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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랑의 결혼을 듣는 나이
게시물ID : love_208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치킨찌킨치킨
추천 : 1
조회수 : 63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20 16: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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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http://youtu.be/O5psXSCXQ_U


조용한 음악 소리만 낮게 깔려있는 서울의 한 카페 안으로 잘랑거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그녀가 들어왔다. 밝은 미소와 함께 나는 그녀를 맞는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나도 방금 왔어. 밖에 춥지?" 
"응. 요새 많이 춥더라. 어제는 눈도 오고." 

 그녀를 처음 만난건 전역하고 나서 얼마 되지않아 복학해 나가기 시작한 동아리였다. 짖굿은 성격 탓에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나에게 다가온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서로 투닥대며 그녀와 나는 금세 친해졌다. 

"요새 좋아보인다. 얼굴이 아주 활짝 폈네." 
"그래보여? 완전 둔한지만 알았는데 그래도 신경쓰고 나오니까 알아보기는 하네?" 
"내가 아무리 둔해도 그정도는 알아본다. 누굴 멍청이로 아나." 
"그러는 너도 꽤 괜찮다, 오늘? 또 나 만나러 온다고 관리좀 했네." 
"원래 이정도는 입고 다녀."  

사람을 쉽게 좋아하는, 흔히 말하는 금사빠였던 나는 복학하고 나서 몇번의 연애실패 이후 나는 여자를 대하는 것이 무서워졌다. 그 당시의 나에게 문제가 있다 생각했다. 그 후로 여자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잊어버리고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사건 이후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한결 같이 내 곁에 있어주었다. 

"그래서 오늘 할 말은 뭐야? 늦을 수도 있다해서 오늘 나오지 말랬더니 늦더라도 하고 싶은 말 있다며." 
"안그래도 그 얘기 하려고. 어짜피 너 집가도 할 거 없잖아." 
"할거 많거든요. 할 일도 있고 오늘 두배 이벤..." 
"뭔 말인지는 모르겠고 일단 들어봐." 

 그녀는 우울증에 힘들어 하는 나에게 어두운 방 안 한가닥 빛 줄기와 같았다. 유난히 괴로워하던 날마다 그녀는 나를 불러내 밤새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함께 영화를 보고 신나게 떠들어주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그녀에겐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그렇게 그녀의 노력에 나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아참 저번에 이직한다더니 그건 잘 됐어?" 
"아직 고민중. 막상 하려니까 어렵더라. 무장적 퇴사 할 수는 없잖아." 
"그렇긴 하지. 원하는 회사는 있어?" 
"가고 싶은데는 있지. 근데 아직 이력서를 안냈어. 우리 무슨 얘기하다가 이 얘기 하니?" 
"이직얘기." 
"아니 그전에 내가 뭐 얘기한다 했었잖아." 
"중요한 얘기? 그건 니가 해야지. 내가 어떻게 아냐." "아 맞다. 아 말좀 끊지마. 그래서 그게 뭐냐면..."  

그녀가 나에게 해준 일들을 친구들에게 말했을 때 그 들은 어서 내게 고백하라고 했다. 그런 여자 세상에 없다고. 세상에 우울증 걸린 사람을 좋아해줄, 널 좋아해줄 여자는 없다고. 하지만 난 무서웠다. 또 다시 상처받을게 무서워서 나는 또 다시 그림자 뒤로 숨어버리고 싶었다. 사실 상처 받는 것보단 그녀를 잃게 된다는 것이 무서웠다. 만약 고백을 하게 되서 둘이 만나건 고백을 실패하건 두 경우 모두 언젠가는 헤어질 운명이다. 차라리 친구라면 평생 함께 할 수는 있겠지. 그녀를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 때는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고 그녀를 향한 나의 마음을 나를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중요한 이야기가 두개가 있어. 많이 중요한거 그보다는 덜 중요한거. 둘중에 뭐 먼저 들을래?" 
"덜 중요한거.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서. 너 얘기하고 난다음에 나도 얘기할거 있어." 
"그래? 그럼 나 먼저 얘기할게. 뭐였지? 덜 중요한거?"
"지가 30초 전에 말하고도 까먹냐." 
"음. 먼저 덜 중요한 일은 나 이사가."  

그렇게 우리는 친구로써 지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씩 흘러 내 마음도 좋아지기 시작하고 마침내 평범하게 살아 갈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에 대한 나의 마음을 확실히 하고 싶다. 그리고 오늘은 그녀에게 그동안 얘기 할 것이다. 

"두 번째. 더 중요한 일은 나 결혼해."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갑갑해왔다. 커피잔을 잡고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하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다. 

 "어떤 남잔데? 저번에 얘기했던 그 남자야?" 
"응. 역시 기억력 하는 아직도 좋네. 그때 그 사람이야. 처음엔 그냥 몇번 만나나 보자고 해서 만난건데 생각보다 사람이 좋고 성격도 좋고." 
"그럼 됐네. 걱정 할 필요도 없고." 
"니가 왜 걱정하냐. 내가 널 걱정하지. 그때 나는 진짜 너 어떻게 되는줄 알았어." 
"지난 얘기를 뭐하러 하냐. 다 옛날 일인데." 
"아무튼... 와줄꺼지? 결혼식." 
"응. 그럼 가야지. 누구 결혼인데."  

애초에 나 같은 사람에게 그녀는 과분한 존재였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는다. 분명 그녀는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가치가 있는 여자다. 그에 비하면 난 가진것도 성격도 더러운 별것 안되는 존재이다. 그녀를 축복해주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했다. 

"너도 아까 할 말있다며. 뭐야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게 뭐 중요한 일이라고." 
"뭔데 내가 그런거 제일 싫어하는거 알잖아. 빨리 얘기해."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얘기 안하면 너 오늘 집에 못간다. 빨리 말해." 
"나 취직했어. 내가 예전부터 가고 싶다던데." 
"야! 축하해! 둘다 좋은 일만 있네. 좋은 시절 시작이겠네. 그러면 오늘은 니가 쏘는거지?" 
"그러네... 그래 친구가 결혼 한다는데 한턱정돈 쏠 수 있지." 

애써 말을 돌린다. 이미 많이 늦었겠지. 그녈 향한 내 마음은 이제야 다 녹았지만 날 향한 그녀는 이미 다 타버린 성냥개비와 같은 것이겠지 
  
 "조심해서 들어가. 춥다." 
"응. 너도 잘 들어가고." 
"결혼 축하한다." 
"너도 취업 축하해." 

 결국 나는 그녀에게 전하지 못하고 내 마음 속에만 담아두었다. 앞으로 더 이상은 그녀와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녀는 나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준 사람이니까. 그저 그녀에게 사랑했었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빛으로만 말한다. 그거면 충분하다. 그녀의 눈빛에서 대답을 들었기에. 


 첫 사랑의 결혼을 듣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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