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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회] 박지성 아시안컵 차출 논란, 쓸 데 없는 이유
게시물ID : sports_339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000곡의계단
추천 : 13
조회수 : 1044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0/12/16 14:41:29
오유에도 박지성선수의 아시안컵차출에대한 반대의견을 가지신분이 많은것 같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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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칼럼을 쓸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박지성을 비롯한 유럽파들을 배려 차원에서 아시안컵에 부르지 말자는 일부의 의견에 반박하는 건 손가락만 아픈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요새 축구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 할 정도로 논란이 되는 모양이다. 난 평소 한국 축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이 문제는 정말 다른 나라 축구팬들이 알게 될까봐 무척 창피하다. 

‘박지성 차출 반대 서명 운동’까지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박지성 선수가 중요한 시기에 돌입했다. 아시안컵이 중요하지만 대표팀 차출은 박지성 선수에게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서명운동의 요지다. 벌써 여기에 서명한 사람이 5백여 명이다. 우리나라에 ‘배려심의 끝판왕’이 5백여 명이나 있다. 이들에게 반대로 묻고 싶다. 당신은 수능시험 보는 날도 컨디션에 치명적인 상황이 우려된다고 수능시험 제낄 수 있나. 

아시안컵, 동네 운동회가 아니다 

아시안컵은 우리가 월드컵 다음으로 나갈 수 있는 큰 대회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재로 정체불명의 U-23 대표팀이 구성돼 치르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시안컵을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비교하는 건 무식 인증이다. 한국은 1,2회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뒤 51년 동안 이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을 정도로 경쟁도 엄청나다. 일본을 비롯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호주 등 아시아의 쟁쟁한 국가들도 모두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고 이 대회에 나선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각 대륙 우승팀이 모여 치르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나갈 수 있다. 많은 이들은 아시안컵 우승으로 이 대회에 나설 자격을 얻는 걸 아시안컵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하지만 나는 컨페더레이션스컵 참가 자격도 중요하지만 아시안컵은 아시안컵 그대로의 가치도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컨페더레이션스컵 참가 자격이 없어도 아시안컵은 FIFA가 주관하는 대륙별 최고·최대 규모의 축구 제전이다. 

아시안컵에서 3위 안에 입상하면 다음 아시안컵 예선을 면제 받는다. 한국은 2007 아시안컵에서 일본과 3-4위전을 치러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따내고 3위에 올랐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 예선을 면제 받았고 예선이 열리는 시기에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을 치렀다.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A매치 데이에 소중한 경험을 한 것도 아시안컵 3위 입상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4위에 머물렀던 일본은 같은 날 뭘 했을까. 바레인과 아시안컵 예선을 치르고 있었다. 일본은 월드컵을 앞둔 2010년 3월을 아시안컵 예선으로 허비했다. 

유로 대회도 아니고 그깟 아시안컵 때문에 유럽파를 불러들인다고 하는 이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미개한 아시아에서 태어난 걸 원망하세요. 다음 생에는 꼭 영국인으로 태어나길 바라겠습니다.” 이것도 싫다면 지금 당장 유럽 국가로 귀화를 추천한다. 거기서 ‘백인 간지’ 내뿜으면서 자기나라 응원하면 아무도 뭐라 안 한다. 재미와 중요성을 혼동하지 말자. 유로 대회는 아시아와 수준 자체가 달라 화끈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유로 대회와 아시안컵의 중요성은 똑같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과 남미의 코파 아메리카도 중요성은 모두 똑같다. 

부상? 피로누적? 

유럽파들이 아시안컵에 나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쩔 것이냐는 주장도 있다. 그렇게 따지면 월드컵은 왜 나가나. 월드컵은 무슨 부상 여부 ‘OFF’로 설정해 놓고 하는 축구 게임인가. 월드컵은 중요하고 아시안컵은 중요하지 않아서? 그렇다면 다시 처음부터 여기까지 읽어보고 반박하라. 축구 선수가 부상 무서워서 경기 안 나가면 그게 축구 선수인가. 오언 하그리브스지. 정 이게 걱정되거든 맨유 홈페이지에 ‘박지성 부상 걱정되니 프리미어리그 15위 밑에 팀과의 경기에서는 출전시키지 말라’고 써라. 그런 하찮은 경기에 나갈 필요 없지 않은가. 

물론 박지성이 한창 소속팀에서 주가를 올릴 시기에 리그에 나서지 못하는 건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치고 이 시기가 중요하지 않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K-리그 선수들 역시 소속팀 동계훈련까지 빠지고 대표팀 훈련에 합류했다. 체력 위주의 동계훈련을 빼먹을 경우 시즌 내내 체력 저하로 슬럼프를 겪을 수 있지만 다 그 정도 손해는 감수하고 태극마크를 선택했다. 오히려 시즌이 끝난 K-리거가 한창 시즌 중인 해외파보다 부상 가능성도 더 크다. 

박지성과 K-리거의 수준이 다르지 않느냐고? 그걸 똑같은 선에서 놓고 보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그렇다면 연봉 1억 원의 대기업 직장인과 당신을 비교해 전자만 사회에 필요한 인물이라고 예비군 훈련 면제해 주면 기분이 어떨까. 군말 없이 성공한 인생의 입장을 이해하고 “네. 그러면 그렇게 하세요”라고 할 수 있나. 뛰는 리그와 소속팀이 다르고 처한 상황은 달라도 모두에게 이 시기의 희생은 같다. 유럽파들에게 현시점이 중요한 만큼 나머지 선수들의 현상황도 똑같이 중요하다. 

박지성의 꿈, 아시아 제패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여우다. 손해 보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박지성에 대해 “아쉽지만 보내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퍼거슨이 대인배라서 그럴까. 감사한 마음으로 꾸벅 인사라도 하면서 박지성을 받아야 할까. 껌이라도 몇 통 사드려야 할까. 웃기는 소리다. 아시안컵은 FIFA가 주관하는 대회다. 소속팀은 해당 선수가 대표팀 경기에 나서도 반대할 수 있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 오히려 협조 안하면 징계다. 유럽파 차출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다. 더군다나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비유럽 국가 선수들은 대표팀 경기의 70%를 채워야 취업비자가 발급된다. 

박지성도 2010 남아공월드컵이 끝난 뒤 누차 아시안컵 제패에 욕심을 드러냈다. “다음 월드컵까지는 모르겠다. 일단 나의 가장 중요한 꿈은 아시안컵 우승을 내 경력에 넣는 것이다.” 아니, 본인이 나가고 싶다는 대회를 반대하는 이들은 오지랖이 도대체 얼마나 넓은 것인가. 심지어는 “박지성이 나가고 싶어서 나가겠는가. 나오라니까 나가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봤다. 다른 사람 속마음까지 읽는 이런 이들은 지금 당장 돗자리 깔길 바란다. 

언제까지 박지성에게 의존할 것이냐고? 간단하다. 박지성이 적어도 대표팀 해당 포지션에서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가장 좋은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박지성에게 의존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아시안컵이 무슨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아프리카 국가 2군 불러놓고 치르는 평가전인가. 아시안컵에서 유망주 테스트할 일 있나. 국내파나 유망주들로 선수단 꾸려서 우승할 정도로 이 대회가 만만하지도 않고 우리가 그 정도로 축구를 잘 하지도 않는다. 이건 유로 대회나 코파 아메리카에 나서는 어떤 팀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다. 

이제는 이 논란을 끝내자 

나는 맨유팬들 반응이 궁금해서 여러 사이트를 뒤져봤다. 대부분 박지성의 차출을 아쉬워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팬은 ‘우리는 박지성이 우리와 계약하기 전에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한국팀으로 참가한 2002 월드컵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조국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그 역시 없었을 것’이라고 했고 다른 팬 역시 ‘국가를 위해 뛴다는 건 명예로운 일이다. 나는 한국의 박지성을 응원한다’고 했다. ‘축구선수가 국가의 부름을 거절해선 안 된다. 건강한 모습으로 우승을 이끈 뒤 돌아오길 바란다’는 이도 있었다. 

박지성은 다른 유럽파보다 훨씬 먼저 대표팀에 합류하기로 결정했고 맨유 구단 역시 차출을 승낙했다. 팬들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현지 맨유팬들도 이런 반응인데 맨유 스쿼드 걱정해주면서 박지성 차출 논란을 일으키는 한국의 팬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디디에르 드록바가 대표팀에 온다고 첼시 걱정해주는 코트디부아르 사람 있을까. 나는 유럽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을 비난할 자격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지만 이런 일부 팬들의 도를 넘은 애정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박지성 차출 논란으로 갑론을박하는 이 시기, 정작 중요한 핵심은 뒤로 밀렸다. 바로 박지성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는 일이다. 박지성은 중요한 시기에 주저 없이 태극마크를 선택했고 51년 만의 우승을 위해 희생도 감수할 예정이다. 찬반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하며 박지성의 아름다운 선택이 평가절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건 ‘박지성을 아시안컵에 부르지 말자’가 아니라 ‘박지성에게 박수를 보내자’여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힘을 북돋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쓸 데 없는 논란 그만하자. 손가락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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