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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게시물ID : freeboard_13074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로로로우
추천 : 1
조회수 : 16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20 23: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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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산길에 능숙한 편이다. 아주 어릴때부터 산골서 자랐고 산에서 뛰노는게 당연했고, 머리가 조금씩 자라오면서도 가끔은 알수없는 충동에 사로잡혀 혼자 동네 뒷산을 오르기도 했었다. 
가끔은 아주 늦은 밤이나, 해도 뜨기전인 새벽시간에 산을 오르기도 했고, 능선에 잘못 진입했다가 내려가는길을 몇시간씩 못찾고 결국은 밤늦게 찢어진 옷을 들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 야단맞는일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산을 오른적도 많았다. 언젠가는 등산로로 가는게 재미없다며 길을 이탈했다가 바지를 다 버리게 된 날도 있었고 산등성이에 버려진 양봉장을 보며 어떤 범죄자가 숨어있던 비밀장소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 날도 아련히 떠오른다. 
하지만 역시 혼자서 숲에서만 맡을수 있는 공기를 흠뻑 들어마시며, 가끔은 천천히 또 가끔은 빠르게 산을 오르내리는것만큼 즐거운 일은 나에게는 별로 없었다. 
서울에서 생활한게 벌써 햇수로 8년차다. 어딜가나 사람으로 들끓었고, 어딜가도 혼자 있을 장소는 없었다. 숲을 혼자 즐길 시간은 커녕 사실 숲도 잘 없었다. 나는 아주 많이 우울해졌고 가끔은 흙길이 너무 사무치게 그리운 순간도 있었다. 아주 드물게 만나는 산에서는 힘이 넘치도록 즐거웠지만 그런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늘은 비가 내렸다. 부슬부슬 오다말다 하는 비를 우두커니 바라보다, 운동화를 챙겨신고 밖으로 나갔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지는 알수 없는 충동에 나는 무작정 언덕길을 올라갔다. 비가 내려서 였을까? 저 멀리서 상쾌한 냄새가 느껴졌다. 그곳엔 야트막한 산이 있었다. 흙길이 있었고, 나무가 있었고, 언덕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은 없었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그 길을 달렸다.
출처 오늘 밤 내가 겪은 일과 약간의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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