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로켓이 최초로 나타난 것은 언제일까? 이런 궁금증을 한 번쯤 가져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로켓은 화약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고, 영국이 콩그리브 로켓탄을 사용한 19세기에 이미 널리 알려진 편이다. 하지만 근대적인 우주 로켓에 대한 이론은 20세기 초엽에 러시아의 치올코프스키가 완성했으며, 이를 통해서 2차 세계대전의 나치 독일이 V2 로켓을 개발해서 현대 로켓의 시조가 되었다.
그럼 치올코프스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로켓이 어떻게 출현했고 발전해왔는지 역사를 되돌아가는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팔랑케(Palenque)에서 발견된 전기 마야 제국의 피라미드
팔랑케 피라미드 내부의 파칼 왕 석관
파칼 왕의 석관을 덮고 있는 뚜껑에 세겨진 그림은 외계인 접촉설의 미스테리를 불러 일으켰다.
[ 7세기 말, 팔렝케 유적의 로켓 그림? ]
서기 700년 이전으로 돌아가 보자. 이 무렵은 한반도에서 신라가 막 통일전쟁을 끝내고 안정된 통일신라를 세워 부흥하던 시기이다. 북쪽에서는 발해가 당으로부터 독립하여 건국한 시기이기도 하다.지구 반대편, 전기 마야 제국의 파칼 왕(Janaab K’inich ‘Pakal : 위대한 파칼, 603~683)이 안치된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석관의 뚜껑에 현대의 우주선, 로켓과 흡사한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이를 두고 수많은 호사가들은 고대 마야 문명과 외계인 문명의 연관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연구 끝에 파칼 왕의 피라미드 지하에서 ‘사자의 영혼을 흘려보내는’ 수로가 발견되고, 고고학적 해석을 통해 마야인들의 사후 세계관 등을 이해하면서 차츰 석판에 새겨진 그림은 우주선의 그림이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보다는 천체 관측에 소질이 있었던 마야인들이, 일종의 천문대에서 하늘을 관측하는 파칼 왕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 아니냐는 설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왜냐면 석판에 나오는 여러 문양들은 당시 볼 수 있던 별자리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고대 마야인들이 로켓을 알고 있었다는 어떠한 확증도 찾을 수 없었다. 로켓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여정에서 한낱 해프닝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 진짜 로켓은 언제 처음 출현했을까?
중국 수-당 시대에 살았던 도인, 손사막의 초상화
[ 7세기 중반, 중국의 손사막이 화약을 발명하다. ]
화약이 중국 연금술사들에 의해 발명된 것은 어느 정도 정설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 누가, 언제 화약을 발명했을까? 다른 것은 몰라도 인류 최초의 실용화된 화약인 흑색화약(질산칼륨+유황+숯)은 7세기, 수양제-당 태종-당 고종 시대에 살았던 ‘손사막’이라는 위대한 도사의 발명품이라는 것이 기록상 유력하다. 손사막은 도사이며, 연금술사이자, 한의학자, 과학자였다. 그가 만들어낸 여러 비법 중에서 흑색화약의 제조법은 최초로 기록된 화약 기록이라고 한다.비슷한 시기에 마야 제국의 석판에 우주선, 로켓과 흡사한 그림이 그려졌지만, 로켓의 추진제가 될 수 있는 화약은 중국에서 발명되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화약을 마법과 같은 쇼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일쑤였다. 화약이 ‘작용-반작용’ 법칙을 이용하여 로켓의 추진제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수 세기 이후의 일로 추정된다.
16세기, 명나라의 완 후(Wan Hu)가 로켓 의자로 날아오르려 했다. 하지만 거대한 폭발과 함께 완 후의 모습은 사라졌다고 한다.
1804년에 발명된 영국군의 콩그리브 로켓탄
[ 서기 1,000 년, 최초의 로켓 기록이 등장하다. ]
화약을 알게 된 중국인들은 처음에는 마법, 불꽃놀이 같은 용도로 사용하다가 차츰 무기로서의 가능성을 알고 화약 무기도 개발하게 된다. 하지만 당나라 시대에 화약이 본격적인 무기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중국이 다시 통일되고, 과학기술이 급진전하기 시작한 송나라 시대에 와서 화약은 무기 용도로 다시금 본격적인 개발이 된다. 특히 서기 1,000년에 발간된 어떤 무기 도감에서 화약을 사용하는 초기 형태의 화전(일종의 로켓)과 대포가 출현한다. 즉, 로켓이 최초로 개발된 시기는 그 이전이라는 것이다. 최초의 로켓 형태인 화전은 11~12세기를 거치면서 금나라, 몽골의 외침에 대항해서 송나라 군대에서 차츰 널리 쓰이게 되었다. 종이로 만든 로켓 몸통에 흑색화약을 채워 넣고 화살을 묶어서 멀리 날리던 원시적인 로켓은, 이후 19세기 초엽의 콩그리브 로켓탄에 이어지기까지 무려 800년가량 동서양을 넘나들며 발전해 왔다.
11세기 이후로 인류는 차츰 로켓이라는 형태의 날아다니는 도구에 대해서 익숙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로켓이 왜, 어떻게 날아갈 수 있는지 그 원리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아이작 뉴턴과 프린키피아
[ 서기 1687년, 로켓의 원리를 알아내다. ]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과학자 중에 손꼽히는 인물로 아이작 뉴턴(1643~1727)이 있다. 뉴턴은 미적분법과 만유인력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와 함께 뉴턴의 역학 3법칙을 내놓았다. 뉴턴은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하다가 중력 법칙, 고전 역학을 모두 내놓게 되었는데, 1687년에 발간된 저서 ‘프린키피아 (Principia)’에서 로켓이 날아가는 원리를 설명하는 제3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정립한다.뉴턴 이전의 인류는 로켓이 날아가는 원리를 이렇게 생각했었다. “화약이 연소하면서 내뿜는 배기가스가 주변의 공기를 밀어내고 헤엄치듯 날아가는 거 아냐?”
이런 생각에는 항상 가상의 담장이 필요하다. 화약 가스는 공기라는 담벼락을 힘으로 밀어내고 앞으로 날아간다는 가정이다. 그러나 로켓은 알다시피 공기가 전혀 없는 우주공간에서도 날아간다. 고전적인 로켓 비행원리에 대한 인류의 가정이 틀렸다는 반증이다.
“모든 질량을 가진 물체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반대 방향으로 그만큼 질량의 물체를 밀어내야 한다.”
뉴턴의 작용-반작용 법칙은 매우 간단하다. 기존에는 외부에 있는 공기를 밀어낸다는 가정에서, 로켓 몸통 안에 저장된 질량의 일부를 가스로 바꿔서 바깥으로 내던지면 된다는 것이다. 가스 질량이 빠르게 반대 방향으로 내뿜어지는 반작용으로, 로켓은 천천히 앞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제 인류는 왜 로켓이 앞으로 날아가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차츰 지구과학과 우주과학이 발전하면서 우주 공간에는 대기가 없고, 그런 진공 상태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선 로켓이 정답이라는 사실도 차츰 깨닫게 되었다. 즉,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작용-반작용 법칙을 이용하는 로켓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인류는 V2 로켓으로 우주에 드디어 도달한다.
[ 총알은 물속에서도 발사된다. ]
21세기가 되었음에도, 아직 많은 사람들은 화약이 연소하려면 공기 중에서만 가능하다고 잘못 알고 있다. 대표적으로 “총을 물속에서 쏘면 발사되나요?”라는 질문이 인터넷상에서도 수없이 목격되고 있다. 그러나 화약은 추진제 내부에 산화제까지 함께 포함하고 있다. 우주공간처럼 산소가 전혀 없는 곳에서도 연소가 된다. 마찬가지로 총알이 제대로 밀봉되었다면, 물속에서도 발사가 되는 것이다. 총알은 같은 이유로 우주에서도 발사가 된다. 그러므로 로켓은 진공 상태인 우주에서도 연소해야 하므로 화약과 같은 추진제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뜻이다.근대에 이르러 초기 우주 로켓 개척자들은 기존의 화약으로는 연소시간이 턱없이 짧아서 로켓을 우주로 보낼 만큼 충분한 추진력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약보다 더 연소효율이 좋은, 로켓을 우주까지 보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엔진을 개발해왔고, 결국 현재의 장거리 로켓과 우주 로켓에 사용되는 다양한 액체연료식, 고체연료식 로켓 엔진을 만들게 된다. 이와 함께 중력에 대한 이해도 역시 급진전을 이루게 되었다. 뉴턴의 고전 물리학에 따르면 우주는 큰 질량을 지닌 행성들과 항성들이 만드는 중력으로 물체를 가둔다. 이후 아인슈타인이 공간은 중력으로 인해 휘어진다는 사실까지 밝혀내면서 평탄한 듯 보이는 우주공간이 사실은 중력의 출렁임과 간섭으로 매우 왜곡되어 있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그냥 지표면에서 수직으로 올라가서 수백 km 높이의 우주공간에 이르러도, 결국 강력한 지구 중력에 끌려서 빠르게 추락한다는 사실은 이미 수백 년 전에 알아냈고, 인공위성의 원리를 통해서 지구 주변을 적당한 고도 이상에서 빠르게 회전하면 다시는 지구로 추락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냈다. 지구 중력권에서 어느 속도 이상으로 벗어나면 다른 행성이나, 태양계를 벗어나서 다른 항성계까지도 갈 수 있다는 것조차 알아냈다.
인류가 우주를 횡단해서 달, 화성, 그리고 더 먼 우주까지 진출하려면 로켓이라는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며, 지금 인류가 가진 로켓 기술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도 인식하게 되었다. 당나라 시대에 화약을 발명한 이들은, 그들이 만든 불꽃 가루가 인류를 우주로 보내주는 마법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