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불에 타는 것 같다.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르느라 벌린 입을 통해 불길이 몸 안쪽으로도 들어간다. 목구멍을 태우고 식도와 기도를 통해 핏줄 하나하나 시뻘건 불길로 가득찬다. 피가 마그마처럼 뜨거워져 온몸의 세포가 녹아버리고 심장은 기름이라도 부은 듯 바늘로 찌르듯 파고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부부터 장기까지 불이 안 붙은 곳이 없다. 눈알은 녹아서 액체가 되어 흐르고 얼굴은 이미 형체가 없다. 그와중에 감각세포는 자기 소임을 충실히 다한다. 조금도 고통이 경감되지 않고 손톱 끝, 발톱 끝까지 온몸이 참 꼼꼼하게도 고통스럽다.
이 불을 꺼보려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물 한방울 없는 사막 한가운데다. 오아시스는 대체 있기나 한 건지. 아니, 태어나서 내가 물을 본 적이 있기는 한 건지. 물도 없고 사람도 없다. 철저하게 혼자서, 피할 도리가 없는 고통을 당해야 한다.
아무리 불에 타도 죽지를 못한다. 매일 간을 쪼아먹히는 프로메테우스처럼 끝없이 타고 또 탄다. 그렇게 평생을 불이 붙어있어도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매순간 처음 불이 붙은듯 아프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다. 나는 그저 아파서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고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느끼며 뒹구는 수밖에 없다.
이런 나에게 사람들은 말한다. "밥 잘 챙겨먹어. 안 먹으니까 기운이 없어서 더 우울하지." "밖에 나가서 햇빛 좀 쬐." 사막에서 불타고 있는 나에게 "불은 인류의 가장 큰 발명품이지." 정도로 들리는 말들.
입닥치고 제발 물 한 바가지만 부어달라고, 속으로만 외친다. 너무 외롭고 아프니 한번만 안아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