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기 싫었다.
먹고 입고 더 좋은 곳에서 자기위함에도 벅찬 일상을 보내고, 당장 5년, 10년 후도 내다보지 못하고 오늘 하루를 살아내더라도.
더 나은 생각, 더 나은 사유, 더 진일보 된 자아, 더 깊은 사고, 진리에 다가서는 나, 그러기위해 노력하는 나이고 싶었다.
허나 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마주하는 현실은 배고픈짐승에서 벗어나기 힘드리란 한계선과 하루를 살아내는 것에 안도하는 비루한 나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단 생각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확신을 갖게 만든다.
언젠가부터, 유치한 개똥철학마저도 나 스스로 사유하고 나름 정제해서 어렴풋한 형체라도 만들어 짧은 글이나마 올릴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사회적인 면에서의 자존감이 아닌, 인간 그 자체로서 스스로의 자존감이 몹시 상하는 시대다.
감성은 메말라가고, 이성은 형이하학을 쫓으며, 현실은 그걸 합리화하기에 급급한다.
옳고 그름에 대한 시비 이전에 나의 배고픔을 채움이 먼저이며, 진실과 거짓의 혼돈에서 내일의 하루를 걱정해야 하는 이 현실은 얼마나 비참하고 비루한가.
어쩌면 자식의 배를 채우는 것을 제일 중시하던 부모님 세대는,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배를 채우고 나서야 철학적 사고를 하고 고민 할 수 있는 비로소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음을 경험적 인생관에서 인지하고 있었기에 그리 했던 것일까.
그렇지만 어쩌면 좋을까.
수단이 목적을 넘어 수단 그 자체로서 우리네 삶의 목을 조여오고 있는 것을.
이미 욕망이라는 이름의 위장은 푸드파이터의 그것마냥 필요이상, 무한대로 늘어져만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치 하나만 씹어도 될 자일리톨을, 하나 더 입으로 털어넣는 아둔한 행동처럼 말이다.
내가 사람구실을 하지 못함은. 변명일까. 현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