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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 크리스마슨데 심심하시죠?
게시물ID : cyphers_1305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랑싯
추천 : 7
조회수 : 546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12/25 01:08:16
제가 다 알아요.... 제가......

왜냐하면 저도 심심하거든요!

사퍼를 하고 싶은데 집이라 사퍼도 못하고~

그렇다고 자자니 이 밤이 너무 아쉽고...

그런데 샆게의 게시글 리젠율은 느리고!

그러니까 심심풀이로 글이나 하나 적어볼게요.

쓰다가 더 생각나는 게 없으면 그만 둘 수도 있고,

취기가 사라지면 자러갈 수도 있지만...

크리스마스니까....... 다 가볍게 읽고 넘깁시다!





크리스마스니까....





눈사람을 만드는 건 어떻소?

지금 눈 안 내리는데-

심심함을 주체하지 못해 하랑이 꺼낸 말을 이글이 늘어지는 말투로 받았다. 한동안 서로 아무런 말도 주고받지 않은 탓에 하랑이 어색함을 무릅썼지만 돌아오는 건 귀찮음이 가득 담긴 대답이다. 이글은 아무래도 말로써 이 흘러가는 시간을 채울 생각은 없어보였다.

눈이 내리지 않는 건 나도 아오.

하랑이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음에도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겠는지 계속 입술을 우물거린다. 결국 하려던 말을 속으로 삼키고 한손으로 턱을 괴어 테이블에 기대었다. 손바닥에 볼을 누인 그가 시선을 테이블 옆에 있는 큰 아치형 창문 밖으로 던진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장관이었다. 막 해가 지는 강은 붉게 물들어 이제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위한 레드카펫이라도 된 듯 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그 강물을 중심으로 강가에 하나 둘 크리스마스 장식이 들어간 전등들이 빛을 발한다. 저 멀리선 크리스마스 이브에 너무 들떴는지 어두워지지도 않았는데도 터지는 이른 폭죽에 하늘이 수려하다. 평소에는 어둡고 칙칙하기만 했을 이 런던도 오늘만큼은 무슨 날인지 아는지 안개도 싹 개어 화창하니 마치 다른 도시 같다. 여기에 눈만 오면 완벽할 거라고 하랑은 생각했다.
이글이 멍하게 창문 밖 도시와 마찬가지로 한껏 크리스마스 장식에 열을 올린 천장의 장식들을 눈으로 센다. 저건 리스고 저건 솔방울, 저건 맛없는 지팡이 사탕에 저건 선물 상자..... 반짝반짝 빛나는 금박된 별장식들은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다. 다 똑같은 모양은 아니겠거니 한참을 눈으로 별들을 헤집다가 가게 내부로 눈이 가고 말았다. 어디서 구한건지 크리스마스 장식이 된 작은 나무들이 테이블마다 하나씩 비치되어 있는 홀은 그야말로.....

지옥이네.

이글은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를 무심코 입밖으로 흘렸다. 남는 테이블 하나 없이 사람들로 가득찬 홀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연상케하는 붉은 계통의 옷을 입은 종업원들이 쉼없이 바쁘게 돌아다닌다. 악마같은 사람들이다. 황금같은 휴일에 굳이 밖으로 나와서 가게 종업원들을 최고로 멋지게 부려먹겠다는 속셈으로 다들 여기 나와 앉아 있는 것이다. 각기 다른 요구들을 해대니 종업원들은 더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고,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가족들도 버리고, 어차피 잠깐 만나고 헤어질 게 뻔한 이성이랑 뭐 얼마나 더 특별한 하루를 보내겠다고!

우리야 둘이 앉아 있으니 지옥아니겠소.

시큰둥한 얼굴로 하랑이 툭 말했다. 그는 창 밖을 바라보는데 여념이 없다. 지금은 어느 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색색의 풍선들을 구경하는 중이다.
그들의 자리는 그 가게의 특등석들 중에 하나였다. 커다란 창에 차고 넘치는, 강을 낀 도시의 경관. 다른 테이블과 널찍하게 둔 거리. 그러면서도 빈 느낌이 들지 않게 분위기를 잡는 투명한 두겹의 레이스 커튼과 파티션 역할을 하는 가느다란 화초들. 화려하면서도 밝은 분위기에 귀여운 장식들이 가득한. 적어도 이 자리는 남정네 둘을 위한 자리는 아니다. 이글이 의자에 미끄러지다 못해 거의 누워서 한쪽 발을 테이블 위로 올렸다. 의자가 아슬아슬하게 기울어 두 다리 끝 모퉁이로 이글의 몸을 지탱한다.

더러워진다고 한 소리 들어도 난 모르오~

하랑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무도 그들을 터치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다. 손님이 오면 당연히 세팅 되어야 할 테이블이 그 위에 물잔 하나 올려놓지 않은 것만 봐도 그랬다. 이글이 종업원에게 이미 세팅되어 있는 것들마저 치우라고 진상을 부렸기때문이다. 아무리 칼집에 들어 있다고는 해도 엄청난 길이의 칼을 가볍게 들고 있는 남자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진 않을 것이다. 얼굴에도 눈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흉터가 있는데다 인상도 험악하기 그지 없는데 누가 그를 만나줄까?

안 더러워져.

그러리라는 확신은 없지만 그럴지도 모른다고 이글은 생각했다. 그런 말을 들었다고 발을 다시 내리기엔 저 꼬마의 말을 듣는 것 같아서 맘에 안 드니까. 깔끔한 검은색 정장에 회색 계열의 실들로 엮인 롱 코트를 입고 온 이글과는 다르게 하랑은 이런 곳에 오면서도 기껏 차려입은 거라곤 몸집에 맞지 않는 것 같은 두꺼운 자켓이 전부다. 청바지에 목티? 수수하니 깔끔하긴 하지만 이런 곳에선 그런 것보단 격식이다. 다른 사람들을 봐도 상당히 차려입었다. 당연히 그렇다.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 왔을 게 아닌가.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왠지 아까부터 눈이 자꾸 가던 파란 머리도....

야.

옆집 개를 부르는 것만큼이나 가볍고 예의없는 이글의 부름에 하랑이 눈만 굴려 그를 힐끗 쳐다봤다. 그러면서도 방금 전까지 기분이 전혀 좋지 않았던 이글이기에 그런 시선조차 시비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랑은 자신이 실수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글은 그런 걸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심지어 테이블에서 발도 내리고 의자도 바로 해서 앉았다.
갑작스러운 이글의 태도 변화에 하랑이 턱을 괴고 있던 손을 풀었다.

눈사람 만들러 가자.

눈도 안 내리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글의 말에 하랑이 아까 이글이 했던 말을 되풀이 했다. 이글이 그런 하랑을 보며 씩 웃는다.

내리게 하면 되지.

흰 칼집의 칼을 들어올리는 이글을 보며 하랑은 질색했다. 칼을 들어올리며 섬뜩하게 웃는 걸 보니 오늘은 피로 눈이 내릴 모양이다. 심심하다고 아무 말이나 꺼내 보는 게 아니었는데!

저기 보라고, 저기.

이글이 긴 칼을 들어 칼끝으로 한 쪽을 가리켰다. 하랑이 창가로 비틀어져 있던 상체를 쭉 피며 이글의 칼을 따라 눈을 옮겼다. 사람이 너무 많아 눈을 두고 싶지 않았던 홀을 칼끝에 의지한 채 바라본다.

뭐요?

그런데 뭘 보라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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