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인상에 무뚝뚝한 그 애가 왠지 신경쓰였다. 괜히 장난을 쳐봐도 까칠하게 대하는 그 애가 왠지 안쓰러웠다.
여자사람친구가 없었던 나는 그 애와 좋은 친구가 되고싶었다. 허물없는 장난을 주고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애는 그게 아니었던것 같다. 나를 보는 눈빛이 서리를 맺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살짝 물러서버리곤 자책했다. 내가 서투르게 굴어서 불편하게 느껴졌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저 만나면 인사를 주고 받고 밥 먹자, 술 한 번 먹자는 말로 기약없는 미래를 기약하곤 했다.
그후로는 그 애와 기억할 만한 일들이 별로 없었다. 나와 그 애의 '누군가와 사귀고 헤어지고 배우고 아파하면서 조금씩 성장했던' 2년이 빠르게도 지나갔다.
그맘때쯤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맺어지고 끊어짐이 반복되던 일상에 조금 지쳐있었고 미뤄두던 입대를 강행했다.
입대직전부터 느슨해져버린 누군가와의 연결고리는 훈련소에서 풀려버렸고, '군대오면 뭐 다 깨지는거지.' 하는 생각과 함께 그 실타래를 '전여자친구'라는 이름으로 마음속에 고이 접어 두었다. 연병장에서 전천후에서 구르고 뛰고 고생하면서 무던히도 덥던 지난 여름을 온몸으로 맞으며 내 연애세포가 죽어버리기 직전에, 그 애에게 편지가 왔다.
아쉬움을 묻어놓은 가늘고 고운 필체, 귀여운 이모티콘, 벚꽃잎을 담아둔 것같은 달콤한 향에 나는 군복에 묻어있는 흙도 털지않은 채 환호성을 내질렀다.
'야, 너 여자사람친구는 나밖에없다면서 연락도 안하고 가냐? 나한테 거짓말쳤구나.. 입대전에 밥한끼 먹자면서 연락도 없고. 몸 건강히 훈련 받고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