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에 흡연관련이야기가 있더군요. 논리전개는 맘에 안들지만. 뭐 흡연자와 비흡연자. 차라리 끊어라부터 별별 이야기 다있지만, 토론하다보면 '개념없는 끽연가'들 때문에 곤란할때가 많습니다.( 전 흡연옹호쪽입니다. ) 그래서 후배들에게 그런 이야기하다가 어느정도 정형화 된 것이 있는데... 담배라는 독특한 기호를 위해 지켜야 할 것들입니다.
1. 담배연기는 방귀 냄새로 간주해야합니다. 실은 그것보다 더 심하게 고통스러워 하시는 분이 더 많습니다. 구린 냄새나는 과일의 왕도 있고, 중국의 발효된 두부, 서양의 어떤 치즈, 한국의 삭힌 홍어... 냄새 고약한 기호(?)식품도 많으니까 상상하기 힘든 일은 아닙니다. 여기가 담배펴도 되는 곳인가는 쉽게 말해 독한 연기를 피워도 되는가를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양해도 구해야하고요. 예의에 어긋나지 않으려면 담배 특유의 (유독성은 제외하더라도) 상당히 자극적인 '향'을 고려해야죠.
2. 담배의 끝은 칼날로 간주해야합니다. 거리 흡연을 할 때는 1번의 담배연기외에도 '불을 피우는' 담배의 특성상 그 끝을 두칸쯤 꺼낸 커터칼을 들고다닌다고 생각해야합니다. 담배불 끝이 손 안으로 들어오도록 거꾸로 잡거나, 엄지와 검지로 집는 것을 추천합니다. 거리에서 커터칼을 꺼내들고 걷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불똥 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함부로 사람있는 쪽에 칼날을 날려보내는건 아예 범죄의 범위죠.
3. 담배재는 잉크라고 생각해야합니다. 옷에 묻고 호흡기로 들어갑니다. 탁자와 깨끗한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해야합니다. 키보드 역시 마찬가지고요. 거리 지나가면서 만년필 휘두르는 사람 없듯, 담배도 그래야합니다.
4. 불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담배는 '작은 쑥불'입니다. '화기'를 다룬다는 생각을 잊으면 안됩니다. 커다란 성냥개비에 불을 붙이고 있는 것을 다룰때 조심해야하는 건 당연하죠.
5. 즐긴후에 폐기물이 남습니다. 담배꽁초는 '캡슐화된 쓰레기'가 아닙니다. (첨언: 좀 실없는 소리지만, 담배 1개피당 50원의 세금을 추가로 붙여서 국가에서 담배꽁초 1개에 30원씩 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그럼 거리 청소하시는 어르신들 담배값이라도 되실텐데.)
기호로서 담배는 "독한 냄새와 연기를 내며, 칼날이 달려있고, 잉크가 흐르는 불붙은 막대"입니다. 이런 것을 기호로서 다룰 때는 그에 맞는 배려가 다른 기호에 비해 훨씬 많이 필요합니다. (에이스 벤추라 영화처럼 해바라기씨를 기호로 즐기는 사람이 있어서 씹은 껍질을 사방에 뱉어내는 사람을 생각해보세요.)
여타 사람들이 줄기차게 말하는 건강문제는 그렇다고 해도, 담배피는 사람은 저 기준으로 생각하고 주위에 민폐가 없도록 해야 '건전한 기호생활'이 되는거죠. 사실 저 예의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만 그건 얼마든 나오는 이야기니, 애연가들이 애연매너를 잘 지켰으면 하는 바램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