기에는 너무 여자같이 생겼고, 여자라기에는 너무 남자답다. 작가는 란마를,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80년대에 :’투하’시켜버린다. 그에 따라 사회적 통념들은 줄줄이 시험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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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냐 무슨 소리를 하고있는거냐 너







특히 작중에서 지겹게 등장하는 기믹으로, 여자의 몸으로 고전하다가 남자로 돌아와서 전투에서 승리하는 부분이 그렇다. 앞에서 말했듯이 여자라서 고전한다고 하기엔 란마는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여자여서 싸움에서 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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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남자라고 해도 날개를 단 미노타우르스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개그라고 하기엔 너무 진지한 이 기믹은, 란마라는 혁신적인 인물의 이야기에, 너무 당연하듯이 당대의 편견을 집어넣음으로써 모순에 빠지게 만든다. 이야기 속의 통념은 구태지만 이야기 자체가 구태인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란마 주변의 세상은 란마를 통해서 이퀄리즘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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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너무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개인이 바꿀 수는 없었다. 

란마와 아카네는 아버지들이 맺어준 인연이지만, 결국은 그것을 받아들인다. 
 
개인이 어쩌질 못 하는 사회 속에서, 나름대로 재밌게 살아가려는 이야기. 그게 란마다.














3. 여기부터는 그 외의 이야기.
 
-란마는 구글북스에서 ebook으로 구할 수 있으나, 4000원 치고는 스캔의 품질이 영 좋지가 못하다.

만약 38권을 중고로 한번에 구입하려고 한다면 중간에 다른 판본이 섞여있나 확인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해적판도 섞여있을 수 있다. 이름이 카스미,나비키,아카네에서 가희, 나희, 다희로, 하나, 두나, 세나로 바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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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어





남자고 여자고 홀랑 벗고 뛰어댕기는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서비스신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무언가 미묘한 해방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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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모 작품에서도 느껴본 그 감정이다.

‘벗는다’ 가 중요한게 아니라, '무엇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준다.











 
-뒤의 10권(28~38)정도를 제외하면 이누야샤 이전의 루미코 특유의 동글동글한 그림체의 완성형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귀여움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끔씩 보다가 쓰러질정도로 귀엽다. 가끔은 이건 뭐 신기수준이 아닌가 할 때가 있다

-그외 동시에 미묘한 감정을 캐치하는 능력이 엄청난데, 스토리가 지금 보기엔 구식이라고 할 수 있어도 미묘한 감정선을 잡는 능력은 결코 구식이 아니다. 만화를 많이 본 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도 이런 수준은 본적도 없다





이게 앞의 특유의 동글동글한 그림체랑 합쳐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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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가 아재가 다돼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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