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찾아온 후배 "사표를 내셔야할 것 같습니다."
국립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일하던 지난해 4월 문체부의 한 과장급 후배가 던진 말이었다고 한다. 노 전 국장은 "그렇게 내가 꼴보기 싫으면
안보이는 곳으로 인사를 내 달라.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고 항변했지만 돌아온 답은 '안 될 것 같다. 장관(김종덕)도 어디서 전화를 받은 모양'이라는
내용이었다"고 기억했다. 84년 3월 시작한 공무원 생활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노 전 국장은 "예술혼을 불태우기 위해 가난하게 사는 것을 훈장처럼 생각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돈 앞에 줄세우려 하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비열하고 치졸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3월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을 표명한 프랑스장식미술전 개최를 반대하다 청와대 압박으로 전격 경질된 사건과
관련해 노 전 국장은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 700만~800만원 짜리 원피스 등 프랑스 명품을 전시하라고 했다. 전시관 앞에서 판촉 행사까지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나친 상업성에 박물관 직원들이 나자빠졌다. ‘병인양요’에 빗대 ‘병신양요’라고들 했다”라며 “김 관장이 끝까지 반대
하다가 잘렸다”고 말했다. 한-프랑스 교류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와 공동으로 준비하던 이 전시에 노 전 국장은 김영나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과
함께 반대 의견을 냈다. 노 전 국장은 "까르띠에 등 명품브랜드 제품을 전시해달라는 프랑스의 요구가 부적절하다 판단했다. 특정 사치품을 전시하는
것은 국립박물관의 성격과도 맞지 않고 자칫 국립박물관이 명품 브랜드 홍보관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자신의 권고 사직이 대통령의
하명이란 건 나중에 알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전시회 무산 경위를 보고 받은 박 대통령은 노 전 국장을 콕 찝어 "그 사람 아직도 (문체부에) 있어
요?"라며 사실상의 경질 지시를 내렸다는 게 복수의 문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조사 직후 흘린 눈물에 대해 노 전 국장은 "가족들 생각에 울컥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사람은 남편이 공무원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온 사람이다. 체육국장직에서 경질될 때 가장 큰 고민은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에게 어떻게 설명해주느냐였다. 아빠는 공무원인데, 아빠보다 높은 사람하고 의견이 조금 다른 상황이다. 생각을 굽힐 수 없어 다른 곳으로
가는거지 절대 잘못한 일은 없다. 아빠는 너희들 앞에서 언제나 당당하다’고 말해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