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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찌찌를 줬다
게시물ID : freeboard_13077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SterisKY
추천 : 14
조회수 : 627회
댓글수 : 53개
등록시간 : 2016/04/22 02: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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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친 저녁 공기는 산뜻했다.

목요일 퇴근길은 홀가분하기까지 하다.

한 잔 걸치기 딱이다.

소주엔 돼지고기다.

갈매기살과 삼겹살이 제격이다.

걸어걸어 골목을 돌아 낯선 고기집에 발을 들였다.

고기 한 점에 마늘 한 조각.

고기 한 점에 김치 한 조각.

고기 한 점에 계란 한 점.

건배 한 번 하고 고기 한 번 먹고.

밤은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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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떨어질 무렵 껍데기를 주문한다.

고기는 다양해야 술맛이 두 배가 되지.

껍데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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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근데...

뭔가 매끈하지가 않다.

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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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찌다.

돼지 찌찌.

아줌마가 내게 돼지 찌찌를 줬다.

"아줌마, 이거 생긴게 왜 이래요. 어떻게 먹어요."

"그게 젤 맛있는거여. 남들 달라는거 안주고 여기 갖고 온겨. 뱃살이 젤로 맛있는겨."

껍데기에 환장하는 나지만,

먹을 수 있을까.

일단 구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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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슬슬 올라오자

껍데기가 탱탱해진다.

탱글.

봉긋.

뭔가 윤기도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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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섰다.

'탱글' 솟아올랐다.

화가난 찌찌는 하늘로 두 팔을 잔뜩 치켜들었다.

술 먹는 것도 잊고 두 찌찌의 몸부림에 우리들의 시선이 빨려들었다.

차마 가위로 덤비지도 못했다.

어쩌지.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저 찌찌는

결국 내손에 뒤집혀 가위질을 당했다.

그저 속으로 난, 저 찌찌가 암퇘지의 것이 아니기만을 빌었다.

어느 아기돼지들의 생명의 요람이었던 것을 내 손으로 찢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 찌찌는 보드라웠다.

질기지도, 딱딱하지도, 따로놀지도 않았다.

보드랍게 입안에 착 감기는 느낌은 질겅거리는 껍데기와는 또 다른 세계였다.

입안 가득 느껴지는 찌찌의 감촉은 녹아 사라질때까지 남아 있었다.

찌찌의 맛.

그런데, 내 바람대로 암퇘지의 찌찌가 아니라 수퇘지의 것이라면

수컷 인간이 또다른 짐승의 수컷 찌찌를 탐닉한 셈이 된다.

그렇다고 다시 암퇘지이길 바랄 수도 없다.

식당 아줌마는 내게 찌찌와 함께 번뇌를 줬다.

저걸 어찌 먹으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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