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나뿐인 언니 결혼식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집에서 겉도는 느낌을 평소에도 느끼긴 했지만 오늘은 꽤 서러웠네요...
맨 처음에는, 손님들한테 식권 분배하는 걸 저한테 시키더라구요.
친구들한테도 얘기했더니 직계 가족은 인사하고 사진찍고 다녀야 돼서 보통 그런거 안시키지 않냐고...
네. 저 오늘 사진 찍은것두 없네요. 인사야 식권 분배하면서 'ㅇㅇ 분이셔~ 기억하지?' 하면 아 넹..ㅎㅎ 하는 정도고.
그러다 언니가 웨딩드레스 입고 신부 대기실에 도착했다고, '작은 어머니'한테 들었습니다.
엄마랑 아빠는 이미 가고 없더군요.
헐ㅋ 하고 처음에는 그냥 바쁘셨나보다. 생각하며 아쉬움 없이 뒤늦게 쫓아갔어요. 부모랑 신부 사진 찍고, 사돈 어른들이랑 신부 사진 찍고... 저는 언니랑 둘이 찍거나 가족 넷이서 찍고 싶었는데 부모님은 그대로 돌아가고 너도 후딱 오라는 느낌이라 작은 어머니랑 셋이 찍고 바로 나왔습니다.
다시 식권 돌리다가... 언니 결혼식 시작이 40분이었는데, 30분 되니까 또 엄마랑 아빠 실종. 이번에는 작은 이모가 결혼식 시작한다면서 저 안들어가냐고 하길래 예식장 같이 들어갔어요.
엄마 앉아있는 거 보고 그때 한번 울컥 하데요. 와, 어떻게 평생 한번인 언니 결혼식을, 나는 보지도 못할 뻔했구나. 나도 그래도 딸인데 한마디 해주는게 그렇게 어려웠나... 바로 옆에서 인사하고 있었으면서... 아빠는 신부 손 잡아주러 준비하고 있었구요.
그래서 신랑 신부 입장하기 전에 엄마한테 조금 칭얼댔습니다. 어떻게 한마디 말도 안해주고 오냐. 나 결혼식 못볼 뻔했다.
나름 언니 결혼식이니까 꾹 참고 진짜 딱 저정도만 투덜댔어요.
여튼 식이 끝나고, 스태프들이 곧 직계 가족이랑 친인척 사진 찍을거니까 대기해달라고 소리치더라구요.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가 저한테 빨리 나가서 자기 고무신 좀 가져오라고 닥달을 하는거에요.
고무신 당장 갈아신을 것도 아니고, 사진 찍고 나가서 갈아 신어도 되지 않냐고 뭐라 했더니 이번에는 막 자기 눈물 조금 흘려서 화장 고쳐야 하니까 핸드백좀 가져와라 어쩌라... 아니 바로 옆에 제 또래 친한 친척도 있고 나름 언니 결혼식이라 저도 계속 있고 싶은데 자꾸 억울해지는거에요. 짜증나서 그냥 빨리 뛰어서 가져왔어요.
그리고 신랑 신부+양가 부모의 사진 촬영이 먼저 끝났어요. 이어서 양가 친인척들 올라올라길래 올라갔더니 엄마가 진짜 밑도끝도 없이 다짜고짜 저한테 뒤로 가라고 얘기하는거에요.
....?
직계 가족인데, 보통 뒤로 가서 찍어요? 저 주워온 자식 아닌데요. 친언니 결혼식인데요.
와 진짜 서럽더라구요.
제가 예민했던 걸수도 있고, 엄마도 바빠서 정신이 없던 걸수도 있는데...
저도 그래서 최대한 삭히려고 노력했어요...
뷔페가서 혼자 밥먹는데 엄마가 저 위에 한마디 투덜댄거 가지고... 너 주변머리 없어서 나 엄청 스트레스 받는다고... 짜증부리더라구요...
제가 서러운거 이상한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