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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삭금] 저격된 업자분들 제품 구매자입니다. 한마디 하렵니다.
게시물ID : fashion_1300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민들레항아리
추천 : 18
조회수 : 667회
댓글수 : 43개
등록시간 : 2014/10/28 02: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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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못하시죠.
 
벼룩시장은 2번째 참여였습니다. 거리공원 오거리는 제 친구 집과 가깝기도 해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았더랬죠.
 
처음 참석했을 때는 비가 왕창 왔었습니다.
 
그 곳 판매자 분이나 저희같은 구매자 분들 대부분이 우산이 없어서 천막 아래 몰려서 비를 피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추억 얘기 할 거 아니니 먼저 간략하게 후기부터 올리자면요,
 
저와 친구 둘이서 거리공원 오거리에서 도킹해 이번 벼룩시장을 찾았습니다.
 
둘 다 매일같이 오유를 드나든지 10년이 훌쩍 넘은 오래된 눈팅족입니다. 저는 첫 가입 아이디가 회원번호 5천번대이고 친구는 100단위로 기억해요.
 
고작 4회째를 맞은 오유 벼룩시장엔 그때와 달리 인파가 엄청났습니다.
 
그 북적이는 군중 사이로 먼저 한 바퀴 구경을 하기도 전에 잊지 않겠다는 세월호 서명 줄에 서서 걱정 반 기쁨 반으로 서명하고 스티커 받았어요.
 
저흰 일부러도 줄 없는 부스 쪽에서 기웃거렸습니다. 다 좋은 취지로 오셔서 봉사하시는 분들인데 조금이라도 보람 느끼셨으면 좋겠어서요.
 
저희가 간 시간은 오전 11시 반 경이었는데, 당시에 달다구리 쪽은 이미 100미터 이상 줄이 늘어서 있었어요.
 
친구 이삿짐을 옮기러 먼 걸음을 또 해야 해서 구석구석 돌아다니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행성팔찌는 보지 못했지만
 
수세미비누와 레고반지(맞나요?) 등에서 디퓨저나 비누 등을 구입했어요. 이사하는 친구 방에 둘 요량이었지요.
 
 
 
짧은 시간이지만 둘러보면서 몇 가지 이상한(?) 낌새가 있었습니다.
 
첫째로 가격이 조금 비쌌습니다. 제게 벼룩시장이라고 하면 헌 옷들을 수북히 쌓아서 몇천원에 판매하는 남대문 돗때기 시장을 떠올리게 되는데,
 
디퓨저 세트 1만 5천원. 음? 이정도 가격이면 제가 애용하는 합정 메세나폴리스 우이우이와 맞먹는 가격이었습니다.
 
아무리 물가가 올랐어도 기본 단위가 좀 높아서 만만한 건 구석에서 어르신 한 분이 묵묵히 파시던 솜사탕 뿐이었습니다.
 
뭐 그래도 좋은 취지니까. 이번엔 기부금 좀 많이 모이겠다 싶었죠.
 
둘째로 일부 부스에선 카드결제가 되었습니다.
 
친구가 본인의 방에 둘 디퓨저를 사면서 제게 차량용 디퓨저를 선물했습니다. 그 경위가, 현금이 부족한데
 
친구가 장난삼아 카드 안돼죠 ㅜ 하고 물었더니 수수료 10퍼 계산해서 된답디다. 허허. 카드가 되는 것도 놀라웠지만,
 
기부할 취지였으면 수수료 얘기를 꺼낼 필요도 없을텐데 조금 이상하게 여겼지만 크게 의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셋째로 젊은 판매자들이 프로였습니다. 오히려 제 어머니뻘 되시는 아주머니 분들은 사람들이 조금만 몰리면 어쩔 줄 몰라하시는데  
 
젊은 판매자들은 대부분 응대 멘트는 물론이고 손님을 어떻게 잡아두고 또 판매할 수 있는지 잘 아는 프로였습니다.
 
저는 그래서 생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판단, 친구에게 재능기부가 많네 하고 계속 중얼거렸어요.
 
거기서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후회가 막심하네요...
 
레크레이션 무대에서 말 가면 쓴 분과 다른 일반 참가자 분이 훌라훞 돌리면서 서로 마주보기 하는 것을 보며 벼룩시장을 떴습니다.
 
 
 
 
저는 차량이 있고 매우 익숙한 동네라 바로 근처 버스차고 근처에 차를 대고 친구와 만나 바쁜 걸음을 했습니다.
 
저의 경우 수차례의 수술과 또 마지막 수술을 앞두고 여행도 다녀온 터라 카드값도 한계였음에도 몇만원 꿍쳐둔 현찰을 준비했습니다.
 
친구는 월급의 75퍼센트가 넘는 돈을 적금에 붓고 10년 된 옷을 입고 살며 직장생활 평생 악착같이 모은 돈을 월세 보증금에 털어 붓고
 
마악 이사했음에도, 밥 한끼 굶으면 된다는 식으로 몇만원 만들어 왔습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저나 친구나, 오유 벼룩시장에서 소비한 돈이 기부금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업자들 호주머니로 들어갈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레몬청이나 머랭이니 향수니, 어떤 컨텐츠가 신기해서 그리 줄을 서서 구매합니까? 말마따나 홍대 이태원 강남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렇게 줄 안 서도 싸고 편안하게 먹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오유 벼룩시장' 이니까
좋은 마음으로, 또 믿고 소비하러 오신 것 아닙니까?
 
전 많은 참여자 분들이 그러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뭐 어쩌겠어요. 우리나라에선 그래도 되잖아요? 다 무식한 소비자가 잘못한거지요...
 
 
 
 
환불 요청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복삭금을 걸고 비양심적인 업자들 당신들을 저주합니다.
 
하루종일 고생하셔서 기부하고 남은 돈으로 교통비하고 뒷풀이 하는걸 뭐라고 하겠습니까?
 
저격당한 업자분들, 당신들은 처음부터 '기부'가 목적이 아니었던 거에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 겁니다.
 
부디 하루 수백이라는 엄청난 수익에 기뻐하면서 펑펑 쓰고 다시 그 수익을 기대하며 승냥이처럼 그런 곳만 찾아 헤매다가 후회하시길.
 
당신들은 저희같은 사람에겐 구세군 복장을 하고 기부금을 받아 내빼는 족속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기부한대서 기분 좋게 돈 썼더니 ㅠㅠ 하...
 
 
 
 
다만 본래 취지였던 기부금이, 어리석은 오징어들의 호주머니속에서 나온 돈이 기부금으로 온전히 쓰이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고 분하네요. 
 
벼룩시장 운영진 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정말 많이 고생해주시는 것 잘 보아서 알고 있구요. 그래서 운영진 분들이 더욱 분해하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얼마전 사건으로 운영진 이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긴 하지만 벼룩시장은 믿어야죠. 믿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을 이용해도, 빌딩을 세울 때 미세하게 뒤틀림들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위로 올리면서 무게중심을 맞추면서 쌓게 되지요.
 
x층까지 위로 곧게 뻗은 빌딩을 짓는다 - 라는 처음 기획 의도만 잊지 않으신다면 다소 뒤틀림들이 생기더라도
 
문제 없이 본연의 취지를 완수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규모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규모가 커지면 자본이 움직이게 되고, 자본이 움직이면 운영진 여러분들은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유혹에 뭇매를 맞게 될 겁니다. 어떤 업자에게 접대를 받고 풀타임으로 계약을 내주는 것도 심심지 않겠죠.
 
중요한 건 얼마를 기부하느냐가 아니라 기부 그 자체 아니었던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기부율은 전액 기부가 맞습니다.
 
벼룩시장의 운영 자금이 필요하면 운영 자금 모집 벼룩시장을 여는 게 맞는 거구요.
 
벼룩시장은 본질적으로 엄밀히 말해 시장이 아니라 나눔입니다. 이득을 취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이미 많은 분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계시니, 제 5회 오유 벼룩시장은 더욱 더 '오유 벼룩시장'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서울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도 꼭 참석하여 다만 100원이라도 기부금에 보탬을 하고 싶습니다.
 
이런 일이 생겨서 유감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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