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아버지
게시물ID : gomin_13014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WFgY
추천 : 10
조회수 : 321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4/12/28 03:36:28
어렸을적..집이 너무 너무 찢어지게 가난했었죠
80년에 태어났지만 보리죽과 옥수수죽으로 
일주일을 넘게 살아본기억이 있고..
삼남매중 막내인 제생일에 생일선물로 
뭘먹고 싶냐는말에 그당시에 800원하던
제법 양이 푸짐하게 들어있던 삼x어묵을 얘기했고
그걸로 어묵탕을 먹고 지독스럽게 식중독을 앓았었죠.
그 어렵던 시절에 제가 가장 싫었던건
무뚝뚝하고 매서웠던 아버지 였습니다.
목수일을 하시던 당신은 고된노동을 이겨내시는 방법으로 술을 택하셨는지 매일 술을 드셨죠
술을 드시고 집에 오시는 날에는 무엇이 그리 즐거우신지 한손에 우리 삼남매먹을 시장통닭을 반마리씩 튀겨오시곤했죠.

지금은 너무나 건강한 아버지의 막내지만..
어린시절 장티푸스에 걸려 죽기직전까지 갔을때
버스비조차 아끼려 매일을 저를 등에업고 병원을 
다니셨죠
그 아버지의 등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아버지
당신이 치매라네요.
항상 막둥아라며 저를 불러주셨던 분이
저에게 형님이라네요...
자꾸만 군대의 거수경례를 하시네요
육신은 늙었지만 정신이 20대로 돌아간거라면서요..
의사선생님이 본인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간거 같다고 말씀하시네요.
아버지 지금의 세상에서 예전 군시절때의 세상에서 
행복하신가요?

한편으론 그당시엔 약간은 서운했어요..
왜 아버지가 가장 행복했던순간에 우리 가족이 없을까..라는 바보같은 생각도 했었거든요..
아버지 죄송해요.
아버지 한창 사춘기 반항할때..
아버지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있냐고 소리치고 대든거 죄송해요..
아버지 병원에 계실때 바쁘다고 자주찾아 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하나하나 열거할수 없을 정도로 아버지 가슴에 못박은것 전부 죄송해요..

아버지
얼마전에 와이프와 병원엘 다녀왔어요.
아버지..
저도 이제 아버지가 되요...
너무 너무 행복한데 자꾸 아버지 생각이 나요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
산부인과에서 와이프한테 이유도 말하지 못하고
펑펑울어버렸어요..
난 아버지를 잊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와이프의 임신초음파를 보면서 
아버지 생각이 제일 먼저 났어요.

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3년이 되가네요..
출근하려면 잠자리에 들어야하는데 
자꾸만 아버지 생각이 나요

아버지 나..당신같은 아버지가 될수 있을까요..?
매섭고 무서워도 한없이 강했고 자상했던 
그런 아버지가 될수있을까요..
아버지 너무 너무 보고 싶어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