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나는 너에게
겨울비 오는 날
나는 너의 빈 손을 잡고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겨울비 내리는 사막 위를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 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를 찾는데
너는 지금 어느 길
어느 하늘 아래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 손을 잡고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나는 너를 바라보는데 너는 담벼락에만 기대는구나.
나는 너에게 발판도 되지 못하였더냐. 나는 네게 아무것도 되지 못하였더냐. 아니, 오히려 너에게 나는 고달픈 가시발판이었던가.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은 이제 썩어버린 가시덤불처럼 저 밑으로 깔렸다. 너는 떠났는데도 가시는 분질러지지 않아 남은 마음만 아프게 찌른다.