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막상 또 뛰어내리려니까 조금만 더 버텨서 상황해제되면 완전 목숨 날리는거 아니냐고 생각이 들어서 고민 또 고민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동료놈은 아랫층인가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뛰어내렸다가 물려서 좀비가 되었고 그걸 보고 전 "X발 존나 죽기 싫다"고 생각하고 지키던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좀비들이 온 줄 알고 놀랬던 재벌들은 의외로 절 받아주었고 다행히 전 방안에서 함께 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대략의 자초지종을 들었습니다. 박사는 꽤 오래전에 이 사태를 예측하고 바리케이드 장치를 만들었으나 나이가 나이인지라 사태전에 죽었고 긴가민가하던 재벌들은 정말로 좀비들이 생기자 시제품을 꺼내서 최악의 상황을 막았던 겁니다.
왜 좀비들이 생겨놨는 지 그런건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제발 무사히 이 사태가 끝나기를 빌었지요.
그러면서 어째서인지 재벌가 딸내미랑 친해졌습니다. 문 밖의 상황을 알던 유일한 사람이 저였기에 얘기를 해주다보니 친해진 거 같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 다들 극도의 긴장상태였습니다. 혹자는 한명이 문을 열고 나가서 상황을 보고 오는 게 어떠냐고 물었고 혹자는 그러다 좀비들이 이미 올라와있는 상황이라면 다 죽을거라고 반대했습니다. 누구도 무엇이 정답인 지 모르는 상황에서 저는 이 빌어먹을 상황을 저주했습니다.
그러다 사고가 났습니다. 거실에서 좀비가 등장한겁니다. 비명소리, 총성, 고함소리가 번갈아 들리며 이제 우린 다 죽었구나 생각했습니다. (저는 안쪽방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벌가 딸내미가 한숨을 쉬며 화장실 문을 열었고 거기엔 비밀의 문이 또 그 안엔 비밀의 문이 있었습니다. 몇개의 비밀통로를 거쳐 내려갔더니 작은 방에 덩치 크고 뚱뚱한 남자 한 명이 있었습니다.
들어보니 비밀통로는 끝이 아니고 중간 정도 지점이며 그 남자는 여기를 관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자 재벌가 가족들이 내려왔고 (핵심 재벌가 사람들과 그 부하들, 각계 고위층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핵심 재벌가 가족들만 내려왔습니다.) 작은 방이 거의 가득찰 정도가 되었습니다. 다들 벌벌 떨면서 침묵했죠.
그러다 재벌가 딸내미의 약혼자 되는 사람이 제 멱살을 잡았습니다. 대충 너가 뭔데 친하게 지내냐 너가 할 일은 경호가 아니었냐 며 팩트폭력을 해대었고 전 할말이 없어서 가만있었으나 딸내미가 나서서 절 변호해주었습니다.
흥분을 가라앉힌 약혼자는 토라져서 몸을 돌렸고 전 이 X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했습니다.
그러다 재벌가 사람 말고도 한명 더 내려온걸 알아차렸습니다. 저랑 좀 아는 사이였던 교수였는데 그 사람으로부터 좀비가 침입하게 된 이유를 들었습니다.
무슨 이 빌딩만의 고유장치같은 게 있는데 그걸 몰랐던 자신이 그걸 건드렸다가 침입을 허용한겁니다. 영락없이 죽을 줄 알았던 교수는 어디선가 음악소리를 들었고 거길 따라갔더니 비밀통로가 있어서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얘기들이라 의아했지만 전 안전을 위해 비밀통로는 확실히 닫고 왔냐고 물었고 그 교수는 웃으며 내려오는 게 바빠서 신경도 못썻다고 답했습니다.
그럼 이대로가면 금방 들키는 게 아니냐며 절망하다가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꿈이라 전개도 좀 뒤죽박죽이고 개연성도 부족하긴 한데 간만에 쭉 이어지는 꿈을 꿨네요. 근데 정말 무서웠습니다. 진짜 너무 끔찍했어요. 차라리 귀신꿈이 나았을까 싶을 정도로 잔인하고 괴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