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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애정학대 이 후, 결혼을 했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3020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Nja
추천 : 10
조회수 : 473회
댓글수 : 85개
등록시간 : 2014/12/28 22:31:11
 
둘째 아이를 낳는  경우, 사랑하는 첫째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을 둘째가 뺏는다는 생각에
둘째를 심정적으로 학대하는 부모가 있다고 하지요.
 
저는 그런 생각을 가진 엄마 밑에서 자란 둘째입니다.
 
아버지가 계실 때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 후 초등학생인 제게
이 사실은 늘 두려움이었습니다.
엄마는 친구들, 지인들과 전화 통화를 하며 저를 떼어놓고 언니만 데리고 외국에 나가 살고 싶다고
둘째를 맡을 곳을 찾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고
 
저는 그 날 부터 잠 귀가 매우 밝아졌습니다. 불면증이 생겼지요.
엄마와 언니가 저만 빈 집에 남겨두고 떠날 것 같아서요.
 
또한, 제가 조금 모자라면 또 버려질 것 같단 생각에 아침에 알아서 일어나고, 씻고
아침 준비를 하고, 도시락을 싸고...
중학생 때는 언니 교복까지 빨고 언니 도시락까지 싸며
'버려지지 않을만한 존재' 가 되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새 것을 사 본 일이 없었어요.
학원도, 독서실도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집안일을 했고, 엄마의 가게일을 도왔고, 공부를 했고...
그러면서도 언니보다 뛰어난 성적표를 늘 감춰야했습니다.
언니보다 공부 잘 하면 밤새 언니와 엄마에게 이기적인 애라고 욕설을 들었거든요.
 
다행히 친구와 선생님들께서 정말 자상하게,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셔서
학비도 급식비도 면제받고, 왕따도 겪지않고 고등학교를 마치고 좋은 대학교에 장학금으로 입-졸업을 했습니다.
공기업에 들어가서 몇 년 직장생활 즐겁게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언니와 엄마의 뒷바라지를 했고, 제가 아르바이트 및 직장생활로 번 돈은 다 생활비나 가족의 여행비로 들어갔죠.
 
엄마와 언니는 그 돈으로 둘이서 유럽여행도 다녀오고, 일본도 가고...
이십대 후반이 될 때 까지도 저는 그저 버려지지 않는다는 것 만으로도 괜찮았어요.
또래보다 많은 연봉을 받았지만, 제가 만진 돈은 없었어요.
백화점에서 옷 한 벌 사 본 기억이 없어요. 그래도 버려지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아주 성실한 직업군인이에요. 무섭게 생겼고 말 수는 적지만 정말 따뜻하고 잘 웃는 사람입니다.
 
마음이 깊어지고 솔직하게 제 가정사와 상처에 대해서 얘기했을때
'그렇다면 더더욱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고 싶어' 라고 말해줬어요.
 
저희 집에서는 당연히 반대하셨어요.
돈 줄이 끊기니까요. 항상 사람좋던 저희 남편, 엄마한테 '가정은 돌아가라고 있는 곳이란 걸 제가 평생 느끼게 해주겠습니다.'
단호하게 한 마디만 되풀이하며 휴가까지 내고 며칠 동안 무릎 꿇고 결혼 허락받았어요.
저는 결혼허락 필요없다고 했지만...저희 집에서 저 못난 딸로 기억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귀한 자식 보낸다는 생각 들게 할 거라고
그렇게 애써주었어요.
 
결혼하고, 일 바로 관두고 시골로 내려왔습니다.
20년 된 아파트에 허름한 가구에 구색 안 맞춰진 살림살이지만 미치도록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제가 버려지지 않을 첫번째 장소였거든요.
새벽에 일어나 밥 짓고 반찬하면 남편이 정말 맛있게 웃으며 먹어요. 행복하다고 얘기해줍니다.
남편이 출근하면 집안일을 마무리 짓고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시장에서 나물도 사고 과일도 삽니다.
저녁 밥 지으면 남편이 잠깐 퇴근해서 밥을 먹고 다시 부대로 돌아가요.
그럼 밤에는 과외를 해서 용돈 벌이를 해요.
하루종일 바쁘지만, 그 바쁨이 정말 벅찹니다.
 
이제는 잠을 푹 자요.
예전처럼 안 방에 들어가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됩니다.
옆에서 따뜻하게 잠든 사람이 있어요.
처음에는 저도 모르게 남편 잠옷을 붙잡고 잤는데, 남편이 자다 깨서 그걸 보고 울었어요.
누군가와 그렇게 같이 잔 게 아빠 돌아가시고 처음이었는데, 좋은만큼 잃을까봐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안방 침대에서 언니와 늘 둘이서 잤는데 그게 참 부럽고 불안했었거든요.
 
정말 행복해요.
남겨진 다는 것, 버려진다는 것. 그 생각을 떨치는데만 32년이 걸렸습니다.
아기도 가졌어요. 내년에 태어나요.
만나기도 전인데, 정말 소중하고 예뻐서 태동만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이 기쁩니다.
 
한편, 엄마한테 언니도 이런 첫째여서 사랑받은 것일까.
내가 둘째를 낳으면 나도 그런 엄마가 될까. 두려워져요.
이런 환경에서 커 온 나라면 하나만 낳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친정식구들과 거의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데, 그럼에도 어딘가 희미하게 그림자가 남아있어서 무섭습니다.
 
그래도, 버려지지 않는 장소.
내가 주체인 장소가 있다는 것을 발판삼아 극복해보려고 합니다.
이런 생각이 들고, 남편이 당직인 날에는 어김없이 밤을 새고 맙니다.
그래서 주절주절 글 올려봅니다.
 
오늘은 혼자 자도 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힘든 매일을 겪고 있는 분들께, 따뜻한 사람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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