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날에 한 아레 있넌데 집이 가난해서 날마당 새해다 팔아다 먹구 사넌데 하루는 새하레 산에 갔드랬넌데 날이 저물어서 할수없이 거기 있는 쓰러데 가는 집에 들어가서 자기루 했다.
오밤둥쯤 되느꺼니 도깨비들이 한물커니 모여와서 이 아는 미서워서 보땅(대들보) 우에 올라가서 숨어 있었다.
도깨비 한놈이
"세상에 사람들은 참 믹재기야요. 건너 말에서는 물이 발라서 고생이 이만데만이 아닌데 그 말 앞으 큰 나무 하나를 짤라내문 물이 많이 나오넌데 그걸 모르구 있단 말이야."
하구 말했다. 그러느꺼니 다른 놈이
"글쎄 말이야. 사람이란 거 참 믹재기야요. 건네 말에 큰 파우가 있넌데 그 파우를 들테면 금이 무한덩 나오넌데 그걸 모르구 있어."
하구 말했다. 도깨비 또 한놈이
"지금 왕에 딸이 벵이 나서 죽게 됐넌데 아 그 궁던에 있넌 재통에 큰 지네가 있어서 그러넌데 그 지네만 잡아 죽이문 벵이 제창 났넌건데 그걸 모르구 있단 말이야."
하구 말했다.
이 아는 이런 말을 다 듣구 있었넌데 날이 훤하게 밝으느꺼니 도깨비덜은 다 가구 말았다. 도깨비가 다 간 남에 이 아는 보땅에서 내려와서 물이 발라서 고생한다는 말에 찾아가서 내레 물이 많이 나게 해주갔다구 했다. 말 사람덜은 그렇가라구 해서 이 아는 말 앞에 큰 나무를 짤랐다. 그랬더니 물이 많이 나와서 말 사람들은 기뻐서 수타 많은 돈을 주었다.
고담에 이 아는 건너 말 앞에 있넌 큰 파우를 들티구 그 밑에 있는 많은 금을 파서 개졌다.
고담에 이 아는 궁던 있넌 데 가서 왕과 왕에 딸에 병을 고티갔다구 했다. 왕이 그카라 해서 궁던에 재통에 있넌 지네를 잡아서 죽엤다. 그랬더니 왕에 딸에 병은 바루 낳았다. 왕은 기뻐서 이 아를 사우를 삼아서 잘살았다구 한다.
-1936년 1월 용천군 양하면 시차동 최덕용
-임석재전집 한국구전설화 평안북도편 2, 평민사,1988
재주는 많으면서도 결정적인 부분을 못 챙기는 도깨비, 또는 못 챙기는 척하며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도깨비네요.
드라마 도깨비 보고 이런 얘기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옛날 평안도 사투리를 채록한 거라 잘 이해 안 되시는 분들이 있는 거 같아 간단요약 추가합니다.
옛날에 가난한 집 아이가 나무를 베어 장작을 만들어 장에 파는 걸로 살았는데 하루는 날이 저물어 쓰러져 가는 폐가에 들어가 잠을 자려 했다.
한밤중에 도깨비들이 폐가에 들어오니 아이는 겁이나 대들보 위로 숨었다.
도깨비들은 가뭄든 마을에서 물을 구하는 법, 그 건너 마을에 있는 큰 바위 밑에 금이 무진장 많은 것, 병든 공주를 치료하는 법을 지들끼리 떠들고 날이 새자 사라졌다.
아이는 날이 밝자 가뭄이 든 마을로 가서 도깨비가 말한 대로 큰 나무를 베어 물을 솟아나게 해 많은 돈을 받았다. 그리고 그 건너 마을에 가서 큰 바위 밑에서 황금을 얻었고, 그 후 궁전으로 가서 왕에게 공주의 병을 고치겠다고 했다. 왕이 허락하자 아이는 변소에 있던 지네를 잡아 죽였고 공주의 병은 바로 나았다. 왕이 기뻐 그 아이를 사위로 삼아 잘 살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