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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마왕님 - 생각보다 괜찮은 걸?(2)
게시물ID : animation_4073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18
추천 : 1
조회수 : 1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12 08:24:18
프롤로그 : http://todayhumor.com/?animation_405413
생각보다 괜찮은걸?(1) : http://todayhumor.com/?animation_405922


그의 팔꿈치와 무릎이 돌로 만든 바닥과 여덟 번째 입맞춤을 나누었을 때, 한 무리의 시녀들이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뮤딘을 발견하여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녀는 뮤딘을 자신의 방에 데려다 놓았다. 그리고 침대에 앉은 뮤딘이 쳐다보든 말든, 옷을 벗어젖히기 시작했다.

그녀가 옷을 벗기 위해 움직일 때마다 붉은빛이 감도는 주황색 단발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녀가 검은 색 블라우스와 치마를 벗자 상의와 하의로 나뉜 새하얀 속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몸에 달라붙지 않는 재질이었지만 조금 작은 듯 봉긋하게 솟아오른 젖가슴과 허리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잘록한 곡선은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의 몸은 지금 뮤딘이 들어간 디나의 몸과는 완전히 천지차이였다. 그야말로 만지면 부서질까 싶을 정도로 가냘팠다. 그럼에도 혈색은 나쁘지 않아서, 그녀는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어린 나무에서 느낄 수 있는 싱그러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가진 아름다움과 풋풋함은 뭇 남성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디나의 몸에 갇힌 채 한껏 인상을 쓰고 있는 뮤딘에게는 특별한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그는 마계를 평정하러 다니면서 여성의 몸을 한 마물들이나 기본적인 윤리의식이 너무나도 다른 종족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모계 중심 사회인 아로이스페라의 경우, 거의 옷을 입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헐벗은 채로 다니는 게 그들의 문화였다. 그런 광경을 수도 없이 보아온 뮤딘에게 속옷을 입은 채 옷을 갈아입는 소녀는 헛간 근처를 돌아다니는 닭이나 마찬가지였다.

헐렁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작은 거울이 달린 화장대에 앉았다. 거울에 비친 뮤딘을 본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디나, 옷 안 갈아입어?”

그러나 뮤딘은 그 이름이 자신을 지칭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는 인상을 구기며 어리바리한 시녀의 방이 어디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문이나 벽에 명패가 달려있지 않았다는 걸 떠올리며 방을 찾아갈 방법을 여러모로 강구하고 있었다.

“디나?”
“아... 응?”

그제야 뮤딘은 자신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싹싹한 인상의 시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뮤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벗은 몸에 충분히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약했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아... 그게...내 방에 가야 옷을 갈아입지...”

잠시 멀뚱히 뮤딘을 바라보던 시녀가 갑자기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한참을 웃던 그녀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디나, 여기가 네 방이잖아. 전하께서 기억이 사라지는 마법이라도 쓰셨니?”

뮤딘은 그제야 시녀가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내심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잠잘 곳은 제대로 찾았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뮤딘은 내친 김에 필요한 정보를 모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전하가 그러셨어... 사흘 정도면 기억이 돌아올 거래... 새로운 마법을 실험하는데, 내가 들어갔거든...”
“어머, 그게 정말이야?”

시녀가 눈을 크게 뜨며 뮤딘을 향해 돌아앉았다. 뮤딘은 또 다시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뮤딘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기억을 잃었는지, 혹시 마왕에게 험한 꼴을 당하진 않았는지. 그녀의 태도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지만, 마왕에게 봉변을 당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내 평판이 어떻기에...’

뮤딘은 자신이 알고 싶은 것들을 잃어버린 기억 목록에 끼워 넣었다. 그 결과, 친절한 동료 덕분에 디나의 몸으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머리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뮤딘은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 그녀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린! 린 파르나시아! 이렇게 하니까 꼭 우리 처음 만난 날 같다. 그치?”
“아... 응... 그러네...”

린과의 대화를 마친 뮤딘은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양팔을 베개 삼아 칙칙한 천정을 바라보고 있는데, 시야에 린의 얼굴이 불쑥 들어왔다.

“뭐! 뭐야!”
“옷은 갈아입고 누워야지!”

린은 마치 잔소리하는 가족처럼 뮤딘을 다그쳤다. 뮤딘은 그제야 자신이 여전히 시녀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뮤딘은 시녀복을 벗는 방법을 전혀 모른다는 거였다. 얼굴에 내리꽂히는 린의 시선을 피하며 뮤딘은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린이 물었다.

“혹시 옷 벗는 법도 잊었어?”

뮤딘은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이윽고 린의 손이 뮤딘의 머리 뒤에서 그의 팔을 끄집어냈다. 뮤딘은 못 이기는 척 그녀가 이끄는 대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린은 정성스레 뮤딘의 옷을 벗겨 주었다. 그러면서 시녀복의 얼개를 설명하는 것을 빼먹지 않았다.

허리 뒤에서 묶인 나비매듭이 풀리자 앞치마가 스르르 미끄러져 내렸다. 린은 뮤딘의 오른팔을 들게 한 후 옆구리부터 시작해 가슴 옆을 따라 목까지 이어진 조그마한 단추들을 풀어 헤쳤다. 그리고 허리부근에 달린 금속제 후크 하나를 풀자, 옷의 앞섶이 축 쳐졌다.

뮤딘은 린이 시녀복을 ‘해체’하는 것을 보면서 눈썹을 찡그렸다. 

‘옷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거야? 입는 데만도 한 시간은 걸리겠네.’

언제나 남성용 복장에 익숙해져 있던 뮤딘에게, 시녀복은 새로운 난관이었다. 문제는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간신히 시녀복을 벗자, 그 안에는 몇 겹의 속옷이 있었다. 상의는 한 겹이었지만 하의는 서너 겹은 되는 것 같았다.

그 중에는 왜 집어넣었는지 모를 하얗고 풍성한 속치마도 있었다. 그 속치마를 벗자 속바지가 나왔다. 린은 뮤딘 대신 옷걸이에 그 옷들을 가져다 걸었다.

그 사이, 뮤딘은 한동안 자신이 갇혀 있어야 할 디나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장엄함이 느껴질 정도로 높이 솟아오른 가슴 때문에 자신의 발끝을 보는 것도 어려웠다. 그는 믿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두 손을 들어 가슴의 밑 부분을 받쳤다. 뮤딘은 그게 무게추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용케도 이런 걸 매달고 생활했다는 생각에, 디나가 조금 존경스러워지기까지 했다.

“어깨가 또 아파?”

린이 한 벌 짜리 긴 잠옷을 건네며 물었다. 뮤딘은 그제야 어깨와 목 부근이 뻐근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가슴을 만지고 있는 자신을 보며 어깨가 아프냐고 묻는 린의 질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뮤딘은 린이 건넨 잠옷을 입었다. 그나마 잠옷을 입는 법은 간단했다. 린은 친절하게 잠옷 자락 속으로 들어간 머리카락을 꺼내 주었다.

“앉아봐.”

린은 자신의 것 맞은 편에 있는 화장대의 의자에 뮤딘을 앉혔다. 이내 사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뮤딘은 거울을 통해 린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빗어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녀장님은 뭐라고 안 하셨어?”
“어? 응? 아... 혼났어. 내일 아침에 나오지 말고 방에서 기다리래.”
“아휴... 시녀장님도 나름대로 배려하신 걸 텐데... 하필이면 새로운 마법을 시험할 건 뭐람... 운이 너무 안 좋았어.”

뮤딘은 헤세트가 어떤 배려를 한 건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린이 그의 머리칼을 쓸어내릴 때마다, 묘한 나른함이 쌓여갔다. 그건 뮤딘이 처음 느끼는 감각이었다. 간지러운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한 뮤딘의 고개가 덜컥 꺾였다.

“후후, 이제 자야지? 조금만 참아.”

린은 뮤딘의 머리칼을 정성스레 땋았다. 그는 린이 자신의 머리칼을 어떻게 만지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몽롱함에 빠져 있었다.

그는 린의 손이 이끄는 대로 자신의 침대로 다가갔고, 그가 침대에 쓰러지자 린은 그의 얼굴 바로 밑까지 이불을 덮어 주었다.

“잘 자. 디나.”
“응... 잘 자... 린...”

뮤딘은 자신이 생판 처음 보는 시녀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 날 아침.

뮤딘은 린이 가져온 따듯한 물로 세수를 했다. 비몽사몽 간에 린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갖춰 입은 뮤딘은, 그녀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방을 나선 뒤 퍼뜩 정신을 차렸다.

“헉!”

린이 문을 닫기 전에 한 말이 기억나지 않았다. 분명히 헤세트에 대해 뭔가 얘기한 것 같은데, 전혀 떠올릴 수 없었다.

그는 침대에 앉아 초조하게 헤세트가 찾아오는 것만을 기다렸다. 성격이 급한 그에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기약 없는 방문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다리를 달달 떨며 기다리던 그는 몇 번이고 헤세트를 찾아갈까 망설이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오랜 기다림이 끝나고, 헤세트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뮤딘은 침대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자신이 마왕이 아니라 시녀의 몸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최대한 빠르게 몸을 일으켜 헤세트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시녀장님.”

헤세트는 뭔가 믿기 어려운 것을 본 듯 고개를 갸웃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앉죠.”

헤세트는 린의 침대에 앉았다. 뮤딘은 그녀의 몸이 향한 곳에서 조금 비껴서 디나의 침대에 앉았다.

“어제 일은.”

헤세트가 쌀쌀맞은 말투로 운을 뗐다. 헤세트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칼 같았다. 하지만 뮤딘은 유모였던 시절 그녀의 부드러운 눈빛과 말투를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헤세트가 뮤딘에게 이처럼 강경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뮤딘은 익숙지 않은 그녀의 말투에 어깨를 움츠렸다.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마십시오.”
“예?”
“못 들으셨습니까?”
“발설하지 말라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마십시오.”

머리가 좋은 뮤딘은 헤세트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몸이 뒤바뀌었다는 사실은 모르지만, 마왕이 평소와 달리 심각한 불안 증세를 보인다는 소식이 퍼져서 좋을 것이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입단속을 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뮤딘을 찾아온 것이었다.

뮤딘은 그녀의 발 빠른 대처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반드시 그러하겠노라고 몇 번이고 약속했다.

불호령과 함께 설교와 회유, 그리고 숨 막히는 침묵이 자신을 공격할 거라고 예상했던 뮤딘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헤세트는 무어라 한 마디를 더 곁들이려다가 입을 다물었고, 그걸로 끝이었다.

헤세트의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에 뮤딘은 고개를 들었다. 헤세트는 문을 열고 나가려다 말고 뮤딘을 돌아보며 말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하께서 당신을 찾으시는군요. 아침은 거르셨으니, 주방에 가서 적당한 음식을 챙겨 전하께 가져가세요. 그리고...”
“그리고...?”
“전하께서 무엇을 요구하시든 그대로 따르세요.”

뮤딘이 되묻기도 전에 헤세트는 방을 빠져나갔다. 뮤딘은 ‘요구’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뮤딘은 자신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시녀와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일단 책들을 좀 뒤져봐야겠지? 그러면 뭔가 나올 지도 몰라. 아휴, 아까 헤세트를 만났을 때 거울에 대해 뭘 좀 물어볼 걸 그랬나?’

한참 동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의 목록을 추리던 뮤딘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난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근데 주방이 어디야...?”

뒤바뀐 몸을 되찾기 위한 여정은 그 시작부터 쉬운 것이 하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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