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마음에 생각난 곳이 오유 뿐이라... 넋두리 합니다. 먼저 죄송합니다.
남의 예쁜 사진을 보다가 울적해 졌습니다. 아는 분이 일 관련으로 자신의 예쁜 몸을 이런저런 설정으로 찍어 공유했는데. 일 관련이라 봐야 했습니다. 처음엔 예쁘다, 대단하다, 관리 잘 한다, 설정 좋다... 이러면서 보다가...
그분의 매끈한 배를 보고 기분이 한풀 꺾였습니다.
가지지 못할 것을 욕망하는 마음은 부러움이라고 하는데... 전 슬픔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가지지 못할 것이니까요. 부러운건, 가질 수도 있었는데.. 어쩌면 내 것일 수도 있는 것에 대해 질투하는 거겠죠.
저는 매끈한... 아무 것도 없이 그냥 살만 있는 그런 배를 갖고 싶습니다. 날씬하다거나 예쁜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배요. 그냥 보통 배... 살이 있고 중간에 배꼽이 있는.
저는 아기때 화상을 입어 한쪽 가슴과 배, 허벅지, 팔 안쪽 등에 화상흉터가 있습니다. 아주 넓은 편이고, 당시엔 죽기 직전까지 갔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라 기억도 없고 아픈 것도 모르고 그냥 컸습니다.
몇번의 수술도 겪어봤지만, 수술 자체는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의사들은 저에게 움직이기 불편했을 거라고 했지만, 둔한 성격이고 둔한 몸띵이라 별로 불편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내 몸이고, 기억 안 나는 애기 때부터 이랬으니까.
제 배꼽을 제대로 만난 건 25살때에요. 대수술이었어요. 배와 가슴,한쪽 허벅지 부분을 수술했는데 한달 가까이 누워 있었어요. 붙인 새살이 붙어야 하니까. 그러고 나서 처음 배꼽을 제대로 볼 수 있었어요. 세로 더라구요, 제 배꼽 모양은. 남들한테 자랑할 만한 건 아니지만, 저 혼자 많이 뿌듯했습니다. 귀엽구나, 내 배꼽은. 이렇게 귀여운 녀석이 여지껏 흉터 속에 파묻혀 있었구나. 했어요.
지금은 관리를 잘 못해서(스트레칭을 해주면서 몸을 펴줘야 하는데...), 나이 먹어서 뱃살도 생기고 (지금은 30대...) 배꼽이 쫌 안 이뻐졌어요.
남이 예쁜 자기 몸을 찍어놓은 사진을 보다가... 그분의 매끈한 배와 배꼽을 보다가 연초부터 울적함이 터지네요. 평소엔 이러지 않는데.
어렸을 때 엄마는 저에게 죽어서 다시 태어나라고 했어요. 엄마도 어렸어요. 저는 더 어렸고. 엄마도 속상해서, 농반 진반으로 한 말이었는데. 당시엔 그저 무슨 말이지? 했는데. 희안하게 그 말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죽어서 다시 태어나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몸... 몸이 그래요.
성격도 그럴 수 있겠지만, 혹시 아나요. 다시 태어나면 몸처럼 성격도 리부팅 될지.
이런 얘기 한 것이 태어나 처음입니다. 엄마에게도 친한 친구에게도, 애인에게도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습니다. 얘기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오유에 감사합니다. 제 글이 수많은 고민글 중에 하나로 묻힐 것이기에 다행입니다.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나약함입니다.
저는 불행하진 않습니다. 그저 불행하기엔 삶이 바빴고, 저는 낙천적이었습니다. 많진 않지만 연애도 여러번 했고, 운이 좋게도 그때마다 절 진심으로 아끼고 무조건 예쁘다 해주는 그런 좋은 사람들만 만났습니다. 나쁜 말을 하는 친구도 그닥 없었습니다. 친구 자체가 많지도 않지만. (물론 어렸을 때는 놀리는 아이들이 몇 있긴 했어요. 팔의 화상 흉터는 아무래도 여름에 반팔 입으면 드러나니까. 다른 곳은 옷에 감춰진다 해도 말이죠. 근데 놀리는 애들이 전 그냥 어린애 같고 우스워 보여서 상처 받진 않았어요. 어렸을 때는 지 혼자 자존감 쩌는 중2중2병에 걸려 있었던지라...)
엄마나 아버지, 제 동생..은 그러지 않았겠지만. 친척들은 제가 당연히 불행해질 거라 늘 여겼습니다. 초등학교 때 고모는 저에게 넌 커서 니 엄마를 미워하게 되겠지? 하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제 불행의 책임을 당연히 우리엄마에게 전가시킬 거라 여겼나봐요. 그때 고모가 지금 내 나이쯤인데, 참... 유치한 발상입니다. 엄마를 미워한 적 없습니다. 사고 당시 엄마가 제 곁에 있었단 이유로, 그저 엄마란 이유로 그러는 건... 진짜 말도 안 되는 발상인데. 울 엄마도 엄청 아파하고 자기 방법으로 슬픔을 표현하며 살았습니다. 여러번의 수술로 돈도 돈대로 수천 깨졌구요.
지금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대단한 능력자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만족하며 살아갈 수는 있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나는 내 몸을 좋아하진 않지만, 최소한 제 애인은 제 몸을 좋아해 줍니다. 레알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싫은 티를 낸 적 없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불행하지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가 자기 예쁜 몸을 찍은 사진을 보고. 그 분의 아무것도 없는 매끈한 팔과 다리와 가슴과 배... 그런 것을 보고. 평범한 몸이 많이 갖고 싶은 마음이 조금..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 30대라... 죽으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물론 중간에 병이나 사고가 있다면 다르겠지만. 평균수명 생각하면 50여년은 계속 이 몸으로 살아갈 겁니다. 지금까지처럼 옷으로 나를 가리고. 난 즐거워, 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 뭐 이런 소리 해가면서 기쁜 듯이 즐거운 듯이.. 내 인생에 감사하는 것처럼 웃으면서.
내 몸이 싫습니다. 싫은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전 제 인생을 살아오면서, 컴플렉스는 극복하지 않아도 된다. 컴플렉스도 나의 일부라서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한다... 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살면서 말은커녕 글로도 이런 이야기를 적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 스스로에게도 하지 않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왜 갑자기 이토록 울적해 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 속 그분이 몸이 정말 예쁘긴 했어요. ㅎㅎ.. 그분은 제가 어쩐지도 모르고, 일관련으로 사진을 공유하신 것 뿐인데. 괜시리 죄송해지네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삶은 계속 되겠죠.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
계속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