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거 있잖아
어떤 노래를 접했을 때의
그 때의 분위기나 감정이
한참 지나고 나서 다시 들었을 때
마음과 온 몸을 휘감아 버리는 거.
평소에는 듣기가 너무 무서워서 그냥 넘겨버렸는데
멈칫 하는 사이에 시작되어버려서
멍하니 끝까지 듣고 있는 사이에
다시 네 생각에 푹 잠겨 버렸어.
무릎을 베고 누우면,
머리칼을 넘겨주다,
슬쩍 묶어주면
쌔근쌔근 잠든 너를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잠이 들 때마다 꿈에서 너를 기다렸었는데
잠에서 깨면 너무 슬프고 허무했었는데
우리가 과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손잡고 같이 목적지 안 정해놓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너가 끓여주는 짜파게티도 같이 먹고 난 다음 설거지도 같이 하고
내가 만나자마자 허리가 으스러지게 꽉 안아줄 거라고 하면
너가 그럼 뽀뽀해 줄 꺼라고 그랬었는데,
너가 처음 '나도 너 좋아'라고 말해 준 날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고
'사랑해'라고 마구 퍼부어 준 새벽에는
심장이 정말 터질 것 같았어
장난스럽게 한 내기
뭐든 다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소원이
이제 그만하자는 것이였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었어
진짜 널 다시 찾기 위해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었다.
지지난 가을, 저녁에 만나기로 했었는데 기억나?
그만하자는 소원
너도 말도 못하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었잖아.
비 오는날, 너가 너무 생각나서 차마 그냥 집에 가지 못했던 날.
혹시라도 너를 만날 수 있을까봐
너희 집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있는 나무 밑에서 우두커니 서 있다가
마지막으로 너가 보내준 음성 메시지를 틀었는데
이제 일주일 동안 폰 꺼두는거야?
밥 잘 먹고, 아프지 말고, 감기 걸리지 말고, 컨디션 조절 잘 해.
수능 전에 연락하고 싶을 때마다 들으면서 꾹꾹 참던 그 목소리를
다시 못 듣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
그냥 거기서 혼자 울다가 들어왔던 그 날.
평소에 혼자 잘 울던 너를 토닥거려주던 나였는데
덕분에 비 맞으면서ㅡㅡ 울었던 그 날.
그 나무도, 아파트 정문도, 벤치들도, 맞은편 가게들도
정말 그대로 있더라 그대로.
일 년이 지나 지난 수능날, 혹시나 해서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그 날 그대로 한참 머무르다 왔었는데,
혹시나, 아주 혹시나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살짝 궁금해져서
너도 먼 발치에서 날 보고 있을까봐
두리번 두리번 기다리다 왔었어
참. 내가 뭘 기대했던 건지.
즐ㅡㅡ 너 싫어 아니야 그래도 너 안싫어 좋아.
한참 뒤 어느 새벽
미안하다고,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고 울면서 다시 연락해 줬던 네가
난 참 고맙고 좋기만 했었는데,
너가 좋아한다는 마음은 시간이 흘러도 흐려지지 않는다고 했었잖아
그게 정말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사람이라는 게 참 그래.
우리는 어쩜 그렇게 꼬이게 되었을까.
많은 고민이 담겨있었던
고마웠었다는, 이제 진짜 떠나겠다는 짧은 문자를
다음날 아침에서야 읽었었어
단지 우리 시간이 다르게 흘렀을 뿐인데.
후회스럽고 아쉬운 것들을
기억에서 없앨 수는 없지만
누가 완벽할 수 있겠어.
마음에 슬픔이 있다면
마음껏 그냥 슬퍼했으면,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슬픔이 다 지나갔을 때도 항상
네 곁에 있고 싶은 건 내 욕심일까.
조금만 기다려 주라.
내가 다시 다가갈 수 있는 조금의 시간과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
아니,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해도 되는 걸까?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고 하고 가버린 너에게,
내가 감히 다시 다가갈 자격이나 있을까.
가끔씩은, 가끔씩은 나를 떠올려 줬으면 좋겠어
혹여나 어디선가 다시 만났을 때
날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