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0인 여자사람입니다. 이번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광역시의 어느 한 구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원하던 것이었고, 적성에도 잘 맞습니다
문제는 저에게 더 이상 목표가 없다는 겁니다. 합격하고 바라던 공직에 임용이 되고 원래 살던 곳이 아닌 시에 합격했기 때문에 스무살때부터 꿈에 그리던 자취까지 1년 안에 전부 이뤘습니다. 그리고 더이상 뭘 해야될 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3개월 간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주위의 인정, 안정된 월급. 둥글둥글한 성격 탓에 모두 저에게 잘해주십니다. 그러나 퇴근이후의 삶은? 정말 잠들기 전까지... 지옥같은 여섯시간입니다. 너무 외롭고 할 일이 없습니다. 제가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제가 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집에 있는 고양이가 제 유일한 친구입니다. 그렇다고 친구를 억지로 사귈 수는 없지 않나요..?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친구가 되주실래요? 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합격하면 말이죠... 저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여러가지 일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합격하면, 모든 것이 마법처럼 풀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매달 받는 돈은 "본봉만" 이야기하자면 104만원 남짓입니다. 각종 공과금, 보험, 월세, 적금을 제외하면 저에게 주어지는 돈은 정말 얼마 안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열정은 모두 돈으로 환산되어 결국 포기로 남게 됩니다. 마치... 돈이란 것이 족쇄 같습니다.
더한 문제는 이제 제가 뭘 좋아하는 지 그것도 모르겠다는 겁니다. 저는 못배우고 못먹고 자란 엄마의 꿈을 대신 이뤄주기 위한 엄마의 꼭두각시같은 사람입니다. 공부를 정말 싫어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공부 말고는 없다는 걸 깨달았을때... 내가 뭘 잘하는 지 모르고 내가 뭘 좋아하는 지 모르고... 그냥 뭐든 지 불쌍한 우리 엄마가 하라는 것 열심히..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취미로 삼아보고자 해도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안돼... 못해... 스스로 자기방어... 어쩌다 이렇게 한심하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세요. 잘하는 것을 하세요." 도대체 그게 뭘까요? 전 그것부터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많은 어린아이들이 나같은 삶을 살까봐 두렵습니다. 그냥 앞만 보고 단기적인 시험, 자격증만 바라보고 힘들어하는 엄마아빠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엄마가 원하는 것만 잘 하고 ....
남들은 저를 보고 배가 불렀다 하겠지요 지금 노량진에 저와 같은 목표를 가졌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지금 정말 행복하지 않아요... 매일매일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몰라서 울고 있습니다. 솔직히 엄마아빠 탓도 하면 안되는거였어요 그냥 나는 소심하게 반항도 못해본거니까요. 결국 내 문제입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싶어요.. 누구라도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