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를 아십니까? 하필이면 사람들이 피하는, 짐승의 배설물을 경단(?)으로 만들어 살아가는 곤충이 있다. 자신의 몸무게 50배가 넘는 배설물 덩어리를 매끈하게 다듬어 뒷다리로 굴려가는 동안 암컷은 그 위에 올라가 집으로 가는 방향까지 지시한다. 쇠똥구리는 식욕이 좋아서 12시간 내내 먹어댄다. 하지만 사료를 먹은 소의 배설물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농약이나 항생제, 기타 인공적인 무언가가 첨가된 배설물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오직 자연산 풀을 뜯어먹은 소의 배설물만을 먹이로 삼는 쇠똥구리들은 그래서 현재 멸종지경에 이르렀다. 농약의 과다 사용과 축산사료 탓이다. 한국의 천혜 자원이라 하는 충남 태안군 신두리 모래언덕에서도 쇠똥구리가 사라져가는 요즈음, 죽을 때까지 더러운 남의 배설물을 먹고 살고 크나큰 쇠똥을 굴리며 살아가는 쇠똥구리들이 보고 싶다. - 사랑밭 가족 허 영 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